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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보였다. 파도 소리 사이로 떨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배가 침몰되는 거 같아요. 제주도 가고 있었는데….”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를 기록한 다큐멘터리 〈부재의 기억〉(감독 이승준) 첫 장면이다. 사고 당일 해양경찰청 상황실과 청와대 핫라인을 비롯해 해양수산부·안전행정부·국정원 등과 주고받은 11개 전용회선의 녹취록을 구해 기사를 쓴 적 있다. 6년이 지났지만 내가 잊을 수 없는 목소리도 다큐멘터리에 나온다. “그러면 여기 지금 VIP(대통령) 보고 때문에 그런데…” “다른 거 하지 말고 영상부터 바로 띄우라고 하세요”. 박근혜 청와대 국가안보상황실 상황반장의 전화 목소리다. 그 소름 끼치는 청와대 직원의 목소리는 박근혜 육성이나 다름없었다. 2014년 4월 그날 그 바다에 국가는 없었다. 그날 대한민국에는 컨트롤타워가 없었다. 해외 언론은 인재라고 보도했다. 한국은 ‘재난 국가’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이번에 국가가 있다, 정부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야당 소속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말이다. 2020년 우리는 감염병이라는 또 다른 재난을 겪고 있다. 외신은 이번에는 ‘방역 모범국’이라며 집중 조명하고 있다. 정부만 잘해서 그런 게 아니다. 청와대, 질병관리본부, 의료진, 병원 내 그림자 노동자, 자원봉사자, 사회적 거리두기에 충실한 시민까지 제몫을 다하고 있다. 2020년 최일선에서 사투를 벌이는 우리 모두를 기록하고 싶었다. 이명익 사진기자와 나경희 기자가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을 취재했다. 그곳은 ‘작은 대한민국’이었다. 이 기자는 지하 2층 전기팀 직원까지 찾아 카메라에 담았다.

이렇게 기록을 해도 왜곡하는 이들이 있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단식 중인 부모들 앞에서 폭식 조롱을 일삼기도 했다. 진상규명이 제대로 되지 못한 탓이다. 참사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검찰에 해경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빼라는 지시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윤석열 검찰은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을 꾸려 ‘백서를 쓰는 심정’으로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고발당한 황 대표도 수사 대상이지만 아직 별다른 수사 진척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다.

황 대표와 같은 당 차명진 후보는 또다시 입에 담지 못할 발언으로 세월호 유족들을 폄훼했다. 이미 혐오 발언 ‘전과’가 있는 그를 미래통합당은 후보자로 공천했다. 차 후보의 말에서 6년 전 그 목소리가 겹쳐 떠올랐다.

6주기다. 고 김관홍 잠수사의 부인 김혜연씨의 목소리가 〈부재의 기억〉 마지막을 장식한다. “남편이 남긴 마지막 말 다시 반복하고 싶습니다. 뒷일을 부탁합니다.” 4월15일 투표소에 가기 전 유튜브에서 〈부재의 기억〉을 검색해보시라.

기자명 고제규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unjus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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