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김은화씨의 어머니 박영선씨 같은 분을 나도 알고 있다. 그는 많이 먹어도 여간해서 살이 찌지 않는데 그래서인지 다이어트 같은 행위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계속해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일이 없어 쉬는 날엔 집안에서도 끊임없이 무언가를 한다. 된장을 담그든 반찬을 만들든 밀린 빨래를 삶든. 평일에 있는 제사 음식도 혼자 다 하는데 그게 걸려 죄송하다고 하면 “돈 버는 일이 훨씬 중하다”라고 한다. 사회가 늘 그래왔듯 스스로도 자신의 가사노동에 값을 매기지 않는 60~70대 여성이다. 이쯤 되면 독자 누구나 주변에 비슷한 인물이 한 명쯤 떠오르지 않을까.
45㎏. 평생 ‘작고 마른 몸’이 ‘언제나 위태로워 보였던’ 저자 어머니의 구술생애사를 담은 책이다. 1956년 경남 의령군에서 태어나 공장 노동자, 방문 판매원, 만화방, 한복집 주인, 물류센터 노동자, 식당 종업원, 요양보호사 등 11개 직업을 거쳤다. 물론 가사와 육아, 시부모 돌봄 노동을 병행했다. 저자는 ‘일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았던 엄마에게 제대로 된 호칭을 붙여주기로 했다. ‘한 가정을 이끄는 가장이나 생계부양자 같은 호칭은 남성에게만 명예롭게 주어졌다. 나는 여기에 대항해서 당당하게 말하고 싶다. 나는 엄마가 먹여 살렸다고, 아니 살렸다고.’
최근 몇 년, 평범한 사람들의 생애사가 자주 눈에 띈다. 대부분 중장년 여성의 서사다. 한참 동안 주목하지 않았던 (대문자 역사와는 다른) ‘소문자’ 삶의 이야기다. 박영선씨의 이야기도 스펙터클하다. 마산수출자유지역의 노동자로 일하던 10대 시절 언니들을 제치고 조장까지 했던 그가 결혼 후 기지를 발휘해 자영업을 이어가고 애 둘을 건사하면서도 새벽 4시에 일어나 자격증 공부를 한다. 결단하되, 그것에 책임지는 인생 태도는 이혼을 감행할 때도 적극적으로 발현된다. 예순을 넘긴 그는 인생에서 아무것도 이룬 게 없다고 했다는데 과연 그럴까. 정말이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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