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조남진김제형 교수(위)는 서울·경기 지역이 ‘제2의 대구’가 된다면 굉장히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단단히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한중환자의학회는 3월17일부터 매일 학회 차원의 네트워크를 통해 전국 코로나19 중환자 현황을 체크하고 있다. 가용 병상, 산소 투여 환자, 인공호흡기를 단 환자, 체외막산소공급장치(ECMO·에크모)로 치료받는 환자 수가 매일 업데이트된다. 이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중환자 수는 3월30일(163명) 정점을 찍고 점점 줄어들고 있다. 4월21일 기준 산소를 공급받고 있는 ‘중증’은 30명, 인공호흡기(21명)나 에크모(5명)를 달고 있는 ‘위중’은 26명이다. 3월에 비해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비율의 코로나19 중환자가 대구·경북 지역에 쏠려 있다(아래 〈그래프〉 참조).

대한중환자의학회는 3월부터 6차례에 걸쳐 코로나19 중환자 진료를 지원할 의사, 간호사를 모집해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 파견했다. 대한중환자의학회 기획이사를 맡고 있는 김제형 고려대 의대 교수(중환자의학과·호흡기내과)도 1차 파견단에 참여했다. 서로 다른 지역, 병원, 진료과에서 모인 의료인들이 연대의 마음 하나로 난생처음 겪는 고난도의 진료 현장에서 수준 높은 협력을 이루어나가는 과정을 목격했다. 한편으로는 코로나19 중환자 진료 체계의 구멍을 군데군데서 발견했다. 그 경험을 앞으로 올지도 모를 2차, 3차 대유행에 맞설 전략으로 바꾸기 위한 고민을 하고 있는 김 교수를 4월17일 고려대학교의료원 안산병원 연구실에서 만났다.

대한중환자의학회는 어떻게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 인력을 보내게 됐나?

코로나19 피해가 커지면서 3월 초 학회 차원에서는 원래 중환자 이송 체계를 준비하고 있었다. 대구·경북 지역 안에서 감당이 힘들 거라 생각했다. 다른 지역으로 환자를 이송해서 치료할 수 있는 방안을 궁리하던 차였다. 3월7일경 글로벌케어라는 보건의료 NGO에서 연락이 왔다. 대구동산병원에 중환자실을 확충하려고 하는데 혹시 학회에서 의료인력 부분을 도와줄 수 없겠냐고 물어왔다. 학회 이사들에게 이야기했더니 흔쾌히 동의해줬다. 사흘 만에 전문의 6명, 간호사 14명 정도를 모아 1차로 대구에 내려갔다.

내려가 보니 중환자실 상황이 어땠나?

중환자 병상이 기존 3개에서 7개까지 늘어난 상태인데 의료 인력이 매우 부족했다. 전문의 한 분이 간호사들과 환자들을 보고 있었다. 파견 간 의료인들이 조를 짜서 3교대로 근무하며 진료 협력을 했다. 다른 지역으로 중환자를 보내기보다 그 안에서 해결하는 게 좋겠다 싶어 2주 동안 중환자 병상을 20개로 확충하는 작업도 함께 진행했다.

인력 부족 문제가 가장 컸나?

인력, 시설, 장비 다 부족했지만 특히 중환자실 간호 인력이 아주 많이 모자랐다. 서울에서 중환자실 간호사가 열 명 넘게 내려갔지만 그 인원으로도 부족해 중환자 진료 경험이 없는 분들까지 팀을 꾸려서 운영하고 그랬다.

코로나19 중환자 진료는 경증 환자 진료와 어떻게 다른가?

코로나19 경증 환자는 자연적으로 좋아지길 도와주는 정도의 치료다. 저산소증이 심해지면 중환자실에 들어오게 되는데 지속적으로 산소를 공급하면서 모니터링해야 한다. 그러다가 나빠지면 인공호흡기, 더 나빠지면 신대체요법이나 에크모까지 필요한 단계가 되기 때문에 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진료 영역이 된다. 그때부터는 정말 중환자 치료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이 붙어서 모니터링하고 인공호흡기 세팅하고 필요한 경우에 에크모 달고 소변 안 나오면 투석하고 모든 걸 맡아야 해서 굉장히 힘들어진다.

