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조남진김종헌 성균관대 의과대학 사회의학교실 교수는 “방역은 바이러스를 박멸하는 게 아니라 만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감염병 시뮬레이션은 실제 어떻게 활용되고 있을까. 시뮬레이션 결과를 올바르게 이해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경기도감염병관리지원단 소속으로 코로나19 방역 일선에서 활동 중인 김종헌 성균관대 의과대학 사회의학교실 교수에게 물었다.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예측 모형을 쓰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인가?

수리 모델링을 시작한 건 192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굉장히 간단한 모형인데 SEIR(S:비감염자, E:감염 노출, I:감염자, R:회복 환자)이라는 뼈대는 바뀌지 않았다. 감염병이 유행하면 그 규모를 예측해야 대비할 수 있다. 중환자실이 얼마나 필요할지, 산소호흡기는 얼마나 준비해야 하는지 근거자료가 필요하다.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지금 시행하는 방역 조치를 멈추면 감염자가 다시 증가한다.

일반인들이 오해하는 게 방역은 바이러스를 박멸시키는 대응책이 아니다. 바이러스를 만나지 않도록 회피하는 전략이다. 백신을 맞든, 자연적으로 취득하든 인구집단에 일정 비율 이상 면역이 생겨야 유행이 끝난다. 최근 “코로나19 이전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오고, 정부에서 생활 방역을 준비하는 것도 백신이 개발될 때까지 장기간 끌고 가야 한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백신이 안 나오면 지금 하는 사회적 노력이 모두 무용지물인 건가?

그건 아니다. 치솟는 커브를 눌러서 의료기관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이하로 유지하는 건 중요하다. 그래야 손쓰지 못하고 죽는 환자들을 줄일 수 있다. 코로나19로만 사람들이 죽는 건 아니다. 다른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를 위한 의료 여력도 남겨두어야 한다. 대응 시스템을 준비할 시간을 번다는 의미도 있다.

코로나19 시뮬레이션에서 중요하게 보는 결과값이 있나?

아무래도 Rt가 주요한 참고치다. Rt 값이 계속 올라가면 어딘가 방역이 효과적으로 되고 있지 않다는 의미다. 제대로 된다면 1 이하로 유지되는 게 맞다. 집단감염이 발생하면 현장에 있는 전문가들이 바로 알기는 할 거다. 그런데 한두 명씩 산재해서 생기면 한눈에 잡히지 않는다.

현실적인 방역 대책에 직접적으로 참고하기엔 시뮬레이션 결과가 틀리는 경우도 있다.

그냥 취미로 돌리는 것처럼 보이는 예측들도 있기는 하다(웃음). (감염병 시뮬레이션을 전문으로 하는 연구팀으로 한정해 얘기하자면) 근본적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한 사람이 2.5명을 전파시킬 수 있느냐 3명이냐에 따라 전체적으로 결과가 흔들린다. 지금은 실시간으로 흘러가는 거니까 그런 부분이 계속 바뀐다.

일반인 처지에서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해야 할까?

구체적인 수치를 따지기보다는 방향성으로 보면 된다. ‘지금 경향성이 유지되는 경우 이렇게 갈 거다. 그런데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 정도로 줄어들면 지금은 신규 일일 확진자가 50명 이하 수준이지만 몇십 배 커질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추세를 살피는 게 올바른 접근법이다.

기자명 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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