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한국의 많은 코로나19 보도는 ‘중계방송’ 수준을 넘지 못했다. 위는 2월19일 동대구역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뉴스 특보를 보는 모습.

팬데믹을 그린 영화 〈컨테이젼〉에서 유일하게 악인으로 묘사된 인물은 ‘기자’다. 각자의 헌신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 다른 전문가들과 달리 기자 앨런 크럼위드(주드 로)는 사회에 단 1%의 기여도 없이 줄기차게 유해하다. 가짜 정보를 퍼뜨리고 희생양을 만들고 부당 이익을 챙긴다. 그를 바라보던 영화 관객의 경멸하는 눈빛이 곧 코로나19 현실 속 기자와 언론을 바라보는 시선과 똑같다.

많은 언론이 하던 대로 했을 뿐이다. 늘 하던 대로 중계방송식 속보 경쟁을 이어갔고, 늘 하던 대로 ‘야마(주제)’를 정해놓고 그에 맞는 재료들을 끼워 맞췄고, 늘 하던 대로 대형 오보를 내고도 사과나 정정보도를 하지 않았다. 전염병이 전 세계에 똑같이 퍼진 탓 혹은 덕에 이런 국내 언론의 관성이 적나라하게 상대평가의 시험대에 올라버렸다. 뉴스 소비자들은 해외 언론 보도와 비교된 한국 언론 보도의 수준을 더욱 참담하게 체감했다. “우리에겐 왜 이런 보도가, 기사가, 언론사가 없을까”라며 탄식했다.

아마 당신도 코로나19 이후, 전보다 더 많이 더 자주 스마트폰으로 포털사이트를 뒤적이고 리모컨으로 텔레비전 뉴스 채널 사이를 이리저리 헤맸을 것이다. 그만큼 정보에 목마르고 뉴스가 필요하고 언론이 소중하다는 의미다. 그 절박하고 귀중한 언론이 왜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국면에서 ‘차라리 없으면 나을 존재’로 인식될 만큼 망가지게 되었을까? 그래도 언론이 필요한 까닭은 무엇이고 언론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주간 코로나19’의 이번 주제 ‘언론’을 다루기 위해 저널리스트와 미디어 연구자 한 명씩을 게스트로 초대했다. 팩트체크 전문 매체 〈뉴스톱〉의 김준일 대표와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소은 선임연구위원이다. 일간지 기자 출신의 김준일 대표는 〈뉴스톱〉뿐 아니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국민TV 〈김준일의 핫식스〉 등에서 코로나19와 관련된 언론 보도의 팩트체크를 자주 맡아왔다. 이소은 연구위원은 4월9일 열린 코로나19 한·미 언론 합동 토론회 ‘바이럴 뉴스:미디어와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에서 ‘코로나19(COVID-19) 관련 정보 이용 및 인식 현황’ 연구 결과(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 이슈〉 6권2호)를 발표했다. 김명희 시민건강연구소 상임연구원(예방의학 전문의),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감염내과 전문의·경기도 코로나19 긴급대책단 공동단장)도 함께 코로나19 이후 보거나 겪은 언론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시사IN 윤무영왼쪽부터 임승관 안성병원장, 이소은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김준일 〈뉴스톱〉 대표, 김명희 시민건강연구소 상임연구원.

코로나19 이후 일상이 어떻게 변했나?

김준일:솔직히 말하면 별로 변한 게 없다. 하던 일을 계속하고 있다. 코로나19와 관련된 팩트체크가 좀 더 늘었을 뿐이다. 주변 사람들의 일상이 격하게 변하는 모습을 관찰자 입장에서 보고 있고, 또 국내외 언론 보도를 많이 읽으면서 ‘앞으로 정말 BCAC(Before Corona, After Corona)가 되겠구나’를 실감하고 있다. 아직 완전히 위기가 극복되지는 않았지만 코로나19 이후를 어떻게 설계할지 저널리스트들이 전문가 입을 빌려서라도 대안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소은:대학에서 미디어 이용에 관한 연구를 하다가 작년 말 한국언론진흥재단에 들어왔는데, 들어오자마자 하는 일이 거의 다 코로나19와 관련 있다. 처음 수행한 설문조사, 〈신문과 방송〉 기획회의에서 처음 기획한 커버스토리, 재단에서 진행하는 기획조사가 모두 감염병 보도와 관련된 것이었다. 나뿐 아니라 미디어 연구자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무엇을 연구해야 하는지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 같다.

