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핑 하랬더니, 블러핑 하고 있네
  • 워싱턴·데이비드 레빈탈 (CPI 선임기자)
  • 호수 661
  • 승인 2020.05.2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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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팬데믹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인종과 지역 등에 따라 의료 서비스 이용도 불평등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불확실한 정보에 자신의 발언 권한을 이용하고 있다.
ⓒAFP PHOTO트럼프 대통령이 5월5일 애리조나주의 한 마스크 공장을 방문했다.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미국은 여전히 코로나19를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까지 약 120만명이 감염됐고, 이 가운데 7만여 명이 사망했다. 이토록 상황이 악화된 이유가 무엇일까.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공공청렴센터(CPI·Center for Public Integrity)의 데이비드 레빈탈 선임기자가 미국의 부실한 의료 서비스를 조목조목 지적하는 글을 보내왔다. 국가권력을 감시하는 ‘워치독’을 자임하는 CPI는 1989년 비영리 저널리즘 언론사로 문을 연 이래 각종 특종을 터뜨리며 퓰리처상을 두 번 수상했다. 데이비드 레빈탈 선임기자는 정치 전문 일간지인 〈폴리티코〉에서도 오랫동안 일한 경력이 있다.

미국은 수많은 강점을 가지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경제와 군사력 그리고 최고 수준의 교육기관을 자랑한다. 원유와 정밀기계부터 마이클 조던과 레이디 가가에 이르기까지 여러 훌륭한 상품을 수출한다. 심지어 중국, 러시아, 유럽연합(EU)이 아닌 미국만이 달 유인 탐사를 실현했다. 이처럼 대단한 국가이지만, 과연 미국 국민들의 의료보장 실태는 어떠한가? 코로나19 감염 확산 위기로 미국 의료보장 시스템의 암울하고 고질적인 문제점 두 가지가 크게 부각되고 말았다.

첫 번째는 미국이 심각한 팬데믹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미국인 수만 명이 이미 목숨을 잃었으며 향후 수만 명이 추가로 희생되리라 보인다. 위기관리 실패로 유색인·노년층·저소득층 등은 좀 더 심각한 피해를 당하고 있다.

지난 2월 코로나19가 미국에 확산되기 시작한 이후 주정부 및 연방정부 관료들은 국민들에게 마스크, 손소독제, 진단키트 등을 골고루 공급하지 못한 채 코로나19 확산을 막느라 고군분투하고 있다. 산소호흡기와 같은 전문 의료장비들이 공평하게 공급되지 않는다는 점도 역시 심각한 문제로 불거졌다. 결국 뉴욕·시카고·뉴올리언스·시애틀 등 주요 대도시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했다.

의료진이나 긴급 구조대원들이 코로나19로부터 자신을 지켜줄 N95 마스크 등과 같은 적절한 보호장구도 없이 일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코로나19로 사망자 12명을 낸 뉴저지의 한 양로원에서 근무하는 직원 한 명은 그곳 직원들이 ‘도살장으로 끌려간 가축’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CPI에 토로했다. 보호 마스크와 방호복을 구하는 데만 몇 주일이 걸렸기 때문이다.

연방정부는 일방적으로 기업을 봉쇄하거나 휴교령과 자택 대피령을 내릴 수 없다. 그런 권한은 50개 각 주정부와 그 주에 속한 도시에 있다. 각 주정부는 코로나19에 맞서 각기 다른 접근법을 취했고, 이는 정치적 관할권에 구애받지 않는 바이러스를 통제하는 데 서로 다른 기준을 만들고 말았다. 예를 들어 조지아주에서는 식당, 극장, 그리고 심지어 땀 흘리며 운동하는 피트니스센터의 출입을 허용했다. 하지만 차로 몇 분 거리에 있는 앨라배마주의 한 도시에서는 4월 내내 자택 대피령을 발동하고 있다. 경제·사회 활동의 안전한 재개에 필수인 코로나19 검사 및 확진자 이동경로 파악을 위한 전국적 시스템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

두 번째는 미국인들의 적합하고 공평한 의료 서비스 이용이 인종, 빈부, 지역 등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는 점이다. 미국은 모든 국민이 ‘생명, 자유, 행복 추구’ 권리를 동등하게 누린다는 원칙하에 설립된 국가인데도 말이다.