다른 중환자보다 코로나19 중환자 진료가 유독 어려운가?

기본적으로 감염병 중환자는 일반 중환자보다 진료가 힘들다. 개인보호구를 착용하고 환자를 봐야 하기 때문에 2시간 이상 일하기가 힘들다. 학회에서 추산해봤는데 간호 인력의 경우 일반 중환자 진료보다 5배까지 더 필요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감염병 중환자는 기존 중환자실 병상을 그대로 쓸 수도 없다. 만약 병원에 중환자 병상이 20개 있다고 해보자. 같은 20명의 중환자라도 지진이나 건물 붕괴로 발생한 외상 환자와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환자는 다르다. 음압시설, 전실, 격벽이 있어야 하고 공조시설도 분리돼 있어야 하기 때문에 기존 중환자실 병상 개수가 무의미해진다. 실제 우리 병원은 중환자 병상이 35~40개지만 코로나19 환자를 받을 수 있는 병상은 두 개밖에 없다.

코로나19 대응에서 중환자 진료가 왜 중요한가?

감염병 대응에서 제일 중요한 지표로 감염자 숫자를 보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게 사망률일 수 있다. 사망 환자들은 대부분 중환자실에서 발생한다. 코로나19 환자가 급격히 증가했을 때 과연 환자들이 중환자실에서 적절한 치료, 최적의 치료를 받고 사망했느냐, 혹은 중환자실 안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기는 했느냐 등의 질문을 던져본다. 예측하건대 그러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중환자실에 들어가보지도 못하고 집에서 돌아가신 분도 있고, 중환자실에 들어갔어도 최적의 치료를 못 받고 사망한 분도 있을 수 있다. 이미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지만 이제 확진자가 감소하고 어느 정도 여력이 생겼다. 짧기는 하지만 뒤를 좀 돌아봐서 살 수 있는 환자들이 살 기회를 얻지 못하지 않았나 반성해야 한다. 또한 아직 끝난 상황이 아니고 2차 파도가 언제든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대비하는 계획이 필요하다.

당시 대구 지역 의료 시스템이 어느 정도로 위태로웠나? 일각에선 ‘붕괴’ ‘마비’ 같은 용어도 나왔다.

상급종합 및 종합병원의 1등급 중환자실이 대구·경북 지역에 5개밖에 없다(2017년 2차 중환자실 적정성 평가). 1등급 중환자실이 전국에 64개인데 서울·경기에 39개가 쏠려 있다. 그런 상태에서 특정 지역의 코로나19 중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기존 중환자 병상이 포화상태가 될 수밖에 없다. 그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가 초기 대구 지역 중환자 80여 명이 다른 지역으로 이송되었다는 사실이다.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긴박했던 시기를 지나 지금은 대구 지역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중환자 진료 체계가 안정적으로 갖춰졌다고 보나?

안정적으로 갖춰졌다기보다 중환자 진료 자원이 감당할 정도의 수준으로 상황이 조금 나아졌다고 생각한다. 역량이나 시스템이 갖춰져서 안정된 게 아니라 상황 자체의 부담이 낮아졌고 상황이 호전되었다고 보는 게 맞다.

대구·경북과 같은 위기를 다른 지역도 맞을 수 있을까? 어디가 가장 걱정되나?

제일 우려되는 곳이 서울·경기 지역이다. 대구·경북 지역 인구의 10배가량이 살고 있다. 여기서 만약 대구·경북 같은 문제가 벌어진다고 하면 사실 굉장히 힘들다. 수도권을 놓고 보았을 때 서울 안에는 메이저 센터가 그나마 많은데 경기는 상대적으로 적다. 경기도는 요양병원이 가장 많은 곳이기도 하다. 만약 대응을 하게 된다면 서울·경기를 포함한 권역으로 묶어서 해야 할 거라는 생각을 정부에서도 갖고 있는 것 같다.

