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등교가 또다시 미뤄졌다. 온라인 수업도 길어지고 있다. 장애 학생들에게 온라인 수업은 큰 장벽이다.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주유현씨(20)도 마찬가지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특수학교인 서진학교 전공과에 입학했다. 전공과는 특수학교에서 2년 동안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교육과정이다. 어머니 장미라씨(50)는 2017년 9월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 토론회’에서 서진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 앞에 무릎을 꿇고 호소한 주인공이다. 장씨 등 어머니들의 호소에 힘입어 지난 3월 서진학교가 개교했다.
“우리 애들은 학교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해요. 유일하게 어딘가에 소속되어 배울 수 있는 곳이잖아요.” 발달장애가 있는 학생에게 학교는 더 특별한 곳이다. 장씨는 유현씨가 받을 수 있는 마지막 실습수업이 온라인으로 대체되는 것이 안타깝다.
유현씨 동생들도 모두 온라인 수업을 듣고 있다. 고등학교 3학년인 둘째와 중학교 1학년인 막내까지 세 자녀를 돌보는 장씨의 하루는 대부분 유현씨에게 집중돼 있다. 길어야 5분 남짓인 온라인 수업도, 학교에서 보내온 실습 물품을 만드는 일도 유현씨 혼자 힘으로 하기엔 벅차다. 그렇다고 특수교사 순회교육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순회교육은 특수교사 2명이 한 조를 이뤄 1주일에 한두 차례 방문 교육을 신청한 가정을 찾아가 수업하는 방식이다. “안전 수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차라리 일주일에 한 번 돌아가면서 소규모로 등교하는 편이 나아요.”
생활 패턴이 무너지면서 유현씨의 건강도 걱정이다. 코로나19로 학교뿐만 아니라 다른 복지센터도 휴관에 들어갔다. 유현씨 일상이 멈추면서 돌봄은 온전히 부모 몫이다. “친구를 만날 수 없어서 지금껏 익힌 사회성이 옅어지고 있어요. 점점 더 불안해해요. 코로나19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아이를 혼자 무턱대고 어딘가에 보낼 수도 없는데….” 장씨는 매일 한 번 유현씨 손을 꼭 잡고 마스크를 챙겨 동네 산책을 나선다. 장애 학생의 부모들은 누구보다 이 상황이 빨리 끝나길 바란다.
-
코로나19가 드러낸 ‘약한 고리’
코로나19가 드러낸 ‘약한 고리’
전혜원·나경희·김영화 기자
쿠팡맨이 죽었다. 46세 김 아무개씨. 3월12일 새벽 2시께, 경기도 안산의 한 빌라 4층에서 5층 사이 계단에서 쓰러진 채 발견되었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 계단을 오르내리며...
-
장애인에겐 너무 가혹한 코로나19
장애인에겐 너무 가혹한 코로나19
김영화 기자
혹시나 하는 마음이었다. 감기약을 들이마시다시피 했다. 코로나19가 확산 조짐을 보였던 1월부터였다. 발달장애 아들 장민수씨(21·가명)를 둔 김진경씨(45·가명)는 “병원에 끌려...
-
빛나지 않는 곳에 ‘간병 노동’이 있다
빛나지 않는 곳에 ‘간병 노동’이 있다
김영화 기자
환자들을 가까이서 수발하다 보면 종종 난데없는 이야기를 듣는다. “우리 아들 온단다. 고기 삶아라.” 병상에 누운 어느 백발의 어르신이 식사를 거부한 이유였다. 치매를 앓고 있었다...
-
장애인이 코로나19로 격리되는 동안…
장애인이 코로나19로 격리되는 동안…
문경란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조직위원장)
어느 오후, 서울 양재천을 걷는데 휠체어 한 대가 스쳐갔다. ‘아차’ 싶었다. 절친인 장애인권 활동가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휠체어와 활동보조사의 도움이 필요한 그녀는 “오랜 사회적...
-
아무나 할 수 있지만, 아무도 할 수 없는 일 [프리스타일]
아무나 할 수 있지만, 아무도 할 수 없는 일 [프리스타일]
김영화 기자
기시감이 들 때가 많았다. 매주 다른 상황에 놓인 취재원들을 만났지만 이들이 털어놓는 이야기는 어느 지점에서 자주 만났다. 코로나19가 위협하는 ‘약한 고리’, 즉 감염 취약 계층...
-
학교를 왜 가야 하나 답해야 하는 시간
학교를 왜 가야 하나 답해야 하는 시간
변진경 기자
학교는 일견 돌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고3부터 시작한 순차 등교 개학이 6월8일 초등 5~6, 중1까지 모두 마무리됐다. 이제 거의 모든 초·중·고교 학생이 한 번 이상은 새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