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쓸모
닉 폴슨·제임스 스콧 지음, 노태복 옮김, 더퀘스트 펴냄

“AI 시대, 우리는 여전히 수학이 필요하다.”

미국의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부터 중국의 바이두와 알리바바까지 글로벌 최대 기업이 수학과 코딩 부문의 인재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AI(인공지능)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디지털 비서로부터 영상인식 알고리즘, 심지어 페이스북이나 아마존의 추천 엔진에 이르기까지 모든 범위의 AI 기술에 수많은 수학적 접근방법이 정교하게 들어가 있다. 미국의 ‘수포자’ 학생들을 매혹시켰던 두 교수가 자신들의 강의 방식을 그대로 구현한 책인 만큼 수학에 문외한인 사람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쓰였다. 세계에 충만한 불확실성에 대해 이럭저럭 괜찮은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는 ‘수학적 사고방식’을 배우거나 AI의 기본 개념을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

 

 

 

 

 

 

 

 

 

범죄의 붉은 실
미스터 펫 지음, 이경민 옮김, 엘릭시르 펴냄

“작든 크든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수단을 가리지 않는 게 바로 인간이야.”

타이완 본격 추리소설의 선두주자 미스터 펫의 단편집. 한국인에겐 낯선 공간인 현대 타이완을 배경으로 한 작품 다섯 편이 수록되어 있다. 자신의 정체성을 야금야금 갉아먹는 친구와의 재회, 연인의 기만으로 인한 분노, 아내의 외도 상대에 대한 살의(殺意)로 범죄에 빠져드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트릭과 수수께끼 풀이라는 미스터리 본연의 즐거움은 물론이고, 작품 곳곳에 뿌려놓았던 복선을 철저히 회수하여 의문점을 남겨놓지 않는 개운한 스토리텔링이 이 작가의 장점이다. 타이완에서 이미 출판된 단편집을 번역한 것이 아니라 한국 출판사인 엘릭시르가 기획한 오리지널 단편집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하버드 중국사 진·한
마크 에드워드 루이스 지음, 김우영 옮김, 너머북스 펴냄

“권력의 소재지는 모두 성벽에 둘러싸여 있었다.”

기원전 221년 진의 시황제는 장차 중화제국의 심장부를 이루게 되는 영토를 통일했다. 정복을 통해 하나가 된 이 광대한 영토가 정치적으로 존속하기 위해서는 중국 문화의 철저한 재형성이 불가피했다. 국가의 신성한 구현체인 ‘황제’를 발명하고, 국가 공인 경전을 확립해서 문자의 통일과 유교적 이상을 널리 보급했다. 동시에 제국 내부의 무장을 해제시켜야 했다. 진과 한 제국은 중국사의 ‘고전기’를 이루는데, 이는 그리스-로마가 서양에서 맡은 역할과 유사하다. 이 책은 지리적으로 방대하고 문화적으로 다양한 진·한 제국의 관리와 학자들이 당대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면서 향후 2000년 동안 이어질 고대 제국의 질서를 창조하는지 생생히 보여준다.

 

 

 

 

 

 

 

 

 

노동의 시대는 끝났다
대니얼 서스킨드 지음, 김정아 옮김, 와이즈베리 펴냄

“‘21세기에 모든 사람이 일할 만큼 일자리가 충분할까?’ 내 답은 ‘아니다’이다.”

코로나19발 실업이 시작된 지금, 기술이 일자리를 줄인다는 걱정은 한가한 옛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디지털 기술과 인공지능은 경제와 노동시장을 바꾸고 있다. 이미 자동화로 인해 농업과 제조업에서 필요한 인력이 크게 줄었다. 일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지만, 모든 사람이 일하기에는 부족할 것이다.
옥스퍼드 대학 베일리얼 칼리지 경제학과 선임연구원인 저자는 기술적 실업이 경제적 번영을 가져오리라 본다. 대신 그 번영을 어떻게 나누고, 기술 대기업의 정치적 힘을 어떻게 제약하며, 일거리가 줄어든 세상에서 삶의 의미를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 하는 새로운 난관을 가져준다고 지적하며 해법을 제시한다.

 

 

 

 

 

 

 

 

 

생강빵과 진저브레드
김지현 지음, 최연호 감수, 비채 펴냄

“도대체 버터밀크가 무엇이기에 책 속 아이들이 그토록 맛있게 꿀꺽꿀꺽 들이마시는지 알 수가 없었다.”

어린 시절 내게도 버터밀크는 중대한 미스터리였다. 아마도 분유에 매우 가까운 맛이 아닐까 생각하며 입맛을 다시곤 했다. 영미문학 번역가인 저자가 작품 속 존재하는 ‘문학적 음식’을 다룬 책의 목차는 메뉴판처럼 꾸려져 있다. 역시 제일 먼저 펼친 페이지는 버터밀크를 다룬 270쪽이었다. 앗, 버터밀크가 버터를 만들고 난 뒤 남은 액체라니! 톡 쏘는 냄새와 시큼한 맛이 특징이라는 대목까지 연달아 읽는 동안 “몸속에 피 대신 버터밀크가 흐르는” 것처럼 보이는 〈비밀의 화원〉 주인공 메리에 대한 이해도 자연히 깊어진다. 어린 시절에는 다 알 수 없었던 소설 속 주인공들의 마음을 어른이 되어 헤아려보는 경험을 선물한다.

 

 

 

 

 

 

 

 

 

 

감염 도시
스티븐 존슨 지음, 김명남 옮김, 김영사 펴냄

“도시 문명을 위협할 상대는 두 가지, 핵무기와 전염병이다.”

1854년 영국 런던 브로드가를 중심으로 콜레라가 창궐했다. 전염병학도, ‘세균’이라는 개념도 없던 시절이었다. 제대로 된 처방 없이 수백 명이 단시간에 죽어나갔다. 존 스노 의학박사와 헨리 화이트헤드 목사는 콜레라의 발원지를 찾아 나선 역학 선구자였다. 이들은 붐비는 거리와 빈민촌에 드러난 삶과 죽음의 패턴을 분석하고, 런던에 식수를 제공하는 회사의 자료를 모아 ‘감염지도’를 만든다. 그들의 공으로 브로드가의 펌프가 비극의 원인으로 지목된 순간은 공중보건사의 ‘분수령’으로 여겨진다. 과학저술가인 스티븐 존슨이 1854년 8월28일부터 9월8일까지 런던에서 일어난 역사적 사건들을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한 편의 추리소설처럼 재구성했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