코로나19 중환자를 다른 병원에 이송할 때 어떤 어려움이 있나?

중환자를 이송할 때는 적절한 이송 시점을 결정해야 한다. 환자가 만약 인공호흡기, 에크모를 달았다고 하면 이송에 따른 위험이 엄청나게 올라간다. 오히려 인공호흡기를 달기 전, 나빠질 확률이 있지만 대신 3~4시간 걸리는 이송 시간 정도는 버틸 수 있다고 판단되는 환자는 이송이 가능하다. 이송에도 ‘트리아지(Triage·우선순위)’가 있다. 환자를 보내기로 선택하면 전담팀도 있어야 한다. 가다가 나빠지면 삽관 등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사람들로 꾸려져야 한다. 또 하나, 이송하기에 적절한 구급차가 있어야 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보는 소방본부 구급차로는 되지 않는다. 음압시설이 되어 있고 인공호흡기도 달 수 있어야 한다. 그런 구급차가 우리나라에 30대 정도 있긴 하다. 재난·감염병 위기 대응 차량이라고 보건복지부에서 재정을 마련해 구비한 차다. 대구 일부 지역에서 운영이 된 걸로 아는데 지역 바깥으로의 이송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됐는지 데이터는 사실 찾아보기 힘들다.

다른 장비들은 적재적소에 배치됐나?

이번에 대구동산병원에 갔을 때 에크모가 모자라서 NGO 자금 지원을 받아 구매하려고 했더니 국내 재고가 한 대도 없었다. 수소문해서 다른 병원 걸 빌려왔다. 여기저기 아는 병원에 전화해 “혹시 에크모 있어? 안 쓰고 있어?” 물어보고, 역으로 파는 업체에 어디어디에 납품했는지 물어보기도 했다. 사전에 이런 장비들이 어디에 있고 얼마만큼 여분이 있는지 파악됐더라면 이런 재난 상황에서는 빨리 옮겨서 사용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런 시스템이 없어 아쉬웠다.

중환자 진료의 컨트롤타워가 없었나?

좀 부족했다. 네트워크 구성에서는 미흡하지 않았나 싶다. 사실 지금 병원 간 네트워크라는 것은 정식 네트워크라고 표현하기 어렵다. 개인적으로 의료진끼리 전화하고 확인하는 인적 네트워크, 쉽게 말하면 친분관계 정도다. 컨트롤타워가 있고 거기서 자원을 파악하고 배분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

정부가 컨트롤타워가 되어 민간의 의료자원을 동원하려고 하면 반발이 나오지 않을까?

사실 동원해본 경험이 우리나라는 한 번도 없다. 이번에 심각 단계로 갔을 때 동원령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다. 그런 사태까지는 안 갔지만, 만약 우리나라에서 이탈리아나 미국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고 하면 동원령 없이는 되지 않는다. 체육관이나 컨벤션센터 하나를 비워서 임시 병동을 만든다고 했을 때 그 많은 환자를 누가 보겠나. 우리나라처럼 공공의료가 취약한 상태에서는 민간 병원 의료진들이 동원돼야 한다. 그런 일이 없어야 하지만, 만약 대량 재난 사태가 벌어졌을 때 대응을 학회에서도 얘기했다. 급하지 않은 수술과 의료 행위 이런 것들은 다 중단한다. 암환자, 응급환자 등 필수 의료만 유지하고 나머지 의료진은 모두 동원해서 그 의료 현장에 넣을 수밖에 없다. 이탈리아 같은 경우는 의과대 학생들을 조기졸업 시켜서 다 집어넣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만약 그 정도 대량 감염 사태가 발생한다면 그런 계획까지 서 있어야 한다.

무사히 코로나19가 지나간다 하더라도 숙제가 남는다.

메르스를 겪고 5년 만에 코로나19를 겪는데 앞으로는 더 자주, 더 새로운 신종 감염병이 생길 것이다. 이번에 많은 것들을 구축해놓고 다행히 쓰게 되지 않더라도 앞으로 있을 신종 감염병 사태 앞에서 신속 대처를 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기자명 변진경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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