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3월25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대구 북부센터에서 소상공인이대출을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코로나19는 감염병 재난과 동시에 경제 재난을 몰고 왔다.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 이후로 소비가 크게 위축됐다. 자영업자들이 겪은 피해가 심각하리라고 누구나 짐작한다. 피해의 규모가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인지, 어떤 업종이 피해가 심각하고 어디가 반사이익을 봤는지는 짐작만으로 알기 어렵다. 정부가 자영업 지원대책을 만들려 해도 피해 규모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알 필요가 있다. 〈시사IN〉은 서울시 빅데이터캠퍼스 데이터를 이용해서 자영업이 직면한 경제 재난의 크기를 데이터로 확인했다. 이를 통해 서울 코로나19 경제 재난 지도를 그릴 수 있었다.

서울시는 점유율 1위 업체인 신한카드(서울 점유율 20.1%)와 제휴하여 서울시내의 카드 사용내역 데이터를 축적했다. 백화점 등 대형 매장과 동네식당 등 영세 자영업자의 카드 매출이 모두 잡힌다. 코로나19 유행 이후의 카드 사용내역과 전년 같은 기간의 사용내역을 비교하면 구체적인 피해 규모를 평가할 수 있다. 신한카드는 데이터를 보정하여 전체 카드 사용량을 추산한다. 체크카드는 포함되고, 현금은 빠진다. 즉, 앞으로 나올 데이터는 서울시내에서 사용된 모든 카드사의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내역을 추산한 결과다.

2월17일은 신천지 집단감염을 촉발시킨 ‘31번 확진자’가 양성 판정을 받은 날이다. 이날 이후 3월29일까지 6주 동안의 카드 사용내역을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했다. 비교를 위해 2월17일 이전 1주일 치도 분석했다. 그래서 분석 기간은 ‘31번 이전’ 1주와 ‘31번 이후’ 6주를 합쳐 총 7주다. 위 〈그림 1〉이 그 결과다. 단 7주 만에, 매출 1조6600억원이 증발했다. 비율로 따지면 매출의 14.7%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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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현실은 숫자가 주는 인상보다 더 참혹하다. 첫째, 직원 5인 미만 영세 자영업자의 70% 안팎은 소득이 노동자 평균임금에도 못 미친다(2018년 중소기업연구원 보고서 〈소상공인 과밀수준 어느 정도인가?〉). 한계선상에서 버티는 이들 자영업자에게 매출의 14.7%는 생존과 파산을 가르는 숫자다. 둘째, 이 숫자는 카드를 받는 서울 모든 매장의 평균치다. 개별 매장이 받은 매출 타격은 당연히 들쭉날쭉하다. 이 중에는 약국 등 ‘코로나19 특수’를 누린 매장도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도 평균 14.7%가 사라졌다.

셋째, 이 숫자는 집단감염 폭발 이전 데이터까지 포함된 7주 평균치다. 집단감염 폭발 이전인 2월10~16일 1주일 동안은 전년 대비 매출 488억원(3.1%)이 빠졌다. 집단감염 폭발 이후에는 이만큼 빠지는 데 단 하루면 충분했다. 가장 타격이 심각했던 2월24일부터 3월1일까지 2주 동안에 7261억원(21.7%)이 증발했다. 하루 519억원꼴이다. 집단감염 폭발 이전에도 충분히 가혹했던 위기는, 집단감염 폭발 이후 일곱 배 농축된 재난으로 진화했다.

재난은 평등하지 않다. 매출 타격도 평등하지 않다. 신한카드는 사업장들을 13개 업종으로 대분류하고, 이걸 다시 63개 상세업종으로 소분류한다. 분석 대상 기간인 7주 동안, 어떤 업종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을까. 그 결과가 〈그림 2〉다. 식당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요식·유흥 업종에서 6517억원이 사라졌다. 백화점을 안 간다. 유통업에서 2462억원이 사라졌다. 학원을 안 보낸다. 교육·학원에서 2416억원이 사라졌다. 기본재화인 의식주 중에서도 옷은 안 산다. 의류·잡화에서 1714억원이 사라졌다. 헬스클럽과 극장이 초토화됐다. 스포츠·문화·레저에서 1412억원이 사라졌다. 반면 재난을 맞아 음식과 음료는 평소보다 더 사서 쟁여둔다. 음·식료품에서 490억원이 늘었다. 그리고 시민들은 놀라운 기세로 차를 샀다. 자동차에서 1072억원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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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은 폭탄, 대형마트는 호황

