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맞선 메르켈의 독일
  • 프랑크푸르트∙김인건 통신원
  • 호수 659
  • 승인 2020.05.05 22:5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첫째, 진단검사를 빠르고 광범위하게 실시해 증상이 경미한 확진자를 많이 찾아냈다. 둘째, 노인 확진자 수가 적다. 셋째, 집중치료 병상 다량 확보 등 의료체계가 잘 갖추어져 있다.
ⓒReuter4월20일 독일 드레스덴 시청 자원봉사자들이 시민에게 마스크를 나누어주고 있다.

독일은 4월23일 현재 미국, 스페인, 이탈리아, 영국 등과 함께 확진자 수가 많은 국가다. 독일의 코로나19 확진자는 15만여 명에 달하지만 사망자는 5300여 명으로 치사율(3.5%)이 비교적 낮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유럽 국가 가운데 코로나19에 잘 대응하는 국가로 여겨진다. 독일의 코로나19 치사율은 3월31일까지 1% 이하였다. 최근 높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다른 유럽 국가와 비교해 매우 낮은 편이다. 벨기에가 약 14.9%, 영국과 이탈리아가 약 13.4%, 스페인이 약 10.4%의 치사율을 보이고 있다.

독일 언론은 코로나19의 낮은 치사율에 대한 다양한 분석 기사를 다루었다. 가장 자주 언급되는 것 중 하나는 코로나19 진단검사 횟수이다. 독일 공영방송 ARD의 뉴스 프로그램 〈타게스샤우〉는 4월17일 치사율과 진단검사 수 간의 관계를 언급했다. 진단검사를 빠르고 광범위하게 실시할수록 증상이 경미해서 놓칠 뻔한 확진자 수가 늘어나고 자연스럽게 사망률은 줄어든다. 그뿐 아니라 빠르고 정확한 진단검사는 코로나19 확산 속도를 늦추는 중요한 수단으로 거론된다. 4월 둘째 주까지 독일은 인구 1000명당 20명 이상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았다. 이에 비해 벨기에는 10.5명, 미국은 8.5명, 프랑스는 5.1명, 영국은 4.2명이 검사를 받았다.

치사율과 관련해 자주 언급되는 또 다른 요인은 확진자의 연령대이다. 라디오 방송 ‘도이칠란트풍크’도 4월19일 독일과 달리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치사율이 높은 이유 중 하나로 확진자의 노령인구 비율이 높다는 점을 들었다. 옥스퍼드 대학 연구팀은 여러 세대가 어울려 사는 가족 문화 때문에 이탈리아나 스페인에서는 노인들이 증상이 없는 젊은 사람들에게 쉽게 감염된다는 가설을 세웠다.

노인 확진자 증가로 치사율 높아질 수도

독일의 질병관리본부에 해당하는 로베르트코흐 연구소의 로타 빌러 소장이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한 발언도 소개했다. 그는 “독일의 치사율이 낮은 이유는 아직 노인 확진자 수가 적어서 그런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3월26일 일간지 〈쥐트도이체 차이퉁〉 보도에 따르면 당시 확진자 중 80세 이상 인구 비율은 독일 3%, 한국 4%, 스페인 16%, 이탈리아 18%였다. 같은 기간 각국의 코로나19 치사율은 독일 0.5%, 한국 1.4%, 스페인 4.3% 이탈리아 8.7%를 기록했다.

로베르트코흐 연구소의 4월21일 보고에 따르면 지금까지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가운데 3분의 1이 요양원에서 발생했으며, 요양원 내 확진자 중 약 17%가 사망했다. 여러 언론은 확진자 증가 속도가 줄어든 것에 비해 요양원에 머무르는 노인 확진자가 계속해서 보고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독일의 치사율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좋은 의료체계도 낮은 치사율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4월2일 〈타게스샤우〉의 보도에 따르면 독일은 인구 10만명당 집중치료 병상 33.9개를 보유하고 있어 미국(25.8), 스페인(9.7), 이탈리아(8.6)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또한 독일은 인구 1000명당 일반 병상 수도 6개로, OECD 국가 중 일본(7.8), 한국(7.1)에 이어 세 번째를 차지했다.

독일 정부는 3월23일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병원과 의료진의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특별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에 따르면 각 병원은 산소호흡기가 달린 집중치료 병상 한 개를 새롭게 마련하면 약 5만 유로(약 6700만원)를 지원받을 수 있으며, 코로나19에 대비해 비워둔 일반 병상 1개당 하루 560유로(약 75만원)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독일 병원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 유행 이전에 약 2만8000개의 집중치료 병상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이후 이 숫자를 4만 개까지 늘렸다. 협회는 이런 조치로 병상 수가 늘어난 덕분에 코로나19 이전 70%대였던 집중치료 병상 점유율이 50%까지 낮아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협회 보고 수치에 대한 논란이 일었고 코로나 입원 환자 수가 증가하자, 독일 집중치료응급의학협회(DIVI), 로베르트코흐 연구소, 병원협회는 독일 전역의 집중치료 병상 수와 점유율 자료를 매일 업데이트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4월16일부터 모든 병원은 집중치료 병상 상황을 이 시스템에 보고해야 한다. 누구나 이 시스템을 통해 그날의 지역별 집중치료 병상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4월21일 자료에 따르면 독일에는 총 3만1244개의 집중치료 병상이 있으며 점유율은 약 60%이다. 이 중 50%는 일반 환자가, 10%는 코로나19 환자가 차지하고 있다.

Magazine
최신호 보기 호수별 보기

탐사보도의
후원자가 되어주세요

시사IN 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