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신선영왼쪽부터 김명희 시민건강연구소 상임연구원, 이윤승 이화미디어고 교사, 김연민 인천 당산초 교사, 임승관 안성병원장.

당연히 있었던 것들이 없어진 시간을 보내면서 다시 본질로 돌아가 생각해보게 되는 것들이 있다. ‘교육’이 바로 그러하다. 초등학교 신입생의 새로 마련한 가방이 벚꽃 잎이 다 떨어지도록 덩그러니 방 안에만 머물고, 새 친구들과 새 선생님 얼굴을 스마트폰 화면 속에서 처음 만나 손을 흔들어보는 기막힌 시절을 보내지만, 이런 과학소설(SF) 같은 날들 속에서 반복되는 기존 교육 풍경이 어쩌면 더 기기묘묘하다. 사상 초유의 팬데믹 앞에서 대한민국 사람들은 여전히 ‘그래서, 수능도 연기되나요?’를 묻는다. 방역을 위해 학교 문은 닫았지만 학원에 켜진 불은 밤늦게까지 훤하다.

코로나19로 많은 게 바뀔 것이라고 한다. 교육도 바뀔 것이다. 어떻게 바뀔까?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코로나19가 ‘기회’라는 말은 너무 가혹하지만, 감염 공포보다 입시와 수능 성적에 대한 공포가 더 큰 사회라면 이런 가혹한 기회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주간 코로나19’의 이번 주제는 ‘교육’이다.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쳐온 교사들을 불렀다. 특성화고등학교인 서울 이화미디어고에서 올해 고등학교 3학년 담임을 맡은 이윤승 교사(수학 교과 담당)와 인천 당산초등학교에서 올해 6학년 담임을 맡은 김연민 교사(교육 커뮤니티 ‘에듀콜라’ 편집장)가 참석했다. 김명희 시민건강연구소 상임연구원(예방의학 전문의),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감염내과 전문의·경기도 코로나19 긴급대책단 공동단장)은 고정 멤버다. 공교육 역사상 최초의 ‘온라인 개학’을 이틀 앞둔 4월7일 〈시사IN〉 편집국에 모였다.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나와 내 주변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나?

김명희:우리 연구소에서도 교육 사업을 진행한다. 똑같이 4월9일 온라인 개강을 한다. 연구원 6명이 이걸 준비하느라 다 매달렸다. 수강생들이 보건의료 업계 종사자, 박사들인데도 우왕좌왕 쉬운 일이 아니다. 마이크는 제대로 켰는지, 와이파이가 끊어지면 어쩌나, LTE 무제한 들고 기다리자… 걱정이 태산이다. 웹캠은 다행히 미리 사뒀고, 얼굴이 너무 시커멓게 나와서 유튜버용 조명도 주문했다(웃음). 우리도 이럴진대 대체 초등학생들을 데리고 하는 온라인 수업은 어떨지 상상이 안 간다.

임승관:경기도 코로나19 긴급대책단도 매주 임상의들이 모여서 ‘웨비나(웹 세미나)’를 열고 있다.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과정이나 임상 자료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영문 자막도 달기로 했다. 줌(Zoom:화상회의 플랫폼)을 처음 써봤다. 사실 회의라는 게 기술적인 측면이나 그 안에 있는 콘텐츠가 다가 아니다. 표정 보고 눈빛 보고 그런 게 일을 만들어간다. 수평적 회의에서도 그런 전달력이 떨어지는데 교육 현장에서는 말할 것도 없을 거다.

이윤승:오늘 줌으로 접속 테스트 겸 예비 학급 조회를 했다. 지난주부터 준비해서 오늘 오픈했는데, 재밌었다. 물론 아침 9시에 아직 자는 학생들이 있었다(웃음). 지난주 단톡방에서 “온라인 개학을 준비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아침에 일어나야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우리 개근상은 끝났다”는 학생들 톡이 막 올라왔다. 친구들끼리 전화해서 서로 깨워주기도 하더라. (전체 한 반 학생 26명 가운데) 15명에서 시작해 22명까지 참석했다. 완전 대면은 아니지만 출석 부르고 손 흔들고 대답하고 과정이 재밌었다. 학생들도 깔깔대고. 장난치는 학생도 있고, 자기 강아지 데리고 오는 학생, 인형 보여주는 학생, 자다 깨서 잠옷 입은 학생…. 이렇게 재밌긴 했는데, 이걸로 우리가 수업한다고? 이건 다른 차원이다.