이렇게만 보면 식당의 피해가 가장 심각해 보인다. 하지만 그렇게만 볼 수는 없다. 업종별로 매출 규모가 다르다. 요식·유흥 업종은 액수로는 가장 큰 피해를 봤지만, 매출 감소율은 21%로 13개 대분류 중 6위다. 더 분명한 사례는 의료다. 의료 매출은 액수로는 1044억원이 줄었다. 낙폭이 크다. 의료는 지출규모 자체가 워낙 커서, 매출 감소율로 보면 5.6%로 나름 선방했다. 개별 영업장이 얼마나 고통받는지 알려면 비율을 함께 봐야 한다. 매출액 증감분과 매출 증감 비율을 한 그래프에 그려봤다. 〈그림 3〉이다. 가로축은 매출액 증감분이다. 세로축은 매출 증감 비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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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액이 쪼그라든 비율로 보면 여행·교통이 가장 컸다. 49%가 빠졌으니, 업종 전체가 말 그대로 반토막이 났다. 코로나19 경제 재난의 최대 피해자다. 교육·학원은 39.5%가 빠져서 감소율 2위다. 교육·학원은 매출 감소액순으로도 3위여서, 고통의 강도와 규모가 모두 큰 업종이다. 의류·잡화는 35.5%가 빠져서 3위다. 그 뒤로 미용과 스포츠·문화·레저와 요식·유흥이 따라온다. 이렇게 6개 업종은 20% 이상 매출이 줄었다. 전체 평균 14.7%와 비교해 더 고통이 컸다.

이제 63개 상세업종 분류를 이용해 더 구체적으로 접근해볼 차례다. 매출 감소액이 300억원 이상인 동시에, 매출 감소율이 30% 이상인 업종을 추렸다. 모두 5개였다. 여기에 매출 감소액이 2000억원이 넘는 초대형 피해 업종 둘을 추가해 ‘7대 재난 업종’을 선정했다. 63개 상세업종 중 조금이라도 매출 증가를 보인 업종은 모두 10개다. 이 중에서 매출 증가액이 가장 높은 업종 둘을 골라 ‘2대 수혜 업종’을 선정했다. 〈그림 4〉다. 2019년 대비 2020년에 떨어진 낙폭이 클수록, 그 업종에서 줄어든 매출액이 크다. 오른쪽에는 매출 감소율과 증가율이 적혀 있다. 감소율이 클수록 고통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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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콘도(대분류 여행·교통) 사업은 매출이 44.5%가 빠졌다. 학원 사업(교육·학원)은 40%가 빠졌다. 의복·의류(의류·잡화) 사업은 39.3%가 빠졌다. 이들은 평균 40%의 매출 손실을 7주 동안이나 겪고 있다. 대기업 매장이 아닌 한, 이 추세를 감당할 수 있는 개인사업자는 사실상 없다. 한식(요식·유흥)은 가장 많은 사업장이 몰려 있고 매출도 가장 크다. 매출 감소율도 22.6%로 상당하지만, 감소액은 3091억원이나 된다.

유통업에서는 백화점과 할인점·슈퍼마켓이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백화점은 대표적인 재난 업종이다. 2231억원이 빠져서 한식에 이어 2위다. 비율로도 26.6%가 빠졌다. 반면 사람들은 대형마트와 슈퍼로 가서 물건들을 쟁여둔다. 할인점·슈퍼마켓은 매출액이 386억원 늘어 2위다.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을 입은 자동차 판매 업종 하나만 할인점·슈퍼마켓보다 위에 있다. 의료업에서도 가장 지출 비중이 큰 업종이 종합병원이다. 의료 업종 특유의, 빠지기는 하지만 무작정 줄일 수는 없는 사정이 수치로도 나타난다. 종합병원 매출은 15.1% 감소했다. 액수로는 615억원이 빠져서 63개 상세업종 중 6위다.