김명희:코로나19가 터지면서 언론 인터뷰를 많이 한다. 꼭 이번에만 그런 건 아니지만 기자들이 ‘답정너’로 많이 물어본다. ‘넌 이 한마디만 하면 돼’를 요구한다는 사실을 어느 순간 깨달았다. 질문 내용도 안타까울 때가 많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답이 정해지기 어려운 문제, 이를테면 ‘학교 개학을 할 거냐 말 거냐’ 같은 것들이다.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전문가들도 판단을 못 내리는데….

임승관:나도 언론의 취재원이 되는 처지에서 ‘휴교를 해야 하느냐’ ‘자가격리를 어떻게?’ ‘마스크는 어떻게?’처럼 현상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원리를 설명하는 기사, 이해력을 높이는 기사, 상황 전반에 대한 개론을 알려주는 저널리즘이 더 활성화될 수 없는지 의문이 들었다. 신문·방송 인터뷰를 할 때 질문을 사전에 10개 받으면 솔직히 그중 7~8개는 답변하고 싶지 않고, 이런 얘기를 왜 해야 할까 싶은 질문이다.

쏟아지는 코로나19 뉴스 속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보도가 있나?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김준일:저널리즘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인데, 모든 기사가 하루 단위로 다 소비돼버린다. 쌓이는 게 없다. 어제와 오늘이 달라지는 급변 상황이라면 그것을 한눈에 볼 수 있게 쌓아두는 웹페이지라도 만들 필요가 있다. 오늘 몇 명 죽었고 몇 명 확진자가 늘었고, 늘 하듯 이런 식으로만 소비되니까 나중에 의미 있는 기사를 찾아보려 해도 별로 없고 한눈에 조감하기도 어렵다. 나처럼 뉴스를 많이 알고 소비하는 사람도 어려운데 다른 사람들은 얼마나 혼란스러울까.

이소은:언론 보도보다 오히려 시민들이 만든 인터랙티브 애플리케이션 같은 게 더 기억에 남는다. 〈뉴욕타임스〉 같은 해외 언론도 시각 요소를 잘 활용해 감염 루트 등을 알려주는 보도를 해 인상적이었다. 제가 재단의 오세욱 박사와 함께 연구한 ‘코로나19 관련 정보 이용 및 인식 현황’ 조사에서도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홈페이지를 주요한 코로나19 정보 경로로 이용한다’는 비율이 높게 나왔다. 시민이 직접 만든 ‘코로나 맵’처럼, 기존 미디어의 매개 없이 정보에 접근하려는 사람이 많고, 높은 품질의 결과물로도 나올 수 있으며, 그걸 만들 수 있는 공공데이터 기반이 마련돼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주목할 만한 사례라고 생각한다.

김명희:〈뉴욕타임스〉 기사 두 개가 인상적이었다. 코로나19가 어떤 식으로 전파될 수 있는지를 굉장히 과학적 완성도가 높으면서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는 기사가 하나 있었다. 그때는 미국에서 크게 유행하지도 않을 때였다. 또 하나는 노동자 중 어떤 사람들이 코로나19의 위험에 특히 노출될 수 있는지를 그래프 등 시각 요소로 표현해, 그림만 딱 봐도 보호받아야 할 사람이 누군지 한눈에 알 수 있게끔 했다.

그에 비해 한국의 많은 코로나19 보도들은 중계방송 수준을 넘지 않았다. 시민들이 그래서 뭘 해야 하고 어떤 지식을 얻어야 하는가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물론 해외에도 ‘쓰레기 언론’은 많고 우리한테는 한번 걸러서 오는 것이겠지만 그런 차이가 컸다. 한국은 특히 〈중앙일보〉가 혁혁한 공을 많이 세웠다. 자기분열적인 기사 내용과 정파적 해석이 돋보였다.

