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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보수에서는 극우 유튜버를 추종하다가 선거를 망쳤다는 반성을 흔히 들을 수 있다. 야권 중진인 김무성 의원은 4월27일에 김웅 당선자와 함께 〈한국일보〉 인터뷰를 했다. 여기서 김 의원이 이런 말을 했다. “극우 유튜버들 결국 다 돈 벌어먹는 놈들이에요. 전부 썩은 놈들이야. 그놈들 표 없다는 게 이번에 증명됐잖아.” 미래통합당은 정권을 빼앗기고 언론을 장악당했다고 느꼈고, 강성 지지층들이 몰려 있는 유튜브에 매달렸다. 황교안 전 대표는 유튜버들에게 입법보조원 자격을 줘서 국회 안을 자유롭게 취재하도록 하자고 제안한 적도 있다.

정치가들은 끊임없이, ‘내 주위 사람들이 보는 미디어’가 ‘세상 사람들이 보는 미디어’라는 착각에 빠진다. 기성세대가 미디어를 보는 감각은 근본적으로 매스미디어 시대에 배운 것이다. 70%가 종이 신문을 받아보고, 30%가 똑같은 채널의 텔레비전 뉴스를 보던 시대에는 그렇게 생각해도 된다. 소셜미디어 시대는 이 기본규칙이 흔들린다. 사람들이 같은 뉴스를 보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 내 눈에 보이는 뉴스는 남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해야 한다.

이게 안 되는 정치가들이, 내가 대단히 보편적이고 시민들의 합의에 가까운 말을 한다고 착각하면서 황당한 극단주의로 내달린다. 미래통합당의 이번 헛발질은 길게 보면 큰 문제는 아니다. 한두 번 데어보면서 바뀐 현실에 적응하면 된다. 그런 시행착오는 민주당이 야당 시절에 먼저 겪었다. 오히려 중요한 질문은 이런 것이다. 사람들이 서로 다른 뉴스를 보고, 의견이 아니라 사실 자체를 서로 달리 생각하는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공적 토론을 해낼 수 있을까. 우리가 만약 공적 토론을 할 수 없다면, 민주주의란 대체 무엇일까? 양쪽 팬덤의 주기적인 화력전?

매스미디어의 시대에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 번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가능했다.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빠르게 공유하고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는 일도 지금보다는 쉽게 할 수 있었다. 미디어가 파편화되는 시대에는, 어떻게 우리가 대화를 위한 공통의 기반을 유지할 수 있을지 전보다 더 고민해야 한다. 이런 문제를 고민하는 정치가들이 21대 국회에 많이 보였으면 좋겠다. 부정선거 음모론 같은 파편화의 극단 선두에서 깃발 흔드는 사람 말고.

기자명 천관율 기자 다른기사 보기 yu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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