교사들이 점차 쌍방형 수업을 포기하고 있다. EBS 콘텐츠를 활용하고 이수율을 확인하고 과제 점검하고 출석 체크하는 식으로 많이 바꾸었다. 쌍방향으로 하면 문제점이 1~7교시 동안 학생들이 6~7시간을 컴퓨터나 핸드폰 앞에 가만히 앉아 있어야 한다. ‘거꾸로 수업’이라 해서 미리 영상을 보고 쌍방 수업에서 질의 응답하는 방식도 학생이 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야 한다. 교사 입장에서는 수업 한 번이지만 학생에게는 10과목이다. 너무 큰 기대를 하고 온라인 수업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시사IN 신선영서울 숭문중학교에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나마 나는 수학을 가르치는데 다른 선생님들이 부러워한다. 우리 학교는 특성화고교라 전문 교과를 수업하는 선생님들이 많다. EBS 강의에도 없는 영상 교과나 디자인 교과는 대체 어떻게 수업을 진행해야 할지 난감해한다. 영상자료를 찾을 곳도 거의 없고 실습수업도 하기 힘들다. 학생들 집에 모두 어도비(Adobe) 프로그램이 깔려 있지도 않고, 그렇다고 학교에 나올 수도 없고. 실습수업은 10%라도 배울 수 있을까 걱정이 든다.

김연민:그나마 중고등학생은 학교생활기록부(생기부)와 입시 때문에라도 따라갈 수 있지만, 초등학생은 교사의 카리스마와 상호관계가 없으면 아이들이 수업을 안 듣는다.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3월을 ‘황금달’이라고 부른다. 3월 2~3주 안에 학생들과 약속, 학급규칙, 생활지도를 잡고 가야 1년간 아이들이 지켜준다. 그래서 2월 말에는 그런 걸 엄청 준비한다.

3월에 특화된 선생님들이 있다. 초등학교에서는 과목을 다 똑같이 가르치지만 어떤 선생님은 마술로, 어떤 이는 기타 연주로, 또 다른 선생님은 스마트기기 특화로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초등학생들은 즐겁지 않으면 수업이 안 된다. 나도 3월에 특화된 사람이라 애들하고 땀 흘리며 놀고 상호작용이 생긴 다음에야 수업을 하면 아이들이 “그래, 좀 들어주지 뭐” 한다(웃음). 그런 과정 없이 시작하려니 난감하다.

학생들은 학교 문이 닫힌 2020년 봄을 훗날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임승관:특히 초등학교 1학년 입학을 앞둔 아이들이 어떤 마음일까. 새 가방 메고 학교에 가서 새 친구들을 만나는 기쁨이 사라진 2013년생 아이들은 2020년을 어떻게 기억할까. 등굣길 자체가 기억이고 훈련인데. 학교라는 공간이 해줬던 가장 중요한 일이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는 일이다. 그걸 화면으로 만나고, 이게 6개월, 1년씩 간다면 과연 아이들의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무도 모른다.

이윤승:이 자리에 학생은 없는데, 학생들과 얘기해보면 교사와 학생의 입장이 다르다. 우리 반 학생들은 학교에 안 오는 거 좋아한다. 학교 가는 게 교사들이나 어른들이 보기엔 추억이고 경험이고 그것 자체가 학습이지만 학생들한테는 스트레스 공간이다. 불필요한 인간관계, 교사들의 폭압을 겪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할 수 있다는 게 어떤 학생에게는 엄청 좋은 일이다. 자기 시간이 많아져서 잠 푹 자고, 일어나고 싶은 시간에 일어나서 먹고 싶을 때 먹고, 게임까지 했는데도 시간이 남아돌아 자기 할 공부도 하고. 교우관계도 이미 하고 있다. 같이 벚꽃도 보고, 통화도 하고, 화상채팅도 하고. 굳이 학교에서 뭘 해야 한다는 게 강하지 않은 친구들이 있다.