재난으로 가장 고통받는 지역은 어디일까. 〈그림 5〉는 서울의 25개 구별로 얼마나 매출이 빠졌는지를 나타낸 표다. 지역별로 보면 ‘코로나19 특수’는 존재하지 않는다. 25개 구 모두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이 떨어졌다. 강남구의 매출 감소가 가장 크다. 2652억원이 빠졌다. 그 뒤를 중구(1629억원), 송파구(1325억원), 서초구(1030억원)가 잇는다. 1000억원 넘게 증발한 곳은 이 네 곳이다. 여기서도 액수로만 비교하면 업종별 분석 때와 같은 문제가 생긴다. 강남구가 가장 크게 빠진 이유는, 원래 강남구의 매출액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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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6〉은 각 구별 매출 감소 비율을 보여준다. 이제 코로나19 경제 재난의 진정한 재난지역이 확인된다. 중구다. 무려 28%가 감소해서, 서울 평균의 두 배 가까이 타격을 받았다. 외국인 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중구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중구는 2019년에는 서울 25개 구 중에서 매출액 4위를 기록했다. 강남 3구 다음이었다. 그런데 재난에 직격당한 후에는 강서구, 영등포구, 마포구에 추월당해 7위다. 중구와 인접한 종로구(-22%), 용산구(-22%), 서대문구(-20%)를 묶으면, 서울 4대 재난지역이라 부를 수 있다. 중부권에 밀집해 있다. 반면 송파구와 강남구는 서울 평균 수준의 충격을 받았고, 서초구는 상대적으로 사정이 나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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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행정동은 모두 424개다. 행정동별로 보면 더 구체적인 패턴을 읽을 수 있다. 아래 〈그림 7〉은 424개 행정동을 매출 감소·증가율로 줄세운 것이다. 424곳 중 362곳은 매출이 빠졌다. 매출이 약간이라도 증가한 곳은 62곳이다. 서울을 대표하는 경제 재난 동네는 구로구 구로5동이다. 무려 44%가 빠졌으니, 동네 전체가 매출이 반토막난 셈이다. 구로5동은 콜센터 집단감염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곳이다. 광희동, 필동, 장충동, 명동 등 매출이 크게 준 동네들이 중구에 있다. 다들 관광객 밀집지역이다. 많게는 42%에서 적게는 36%까지 빠졌다. 중구 평균보다 더 타격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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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 양재2동은 ‘코로나 특수’

매출 감소율이 10번째로 큰 곳은 영등포구 대림2동이다. 서울 최대의 차이나타운이다. 코로나19 유행 초기부터 대림2동은 중국인 혐오가 폭발하지 않을까 두려워해 잔뜩 움츠렸다. 중국인과 교포들의 사회활동이 극적으로 줄어들면서 대림2동도 크게 위축됐다. 그 뒤로 서대문구 신촌동, 강남구 삼성1동, 마포구 서교동 등 서울 중심 상권들이 상위권이다. 매출 규모가 큰 이런 지역은 매출액으로 보면 타격이 더 크다. 홍대 거리가 있는 서교동은 매출 감소율 34위지만, 감소액은 530억원으로 1위다.

진정한 ‘코로나19 특수’도 보인다. 서초구 양재2동은 매출이 120% 증가해서 2위인데, 1위가 전년도 재개발이 끝나고 새로 입주한 동네여서, 실질적으로 1위다. 양재2동에는 코스트코 세계 매출 1위를 기록하는 코스트코 양재점이 있고, 이마트도 들어와 있다. 양재2동의 매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749억원이 늘어난 1373억원이다. 이것은 매출 530억원이 줄어서 1383억원이 된 마포구 서교동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데이터가 보여주는 결론은 자명하다. 코로나19가 몰고 온 경제 재난은 자영업자들을 휩쓸어가는 지진해일이나 다름없다. 이제 정치적으로 급박하면서도 중대한 질문이 제기된다. 위험은 창업하는 사람이 감수하는 게 규칙이다. 위험을 극복하지 못한 창업가는 도태된다. 평시라면 이게 맞다. 지금은 평시가 아니다.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의 위험까지 창업가가 계산에 넣어야 할까? 만약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앞으로 어떤 창업가도 구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위험은 근본적으로 계산하기 어려워서, 위험이라기보다는 불확실성이라고 부르는 게 더 어울린다. 따라서 급박한 질문은 이런 것이다. 근본적으로 누구도 예측할 수도, 평가할 수도, 책임질 수도 없는 이런 종류의 불확실성이 현실에 밀어닥쳤을 때, 그 결과물을 누가, 얼마나, 어떻게 부담할 것인가. 이를테면 건물주는, 납세자는, 정부는 어떠한 방식으로 이 급박한 재계약에 응해야 하는가.

재난은 이런 식으로 긴급한 사회 재계약을 요구한다. 이 역시 재난 본연의 속성이다. 이것은 매우 고전적인 정치의 질문이지만, 아직은 정치의 의제가 되지 않았다.

기자명 글 천관율 기자 /인포그래픽 최예린 기자 다른기사 보기 yu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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