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바꾼 어린이집·유치원의 풍경
  • 이정민 (필명·어린이집 교사)
  • 호수 659
  • 승인 2020.05.06 13:0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해성 그림

새 학기 적응기간이 한참 전에 끝났을 4월 말, 평소라면 봄 소풍과 다가올 어린이날 행사로 설레고 바빴을 것이다. 봄 소풍은 고사하고 유치원·어린이집은 개원마저 무기한 연기된 유례없는 일이 일어났다. 코로나19가 대한민국, 아니 전 세계를 강타한 지금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어떤 모습일까?

해마다 2월 말이 되면 유치원·어린이집 교사들은 새 학기 준비로 바쁘다. 3월에 맞이할 새로운 반 아이들을 위해 교실을 정비하고 수업을 준비한다. 2020년 2월 말은 예년과 좀 달랐다. 코로나19는 쉽게 물러나지 않았고 부모들은 아이들을 집에서 돌보겠다며 입학을 취소했다.

3월부터 맡을 반이 통째로 없어져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은 교사도 많다. 입학 대기자가 많아 반을 증설해 그 반으로 복직할 예정이었던 한 교사는 무기한 연기된 개원으로 복직 기회가 흐지부지되기도 했다. 퇴사 위기를 모면해 긴급 돌봄과 긴급 보육을 위해 출근한 교사들마저 원아가 줄어들어 월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원장으로부터 월급 일부를 다시 돌려달라는 이른바 ‘월급 페이백’을 강요받기도 했다. 코로나19의 위험을 뚫고 출근을 하는데도, “아이를 보내지도 않았는데 왜 보육료를 결제해야 하느냐”라는 부모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다.

부모들 역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유치원·어린이집은 아이들이 어리기 때문에 온라인 개학을 하기 어렵다. 맞벌이 가정은 주변 눈치를 봐가며 아이들을 맡겨야 했다. 기간이 길어질수록 더 이상 아이 맡길 곳이 없어졌다.

외벌이 가정은 장기화되는 개원 연기로 집안에서만 아이들을 돌보니 엄청난 육아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답답해하는 아이들을 보며 점점 지쳐간다. 더 이상 아이 맡길 곳이 없고 육아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많은 부모들이 긴급 돌봄과 긴급 보육을 이용하게 되었다.

마스크를 착용하기 어려운 어린이집의 현실

아이들도 코로나19로부터 적신호를 받았다. 따뜻한 봄 날씨에도 신나게 뛰어놀지 못하고 안전까지 위협받고 있다. 5~7세 아이는 그나마 교육을 통해 마스크와 손 씻기를 철저히 할 수도 있다. 이보다 더 어린 연령의 아이는 왜 마스크를 써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장시간 착용하는 마스크가 오히려 위험할 수 있어 어린이집에서 마스크를 거의 착용하지 못하고 있다. 마스크 없이 밀폐된 공간에서 생활하고, 영아들의 특성상 어떤 교구에 관심이 없다가도 다른 아이가 가지고 놀기 시작하면 관심을 보이며 다가가기 때문에 ‘거리두기’를 할 수도 없다. 무엇이든 입으로 가져가 탐색하는 영아들은 아무리 교사가 철저하게 소독을 하고 관리해도 순식간에 입으로 교구를 가져간다. 교사의 눈에 비친 아이들의 생활은 걱정스러운 부분이 많다.

이렇게 코로나19로 교사, 부모, 아이들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전히 무증상 감염자를 통한 전파 위험이 있어서 조심해야 한다지만 코로나19 확진자가 점점 줄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교사들은 마음 놓고 아이들을 지도하고, 부모는 아이 돌봄에 한숨을 돌리며, 아이들은 신나게 뛰어놀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바란다.

Magazine
최신호 보기 호수별 보기

탐사보도의
후원자가 되어주세요

시사IN 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