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 풀린 프랑스의 불안한 일상
  • 파리∙이유경 통신원
  • 호수 662
  • 승인 2020.05.26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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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코로나19 확진자가 두 달 전에 비해 20배가량 늘었지만, 정부는 일터와 학교를 정상화할 방침이다. 4월 말 하루 300~400명의 환자가 숨지면서 계획이 섣부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AFP PHOTO2020년 5월11일 프랑스 시민들이 국기와 현수막을 내걸며 코로나19 사태와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에게 감사를 표하고 있다.

5월12일 기준 프랑스 코로나19 확진자는 13만9000여 명. 두 달 전에 비해 20배가량 늘었다. 사망자는 2만6000여 명에 달한다. 이동제한령이라는 강력한 조치를 시행했지만 확산을 막을 수 없었다. 5월 들어 프랑스 정부는 일터와 학교를 점진적으로 정상화하려 하지만, 여론은 회의적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7000명대였던 지난 3월17일 프랑스 정부는 이동제한령을 시행했다. 밖에 나갈 때마다 이동 사유를 증명하는 외출증을 검문 경찰에게 보여야 하는 강력한 조치다. 위반하면 벌금 135유로(약 17만원)를 문다. 3월23일 프랑스 의회는 이동제한령 위반 시 처벌 규정을 강화하는 국가비상사태 법안을 통과시켰다. 15일 이내 재범은 1500유로(약 198만원), 30일에 네 번을 어기면 3700유로(약 490만원)의 벌금이나 최대 6개월 금고형에 처하는 규정을 추가했다. 처벌 규정을 강화한 이유는 이동제한 위반 건수가 너무 많아서였다. 내무부 산하 시민안전위기관리위원회(DGSCGC)에 따르면 엿새 동안 위반 사례 9만1824건이 발생했다. 3월23일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는 TF1 채널에 출연해 운동 가능 거리를 1㎞ 내로 제한하고, 의사의 소환증이 있을 때에만 병원을 방문할 수 있게 하며, 시장을 닫고 야간 통행금지를 가능하게 하는 등의 행정명령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4월5일부터 중증 환자와 사망자 수가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같은 날 라디오 ‘프랑스 앵포’와의 인터뷰에서 전염병 전문가 파스칼 크레페는 “긍정적 징조이긴 하지만 너무 빨리 승리를 외쳐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4월13일 저녁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했다. 5월11일 0시까지 이동제한령을 연장하되, 이후에는 주요 상점과 산업체를 개방하며, 대학을 제외한 어린이집, 초·중·고등학교 개학을 점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동제한령이 해제되는 날까지는 전 국민이 쓸 마스크를 마련하고, 증상이 있는 국민은 전부 검사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정부 계획이 섣부르다는 지적도 없지 않았다. 1438명이 숨진 4월15일 이후 사망자 수가 줄어들긴 했다. 그러나 4월 말에도 하루 300~400명대의 환자가 숨졌다. 확진자 수 역시 4월21일 2667명, 5월6일 4183명 등 증가폭이 컸다. 5월5일부터 6일까지 100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오독사·덴츠 컨설팅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국민 58%는 “정부의 이동제한령 해제 조치가 성공할 것이라 믿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교육계와 의사연합에서 특히 반발이 거셌다. 교사들은 ‘정부가 교사들의 안전을 충분히 보장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교사 노조인 SNUipp-FSU의 프랑세트 포피노 대변인은 프랑스 앵포에서 “마스크와 소독제 등 장비가 부족하다. 이번 개학을 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프랑스 의사연합 대표 장폴 아몽은 “5월11일부터 어린이집, 학교를 점진적으로 다시 여는 것은 불필요한 위험을 퍼뜨리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여론도 부정적이다. 여론조사 기관인 오독사·덴츠 컨설팅이 〈르피가로〉 의뢰로 4월22일부터 23일까지 시행한 여론조사(1005명 대상)에 따르면, 5월11일 이후 개학에 대해 63%의 응답자가 ‘옳지 않은 결정’이라고 답했다. 일부 지자체장도 반기를 들었다. 5월4일 수도권인 일드프랑스의 구청장 및 시장들은 정부를 향해 개학 연기를 요구하는 공식 성명을 냈다. 이들은 학부모에게 아이들을 등교시키지 않도록 요청했다.

전 국민에게 마스크 배부하기로 했지만

현지에서는 부족한 의료 인프라를 지적한다. 4월2일 라디오 프랑스 앵포에 따르면, 프랑스의 병상 수(1000명당 3.1개)는 OECD 회원국 평균(3.5개)에 미치지 못한다.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코로나19 검사 수도 현저히 부족했다. 제롬 살로몽 질병통제국장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4월27일부터 5월3일까지 일주일 동안 프랑스의 공식 검사 수는 총 14만9800건이었다. 한 주에 30만 건에서 50만 건에 이르는 검사를 시행했던 독일과 비교되는 수치다. 프랑스 의료단체에서는 검사에 필요한 솔과 같은 물자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사 수가 부족하다는 것은 실제 환자 수가 확진자 수에 비해 더 많다는 의미다.

프랑스 방역 당국은 호흡곤란 등의 심각한 증상을 지닌 환자, 증상이 있는 의료진, 임산부 및 노약자, 요양원과 같은 공동거주시설 내에서 처음으로 증상을 보인 환자 등을 우선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진행해왔다. 4월2일까지 요양원(EHPAD, EMS) 내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정확한 수치 파악이 어렵다는 이유로 공식 집계에 포함하지도 않았다. 질병통제국이 최초로 발표한 요양원의 공식 사망자 수는 884명이다.

마스크도 문제다. 의료진에게 먼저 보급하고 있지만 그 수가 부족하다. 동북부 오랭 지역의 한 의사는 “전염병 초기부터 지금까지 마스크를 5개밖에 받지 못했다. 하루에 30명의 환자를 보는데 그중 약 28명이 코로나19 환자다”라고 말했다. 3월19일 정부는 국방부에서 사용하던 마스크 재고 5만 개를 수거하고, 중국에서 마스크를 지원받아 의료진에 공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의료진 외에도 파리교통공사, 약사, 소방 구급대원, 경찰 등이 마스크 제공을 요구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2009년 A형 인플루엔자(H1N1) 이후 FFP2(한국의 KF94) 마스크 재고를 6억 장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 생산된 마스크가 유통기한(4~5년)이 지난 뒤 ‘FFP2 타입의 마스크는 착용 시 호흡이 어렵고, 효율성에서 한계를 보인다’는 이유에서 재고를 줄였다. 독립 언론 〈메디아파르〉는 4월2일 프랑스 정부가 1월 말 보유한 의료용 마스크가 8000만 장에 불과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TF1 채널에서 필리프 총리는 “중국에 약 20억 장의 마스크를 주문했다”라고 말했다.

4월28일 필리프 총리는 이동제한령 해제의 후속 조치로 주당 70만 건의 검사와 전 국민 마스크 배부를 발표했다. 5월부터 각 시청에서도 마스크를 배부하기 시작했지만 재고는 여전히 부족하다. 주당 검사 수는 20만에서 27만여 건에 그쳤다. 5월11일 이동제한령이 해제되자 외출증 없이 거리에 나온 시민들은 또다시 생마르탱 운하에 모여들었다. 크리스토프 카스타네르 내무장관은 파리 경찰청장에게 운하와 강변도로에서의 음주를 금지시킬 것을 명했다. 한편 교육부는 5월11일 670만명의 유치원, 초등학교 학생 중 약 150만명만이 등교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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