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이명익

"여기가 원래 약제실이 아니거든요. 급하게 공간을 만들다 보니까 처음에는 그냥 바닥에 약을 펼쳐놓고 일했어요. 제가 3월1일 성서 동산병원에서 파견 왔을 때만 해도 그랬어요. 이 약장은 물류파트에서 얻어다 주신 책장이고, 저기 냉장고랑 ATC(자동조제기계)도 기부받은 거예요. 그래도 지금은 나름대로 체계가 잡힌 거죠. 병동에 들어가는 선생님들이 교대할 때 여기서 약을 받아서 들어가요. 환자 한 분이 여러 약을 드실 경우에는 간호사 선생님이 일일이 이름을 확인하고 골라서 드려야 하는데, 고글에 김이 서려서 글씨가 잘 안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희가 아예 환자마다 한 봉투에 약을 넣고 묶어서 드려요. 환자도 약이 필요하지만 간호사 선생님들도 파스나 타이레놀을 엄청 많이 찾아요. 방호복을 입으면 숨이 잘 안 쉬어지고 머리가 아프니까. 그렇게 고생하시는 선생님들에 비하면 저희 일하는 건 훨씬 낫죠. 저는 그래도 꽃 피는 건 봤어요. 여기에서 딱 하나 열리는 창문이 있는데, 거기로 뜰에 있는 벚나무가 보이거든요."

기자명 나경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did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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