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요양·보호 시설인 ‘나눔의 집’이 매년 수령한 후원금을 피해 할머니들에게 제대로 집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시사IN〉은 2000년부터 2020년까지 ‘나눔의 집’ 이사회 및 회계 기록을 확보해 분석했다. 결산 기준으로 볼 때 2019년 26억원가량 후원금이 들어왔지만, 피해 할머니들에게 쓰인 돈은 640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나눔의 집’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2019년 3월부터 지속적으로 후원금이 피해 할머니들에게 제대로 쓰이고 있지 않다는 문제를 제기했지만 법인 이사회가 이를 묵살해왔다고 말한다.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에 위치한 ‘나눔의 집’은 1992년 불교계가 처음 설립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공동 요양·보호 시설이다. ‘나눔의 집’은 대한불교조계종이 설립한 ‘사회복지법인(이하 법인)’과 피해 할머니들이 거주하는 ‘요양·보호 시설(이하 시설)’, 그리고 부속 ‘박물관’으로 나뉜다. 시설과 박물관의 운영을 ‘법인’이 총괄하는 형태다.
개인이나 단체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기부하지만, 이렇게 모인 기부금 대부분은 할머니들이 거주하는 시설이 아닌 ‘법인’에 흘러간다. 2019년 법인 결산 내역에 따르면 2019년 법인이 거둬들인 후원금은 총 26억152만6539원이었다. 그러나 이 가운데 피해 할머니들이 실거주하는 시설로는 겨우 6400만원만 전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후원금 가운데 얼마를 시설로 보낼 것인지는 조계종 관계자들로 구성된 법인 이사회에서 결정한다. 이렇게 남긴 돈은 재산적립금(부동산 등)으로 쓰이거나 다음 해 예산으로 이월되는 구조다.
‘시설’이 운영되는 데 쓰이는 돈은 한 해 약 4억2600만원 선이다(2019년 결산 기준). 시설 직원들의 급여, 유지·보수 비용, 운영비 등을 포함한 금액이다. 나머지 필요 예산은 대부분 국고보조금으로 충당한다. 나눔의 집 시설은 경기도 광주시에 ‘노인주거복지시설’로 등록되어 보조금을 받게 되어 있다. 2019년에도 보조금 3억743만원이 지급되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실생활에 쓰이는 돈 대부분은 국고보조금으로 집행되고, 후원금으로 들어온 돈은 극히 일부만 할머니들에게 돌아가는 방식이다. 조계종 산하의 ‘법인’은 이런 식으로 2019년까지 약 60억원(이월금, 2020년 예산안 기준)을 누적해왔다.
나눔의 집 소속 직원들이 단합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면서 이 같은 문제가 세상 밖으로 드러났다. 나눔의 집 소속 직원 7명은 그동안 시설에서 요양 중인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제대로 된 지원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의복비나 생활용품 등은 물론이고 치료를 위한 병원비 등도 피해 할머니들이 직접 부담해왔다는 것이다. 연로한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운동치료, 시설 개선 등을 직원들이 건의했으나 시설 최고 책임자들(안신권 소장, 김정숙 사무국장)로부터 ‘예산 부족’을 이유로 거부당했다고, 직원들은 주장한다.
운영진에 대한 검찰 고발도 제기됐다. 지난 2월 나눔의 집 직원들은 김정숙 사무국장을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수원지검에 고발했다. 시설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김 사무국장이 시설과 박물관 관련 용역 업무를 A업체에 부당하게 몰아주었고, 일부 직원의 급여를 착복했다는 것이다. 현재 이 사건은 경기도 광주경찰서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나눔의 집 직원 모임 관계자는 “후원금 사용 문제에 대해 지난해 3월부터 내부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지만 이사들은 물론 법인 감사 역시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되풀이했다. 공개적으로 나눔의 집 운영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검찰 고발과 지자체 민원을 제기했다”라고 말했다. 직원들이 제기한 민원에 대해 주관 지자체인 경기도청과 광주시청이 현재 감사를 진행 중이다.
〈시사IN〉은 지난 4월부터 나눔의 집 내부 자료 등을 확보해 직원들이 제기한 위안부 피해자 인권 침해, 방만한 운영, 후원금 문제, 운영진 비리 의혹 등을 취재했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은 5월22일 발간하는 〈시사IN〉 제663호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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