임승관:〈중앙일보〉의 한 논설위원이 쓴 이른바 ‘의료사회주의’와 ‘의도적 검사 축소’ 의혹 기사를 보고 참 슬펐다. 총선을 앞두지 않았다면 좀 달랐을까. 이후 정정보도 같은 건 없었나?(일동 “없었죠.”) 언론 보도로 정부의 방역 정책에 위해를 끼치는 정도라면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사안이 아닌가 싶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좋은 기사는 이용자 관점에서 교육적인 기사라고 생각한다. 팬데믹은 이런 거고 우리는 앞으로도 이런 일을 겪을 것이며 신종 바이러스란 건 왜 어려운 것이고… 이런 걸 설명하는 기사다. 경기도 코로나19 긴급대책단에서 보건학 석박사 연구원들, 공중보건 의사들을 팀으로 만들어 가장 먼저 한 일이 그 〈뉴욕타임스〉 기사를 읽어보게 한 것이다. 다른 교육자료보다 훨씬 나아 보였다. 그 안에 다양한 그림과 표를 잘 읽어내면 코로나19를 충분히 이해해낼 수 있는 기사였다. 한국의 보도도 그런 면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중계방송에 머물고 독자들로 하여금 코로나19를 스스로 이해하고 사유하게끔 만들어주지 않는 것 같아서 아쉬웠다.

〈중앙일보〉의 한 논설위원이 쓴 ‘의료사회주의’와 ‘의도적 검사 축소’ 의혹 기사(위)는 많은 비판을 받았다.

코로나19 국면에서 ‘뉴스를 많이 볼수록 불안해진다’는 목소리가 많이 들렸다.

이소은:정보의 리던던시(redundancy:불필요한 중복) 문제를 반드시 짚고 싶다. 이용자 조사에서 분석해보니 코로나19 정보를 얻는 다양한 경로 중 텔레비전과 인터넷 포털의 이용 비중이 높을수록 사회적 신뢰의 하락 정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 내용과도 물론 관련되겠지만, 정보의 양 자체가 주는 불안감 또한 있을 것이라 본다. 이용자로서는 정보탐색의 적극성이 높은 상황인데 내가 알고 싶은 건 해결이 안 되고, 미디어에는 반복적이고 자극적인 이슈만 나오니 더 불안한 것이다.

감염병 국면에서 이용자들은 뉴스를 내 일로 인식하는 비중이 상당히 크다. 마스크를 어디에서 사야 하는지, 재사용해도 되는지, 코로나19 증상이 어떤지, 얼마나 아프면 병원에 가야 하는지 그런 내용을 다룬 기사가 초반에 안 나왔다. 오히려 ‘중국인 입국을 금지할 거냐’ 같은 거시적인 문제를 짚었다. 개개인이 각자도생의 문제를 느끼는 상황에서 생활밀착형 정보 욕구를 충족해줄 만한 게 별로 없었다. 증상 분류 앱을 군의관이 만드는 등 언론이 해야 할 역할을 시민사회에서 대신 했다. 개별 이용자의 정보 욕구에 대해 언론이 좀 둔감했다.