고소득층의 경우, 암이나 심혈관질환 또는 코로나19 등 질병 종류와 상관없이 대체적으로 질 좋은 의료 환경을 이용할 수 있다. 사업주 혹은 직접적인 비용 부담 등을 통해 양질의 의료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저소득층의 경우, 부적합한 의료보험에 가입했거나 심지어 의료보험이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굉장히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 ‘오바마케어’라 부르는 연방정부 건강보험개혁법을 통해 10여 년에 걸쳐 미국인들의 의료보험 선택권을 확대했음에도 여전히 사각지대가 많다.

의료보험이 없는 것은 질 좋은 의료 서비스 이용에 제한이 따름을 의미한다. 비영리 기관인 연방재단(Commonwealth Fund)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특히 라틴계로 미국 남부 지방에 거주하는 저소득층일 경우 그럴 가능성이 높다.

ⓒEPA4월29일 뉴저지주 패터슨 주민들이 식량 지원을 받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장애인에게 인공호흡기를 불허한다고?

농촌 지역 빈곤층의 경우 더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 인구밀도가 높지 않은 지역에서 운영되는 많은 의료기관들이 재정적 어려움으로 불가피하게 의료 서비스를 없애거나 축소했고, 코로나19 관련 의료 서비스 등을 적절히 제공하지 못하게 됐다.

도시의 빈곤 지역 또한 불공평한 의료 서비스로 고충을 겪고 있다. 워싱턴 D.C. 시정부가 발표한 정보에 따르면 이 도시의 소득수준이 가장 낮고 유색인종 비율이 제일 높은 구역에서 가장 높은 코로나19 사망률이 기록됐다. 또 미국에서 최다 인구수를 자랑하는 지자체인 뉴욕시에서는 흑인과 히스패닉계 주민들이 더 높은 코로나19 감염 위기에 처해 있다는 자료가 발표됐다.

장애 여부도 유념할 요소다. 미국 일부 주들은 인공호흡기가 부족한 경우 장애인에게 인공호흡기를 불허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비장애인에게 더 유리한 정책이다.

이 같은 두 가지 문제점이 대두된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와 국민들의 대처 방법에 대한 정보를 종종 모순적이고, 오해의 소지가 있게, 부적절하게, 그리고 심지어 그릇되게 제공하는 장본인이 되고 말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관련 텔레비전 브리핑에 의료 전문가들이 동석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대통령이 브리핑 시간의 60%를 장악하고 있다는 〈워싱턴포스트〉의 분석을 눈여겨봐야 한다. 주요 사안과 관련해 대통령은 브리핑 시간에 대중을 혼란에 빠트려왔다. 코로나19 대처 방법, 대응 책임자, 국민들의 자택 대피나 외출 가능 여부, 보편적인 검사 진행 여부, 보편적인 검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쉽게 검사받는 방법, 그리고 미국의 고통에 대한 중국의 책임 정도 등과 관련해 상충되는 주장을 펼쳐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을 향한 맹공격, 정적들을 향한 맹비난, 자신을 위한 자화자찬에 거리낌이 없다. 심지어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로클로로퀸과 같은 불확실한 코로나19 치료제를 밀어붙이는 데 최고 통치자에게 주어진 발언 권한을 이용하고 있다. 최근 그는 코로나19 확산 종식을 위해 살균제 주사의 장점을 그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사람에게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에 절대 사용해서는 안 되는 방법인데도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압박했던 또 한 가지 조치는 바로 연방정부의 주요 질병 예방 기관이자 코로나19에 맞서는 대표기관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예산 삭감이었다. 지난 3월 트럼프 행정부는 CDC의 예산 삭감을 제안했다. 며칠 후 전세가 역전되었다. 미국이 아니라 한국이나 홍콩 등이 적절한 코로나19 대응 조치 덕분에 국제적인 찬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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