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셔블〉은 사진가 스테파니 싱클레어의 인스타그램 사진을 본인 동의 없이 사용했다.

최근 미국 법원에서 사진저작권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판결이 나왔다. 테크 전문 매체 〈매셔블(Mashable)〉이 사진가 스테파니 싱클레어의 인스타그램 사진을 본인 동의 없이 사용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며 〈매셔블〉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 판결 뒤 전 세계 사진가들은 인스타그램 탈퇴 운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가와 사진을 도용한 회사, 그리고 사진이 올라간 플랫폼인 인스타그램 사이에 무슨 일이 벌이진 것일까?

디지털카메라 보급으로 사진은 대중의 일상 언어가 되었다. 사진 자체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와 반대로 사진을 매체에 싣고 그 대가로 받는 원고료는 폭락했다. 수많은 매체들이 사진을 사용하고 있으니 총량 측면에서는 과거와 비슷할 것이다. 다만 이 시장에서 과거처럼 전업 사진가들이 누리던 지위는 사라졌다. 아마추어 사진가도 얼마든지 좋은 사진을 팔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대표적인 디지털 사진 플랫폼은 인스타그램이다. 많은 이용자들이 사진을 올려 대중에게 알리고 영업에도 활용한다. 그런데 이렇게 올린 내 사진을 누군가 공짜로 사용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매셔블〉은 ‘사회정의를 위해 렌즈를 든 10명의 여성 사진기자’라는 기사에 유명 사진가인 스테파니 싱클레어의 사진을 사용하고 싶다며 50달러를 제시했다. 그녀는 이 제안을 거절했다(사진가로서 그녀의 세계적인 명성에 비해 턱없이 낮은 가격이다). 거절당한 〈매셔블〉은 싱클레어가 인스타그램 계정에 공개적으로 올린 사진을 임베드(embed:SNS 콘텐츠를 그대로 구현해 퍼갈 수 있도록 한 기능) 방식으로 그대로 기사에 포함했다. 사진가에게 사진 원고료를 주지 않고도 똑같은 효과를 노린 것이다. 실제로 기사에 임베드 방식으로 구현해 독자들에게는 마치 사진을 정당하게 사서 게재한 것처럼 보인다. 엄밀히 말하면 이 사진은 인스타그램 서버에 존재한다. 싱클레어는 저작권을 침해당했다면서 〈매셔블〉과 모회사인 지프데이비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디지털 플랫폼 회사, 사진가 원고료 착취

싱클레어는 패소했다. 〈매셔블〉은 인스타그램 약관에 따라 자신들은 싱클레어의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법원도 싱클레어가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 때 비독점적이며 양도 가능하다는 하위 저작권에 동의했다고 보았다. 법원 판결에 따르면 싱클레어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공개 사진’은 어떤 매체든 그 이미지를 가져가서 공짜로 자신의 사이트를 꾸밀 수 있다. 이를 막으려면 사진을 ‘자기만 보기’로 설정하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용자가 인스타그램 저작권과 관련한 약관을 거의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사진가들은 인스타그램이 이를 적극 알리지도 않았다고 주장한다. 인스타그램처럼 사진 콘텐츠를 기반으로 성장한 디지털 플랫폼 회사들은 이용자들이 올린 사진으로 돈을 번다. 게다가 직업 사진가들의 원고료까지 간접적으로 착취한다. 기술 발전이 사진계를 황폐화하는 아이러니한 사례다.

기자명 이상엽 (사진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