김준일:정보의 양과 관련해 한국기자협회 자료를 하나 가져왔다. 두 달여간 국내 18개 일간지·경제지가 보도한 기사 중 ‘코로나’ 단어가 들어간 기사가 6만 개 정도 된다. 하루에 1000개 정도 나온 꼴이다. 〈조선일보〉는 전체 생산된 기사의 34.46%에 ‘코로나’가 들어갔다. 그다음이 〈중앙일보〉 25.05%, 〈한국일보〉 20.94%이다. 〈조선일보〉는 정부가 ‘심각’ 위기 경보를 낸 다음 날부터 기사 두 건 중 한 건에 ‘코로나’가 들어가 있다. 이렇게 어마어마하게 많이 썼다는 건 해석의 여지가 있다. 2018년 즈음 〈미디어오늘〉이 ‘최저임금’ 단어가 들어간 기사 수를 조사한 결과, 〈한국경제〉가 1000여 건으로 1위를 했다. 하루에 3건꼴로 썼다. ‘최저임금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 ‘최저임금 때문에 뭐가 안 된다’ 등 어떤 이슈든 최저임금으로 설명한 것이다. 이처럼 코로나19로 모든 문제를 설명하려 했고 그 현상이 보수 신문에서 유독 나타난다는 사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연합뉴스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에 대한 국민 신뢰도는 매우 높다.

언론은 주로 뉴스 소비자의 ‘클릭 수’를 통해 독자의 요구를 읽고 다음 보도에 반영한다. 그래서 이런 변명이 가능하다. ‘코로나19에 관한 심층 정보성 기사, 대안을 제시하는 기사는 품만 많이 들고 막상 관심을 많이 못 받는데 코로나19 관련 정쟁·갈등을 다룬 뉴스는 독자들이 굉장히 많이 클릭하더라. 우리가 욕먹으면서도 계속 그런 뉴스를 생산하는 까닭은 그것을 소비자들이 좋아하기 때문이다.’

김준일:지금처럼 포털사이트로 모든 뉴스가 유통되는 시스템 아래에서는 답이 없다고 생각한다. 선정적이고 파편화되는 방식으로 갈 수밖에 없다. 심혈을 기울인 기사에 손이 안 가는 이유는, 포털사이트 자체가 이슈를 모아놓고 진열하는, 방식 자체가 그렇게 돼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보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의 저널리즘 신뢰도가 가장 낮은 이유는 소비자들이 언론사 홈페이지에 들어가지 않아서다. 국제적으로 저널리즘 신뢰도와 언론사 홈페이지 이용률 간의 상관관계가 뚜렷이 나타난다. 로이터 저널리즘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저널리즘 신뢰도가 4년 연속 꼴찌인데 한국의 언론사 홈페이지 직접 방문율도 4%로 꼴찌다. 100명 중에 96명은 네이버나 다음에서 본다는 얘기다. 핀란드가 60% 정도 된다. 이런데 무슨 신뢰관계가 생기고 좋은 기사를 찾을 수 있겠나. 이걸 깨지 않으면 똑같은 얘기가 계속 반복될 것이다.

이소은:글쎄, 이용자가 늘 선정적인 걸 보는지 아니면 선정적으로 낚으니까 보는지는 논쟁의 역사가 유구하고 이 자리에서 결론 내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 뉴스뿐 아니라 전체 미디어 이용자를 연구하는 입장에서 코로나19를 계기로 전체 미디어 이용량이 증가하고 뉴스 이용시간과 빈도도 올랐다는 데 주목하고 싶다. 코로나19 관련 뉴스 이용 조사에서 나온 흥미로운 결과 중 하나가, ‘코로나19와 관련해 유용하고 심층적인 정보를 어디에서 제공해주느냐’고 물었을 때 소셜미디어라고 답한 비율이 예상보다 낮게 나왔다. 반면 지상파 텔레비전이나 정부·지자체 홈페이지 등 생산 주체가 누군지 정확히 알 수 있는 경로에 긍정적으로 평가한 비율이 80~90%로 높았다(〈그림 1〉 참조). 그런데 ‘대응을 잘하고 있느냐’라는 질문에는 나 자신, 의료기관, 정부, 확진자 등 7개 주체 가운데 언론이 꼴찌에서 두 번째로 긍정 응답이 낮았다(‘나 자신’이 가장 높고 ‘확진자 또는 유증상자’가 가장 낮았다).

이 원인이 뭘까. 나는 코로나19처럼 특히 정보 욕구가 높아진 상황에서 개별 보도 자체에 대한 평가와, 집합으로서 혹은 그것을 생산해내는 언론에 대한 평가와 시선이 상이하다고 느꼈다. 이용자 처지에서는 뉴스 보도가 유일하게 믿을 수밖에 없는 정보이긴 하다. 어쨌든 텔레비전에서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질본) 본부장의 발표가 생방송으로 나오니까 그거는 믿지만, 그렇다고 언론이라는 집합체가 잘 대응했다고 보지는 않는 괴리가 발생한다.

그 괴리에는 이제껏 문제 제기, 비판에 집중해오던 언론의 태도도 한몫했다고 본다. 한국 언론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발굴해서 제기하고, 정부 반대편에 서서 비판하고 정치적으로 투쟁하는 전통의 저력을 더 많이 쌓아왔다. 그런데 지금 같은 상황에서 그 전통보다는 다른 자세가 더 필요해 보이는 것이다. 다른 비교 집단인 정부, 지자체, 의료진은 다 코로나19 앞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언론은 직접적으로 방역도 안 하고 사람도 안 살리는데 옆에서 “못하고 있어, 왜 더 잘 못해?”라고 훈수만 두고 있다고 이용자 시각에서는 볼 수 있다.

언론 처지에서 ‘문제 해결형 기사는 인기가 없다’고 하지만 어떻게 보면 코로나19 국면처럼 평소보다 뉴스 이용자, 이용 시간, 이용 매체 수가 늘어나고 적극성이 높아졌을 때 오히려 더 적극적인 시도를 해볼 수 있는 시기가 아닐까. 새로운 기회로 만들 필요가 있지 않을까.

김준일:저널리스트의 신뢰도 저하는 사실 전 세계적 현상이다. 최근 에델만(글로벌 PR 기업)에서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상황에서 누구를 가장 신뢰하는지 설문조사를 벌였는데, 1위가 과학자이고, 꼴찌가 저널리스트였다. 꼴찌에서 두 번째가 정부, 그 바로 위가 뉴스미디어였다. 뉴스미디어보다 저널리스트 개인을 더 안 믿는 거다. 과학자들은 이럴 때 비교적 신중하게 말하고, 정제된 단어를 사용하니까 신뢰가 높게 나타나는 것 같다. 앞으로 이런 전염병이 자주 일상화된다면, 언론사 안에서 신뢰할 만한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해낼 만한 과학자 같은 전문가를 키우는 걸 고려해야 한다. 정은경 질본 본부장 정도는 아닐지라도, 최소한 고급 정보를 본인 능력으로 검색해서 찾을 수 있는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 같은 곳에서도 이 고민을 같이해야 한다.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되는 허위 정보가 실제 방역에 해를 끼치고, 더 나아가 감염병을 확산시키기도 할까?

김명희:예를 들면 ‘투표장 갔을 때 비닐장갑을 끼면 미끄러져서 잘못 찍게 되니 노인들 사이 비밀장갑 벗으라는 카톡이 돌았다’라는 보도가 있었다. 그런데 내용이 거기에서 끝이었다. 그게 아니라고 써줘야 할 거 아닌가. 그게 사실이 아니고 비닐장갑을 벗으면 감염 위험이 있다는 정보도 같이 나와야 하는데 ‘이런 카톡이 돌았다’는 캡처 사진만 보도됐다. 그게 맞는지 틀리는지 이야기를 안 해주고 보도하면 결국 그 카톡 내용을 또 확산시키는 거다. 대표적으로 사람들을 위험에 빠트리는 기사인 것 같다.

이소은:잘못된 정보를 확대 재생산하는 잘못을 레거시 미디어(전통 매체)도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가짜 정보를 접하지 않았던 사람도 오히려 ‘이런 정보가 퍼지고 있어’까지만 헤드라인으로 보고, 나중에 정확히 기억하지 않고 ‘아 맞다, 뉴스에서 그런 이야기가 있었는데’ 이럴  여지가 있다. 팩트체크 전문 보도 등 언론의 책임과 역할을 되짚어보는 논의가 좀 더 많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김준일:사실 검증 없이 코로나19 신약 개발이나 백신 개발 착수 등 무분별하게 쏟아진 뉴스도 위험해 보였다. 기업들이 보도자료를 뿌리고 언론이 그대로 받아쓰고 이게 해당 기업 주가에 그대로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너무 많다. 〈뉴스톱〉에서 팩트체크한 것 중 하나는, 옷에 붙이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다고 홍보한 어떤 제품이었다. 7개 기관이 개발에 참여했다고 홍보했는데 확인해보니 그중 5군데가 개발에 참여한 적이 없다고 했다. 언론은 능력이 안 되니까 사실인지 아닌지, 무슨 의미인지 모르고 기업의 보도자료를 그대로 다 받아쓴다.

이번에 외신 보도를 국내 언론을 거치지 않고 직접 이용하는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국내 언론과의 비교도 잦았다. 적극적 정보 이용의 현상일까, ‘국산’ 뉴스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져서일까?

이소은:둘 다 아닐까? 못 믿는 것도 있고 마음에 안 드는 것도 있을 거고, 그래서 외신을 더 찾게 되는 게 아닐까. 한편으로는 정보를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더 교정하려는 욕구도 있는 것 같다. 코로나19 정보 이용에 관한 이번 조사에서 이용 매체들끼리 양(+)의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이용자가 하나를 이용하면 다른 것도 더 많이 이용하고, 좋게 평가하는 사람은 다른 경로도 좋게 평가했다. 뉴스를 많이 보는 사람이 다른 경로로도 더 많이 보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는 외신을 보는 것도 대안적인 경로 중 하나로, 적극적인 사람들이 접근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김명희:사람들이 코로나19와 관련된 외신을 적극 번역해서 소개했는데, 대다수가 한국에 대한 평가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국내 언론은 한국 정부를 비판하는데 외국에서는 이렇게나 평가가 좋다’라는 증거로 많이 활용됐다. 또 한국 특유의 그런 문화 있지 않나, 외국의 승인을 통해 나의 존재를 인정받는 것. 단순히 정보가 필요해서가 아니라, ‘내가 듣고 싶었던 얘기가 바로 이거야’라는 표현을 외신을 통해 나타내는 것 같다.

김준일:전 세계 뉴스 미디어 신뢰도가 낮은 와중에도 차이가 있다면 〈뉴욕타임스〉 기사 등 그래도 돋보이는 기사가 한두 개 정도는 있는 점이다. 그게 공유가 되고 눈에 띄고 참고가 된다. 한국 저널리즘의 아픈 지점은 바로 이것이다. 이를테면 국내 1등이라는 어떤 신문이나 방송사들도 이런 ‘랜드마크 보도’를 못 만들어낸 것이다. 아픈 현실이다.

감염병 시대 언론의 역할은 무엇이어야 할까? 중립 보도일까, 비판 보도일까, 솔루션 보도일까, ‘국뽕’ 보도일까?

임승관:언론은 주로 코로나19의 ‘현재’를 다뤄왔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중계방송과 같은 보도였다. 현재의 상태를 아무 해석 없이 그대로 전달하는 것도 문제이고, 때로는 정파적 이익에 치우쳐 건강하지 않은 비판이 작동하는 보도 때문에 두 달여간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했다. 그래서 차라리 과거를 얘기하고 리뷰해보면 어떨까 했고, 이 ‘주간 코로나19’ 기획을 제안했던 맥락이기도 하다. 덧붙여 미래도 얘기하고 싶다. 계획, 작전, 준비해야 하는 일을 미디어와 얘기하고 싶을 때 통로가 거의 없다. 올지도 안 올지도 모르는 미래에 대해 듣는 걸 독자나 시청자가 별로 원하지 않는다고 언론인들이 느끼는 것 같다. 우리 같은 전문가들은 담론화·의제화가 필요할 때 평소라면 학술적인 방법, 정책적인 방법으로 기획할 텐데 지금은 학계나 정부나 지자체도 그리 여력이 없는 상태다. 마지막 돌파구가 언론이겠다고 생각하는데, 언론을 접촉했을 때도 미래 얘기를 싣자고 하면 언론인들이 동의를 잘 못하더라. 팬데믹은 결국 미래에 대한 대비인데, 저널리즘조차 제한적이라는 사실이 아쉽다.

김준일:‘기레기’에 대한 변호를 잠깐 하겠다. 방역 관련 비판 보도가 굉장히 많았는데 그게 어떻게 보면 한국이 잘 대처한 결과에 요만큼의 작은 퍼센티지는 기여했을 수도 있다. 물론 가장 중요한 요인은 정부였다. 각국의 정부를 비교해보면 대응능력에서 하늘과 땅 차이임이 비교가 되는데, 여기에 언론의 알람·경보도 상당히 영향을 줬을 것이다. 이를테면 일본 같은 경우 언론이 기능을 못했다. 일본 정부도 약간 무능한데 언론도 비판 안 하고, 문제라고 말을 하지 못했다. 아직 진행형이므로 평가 내리기가 위험하지만, 한국의 언론은 정파적인 이유가 됐든 어쨌든 난리를 쳤다. 사람이 왜 죽었냐, 확진자가 왜 나왔냐 예민하게 반응했고 그게 방역에 영향을 미쳤다. 모든 정부 비판 보도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고, 모든 ‘국뽕’ 보도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또한 코로나19가 아직도 진행 중이긴 하지만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이냐’에 언론이 주목해야 하는 시기가 온 것 같다. 어쩌면 강제로 노동 없는 사회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굉장히 많은 상상력과, 의학뿐 아니라 사회학 등에 걸친 융합적 연구가 필요한 시대다. 언론이 주도는 못해도 같이 참여해서 담론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김명희:포스트 코로나19 사회가 어떤 모습일지 바로 답을 줄 순 없더라도 최소한 어느 부분을 봐야 하고 어떤 프레임으로 가야 한다는 정도의 방향은 언론이 좀 제시해줄 수 있지 않을까. 언론이 그걸 그려주면 각기 전문 영역 안에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시사IN〉 기자를 보며) 해주세요(웃음).

이소은:코로나19 정보 이용자 조사에서, 상반된 두 가지를 제시해놓고 언론이 어떻게 보도해야 할지 물었을 때 나온 결과가 말해주는 바가 분명히 있다. 불확실한 정보를 신속하게 보도하는 것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확실한 정보를 보도하길 원했고, 공식 발표가 늦어져서 불확실하더라도 먼저 보도하기보다 유언비어 확산 방지를 위해 공식 발표를 기다리기를 언론에 요구했다(〈그림 2〉 참조). 언론이 기존의 ‘문제 제기형’보다 ‘문제 해결형’으로 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는데, 지금 이 시기가 어떻게 보면 적극적으로 시도해볼 수 있는 때 같다. 솔루션 저널리즘의 새 국면이 열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또 하나는, 최근 뉴미디어에 위협을 받아온 레거시 언론의 역할과 가능성을 다시 생각해보는 시기라는 것이다. 소셜미디어나 개인 블로그, 소위 이용자 참여 기반의 미디어 비중이 높아지다 보니 기성 언론이 조바심을 많이 냈고 이런 환경 변화에 맞추기 위해 어떻게 유연하게 대응할지 궁리해왔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에서 매스미디어로서 언론의 역할을 다시 되돌아보는 계기가 만들어지지 않았나. 프레이밍, 게이트 키핑, 프라이밍 등 매스미디어가 담당했던 역할 중 코어(핵심)가 무엇이었는지 다시금 깊이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내 안전이나 생명과 직접 연결되어 있는 중요한 이슈를 접할 때 사람들은 이제 매체를 구분하려고 한다. 이용자는 ‘정말로 믿을 수 있는 매체가 있느냐’는 질문을 할 것이다. 그 질문에 “우리입니다”라고 자신 있게 답변할 수 있는 언론이 얼마나 될까. 코로나19 국면이 기성 언론에 이런 고민을 다시 하게 했다.

기자명 변진경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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