다만 편차가 있다. 특히 수능으로 대학 가려는 학생들은 ‘어차피 수능만 잘 보면 되니까’라며 자기 공부를 한다. 그런데 수시로 진학하려던 학생들은 피해가 크다. 내신이 어떻게 될지 모르고, 생기부 만들어야 하는데 학교에 못 가고, 진로체험도 못하고 동아리 활동도 없으니 불안하다. 취업을 준비하는 고등학생은 더 심각하다. 자격증 시험이 다 취소되고 자기소개서 준비도 혼자 알아서 해야 하고 취업공고 정보도 줄어들고…. 원래 지금쯤이면 공기업이나 대기업 공고가 나오고 자격증도 따야 하는데, 지금은 다들 취업할 수 있을까 불안감이 크다. 잘못하다간 채용시장이 내년과 겹친다. 고졸 취업시장은 매우 좁다. 다음 해 들어오는 후배가 경쟁 상대이다. 나를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뒤에 있는 거니까 어떻게든 지금 취업이 확정돼야 하는데, 아무런 공고도 뜨지 않는다. 고졸 취업 상당수는 중소기업, 영세기업인데 이런 곳은 있던 직원도 그만두는 형편이다. 그러면 아르바이트로 많이 빠지는데 거기도 경쟁이 치열해졌다. 이렇게 학생들마다 처지가 달라서 어떤 학생에게는 너무 미안하고, 어떤 학생에게는 ‘이게 기회겠구나’ 싶기도 하다.

ⓒ연합뉴스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4월7일 온라인 수업을 점검하고 있다.

원래 존재하던 우리 사회 ‘교육 불평등’이 코로나19로 더 강화되리라는 전망도 많이 나온다.

김명희:미국 교육자 조너선 코졸이 쓴 〈야만적 불평등〉을 보면 학생들 사이 불평등을 어떻게든 맞춰놓아도 방학 끝나고 오면 다시 격차가 벌어진다고 한다. 공교육이 아무리 불평등을 완화한다고 해도 각 가정의 문화·경제·사회적 자본에 의해 달라질 수밖에 없고, 특히 요즘 같은 시기는 그게 극대화될 가능성이 크다. 굉장히 우려된다.

김연민:이번에 아이를 모르는 상태에서 부모님하고 다 통화를 해야 했다. “어떻게 지내세요?” 물어봤다. 직장에서 전화를 받으시는 분들이 많았다. 어떤 아이들은 그냥 집에서 놀고 어떤 아이는 학원을 다니고 화상영어 수업도 하고 다 달랐다. 사실 초등학생은 스스로 ‘나 공부해야겠어’ 이런 경우는 거의 없다. 학교에 다니면 선생님이 해줄 수 있지만 집에 있으면 오롯이 부모 몫이다. 격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윤승:학교로 도망 오는 학생들이 있다. 근데 지금 못 온다. 어떤 학생은 일부러 야자(야간자율학습)를 하기도 한다. 집에 가지 않으려고. 가면 술 마시는 아빠가 있고 때리고 싸우니까. 이게 싫어서 학교에 오래 있다가 잠만 자러 집에 가는데, 지금은 집에 부모와 온종일 있어야 한다.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나는 학교가 좀 더 힘든 사람, 약한 사람, 소수자를 위한 곳으로 강화돼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가정에서 교육 잘 받고 사교육 많이 받는 학생은 학교가 아니어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게 많지만 학교가 아니면 아무것도 못하는 학생을 위한 학교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온라인 교육을 어떻게 잘해서 서울대를 보낼까’ 이렇게 생각하는 건 착오 같다. 학생들에게 태블릿 PC가 제공된다 한들 그걸 켜서 얼굴을 비출 때 어느 방향으로도 주거공간이 노출되고 싶지 않을 학생들이 있다. 이럴 때 교사가 “얼굴 확인해야 하니 무조건 다 켜”라고 한다면? 교육 예산 쓰고 기계 주면 끝날 문제가 아니다. 온라인 수업을 디자인할 때 고려해야 할 이런 부분이, 나중에 오프라인 학교가 열렸을 때도 계속 반영이 되었으면 좋겠다.

세 차례의 개학 연기와 온라인 개학 결정 과정에서 교육부의 대응은 적절했나?

김연민:학생, 학부모, 교직원을 교육의 3주체라고 한다. 교육부가 불안에 떨고 있을 학생과 학부모를 중심으로 정책을 발표하고 추진하는 게 좋긴 하지만, 현장에서 실제로 그것을 실행하는 사람들은 교직원과 교사들인데 그들과의 연결고리 없이 바로 너무 간다는 느낌이 있다. 교사를 포함한 공무원들은 보통 공문으로 말한다. 관료제의 폐해라고도 하지만 공문이 오면 내용을 숙지하고 전파하고 계획을 짜서 실행하는 과정으로 일해왔는데, 그게 패스되는 경험을 몇 번 하고 나니 교사들 사이에서 ‘왜 지금 우리가 먼저 움직이냐, 교육부가 발표하면 또 바뀔 텐데’ 이런 분위기가 형성됐다. 나 같은 경우 이번에 처음으로 인터넷으로 교육부 기자회견을 집에서 정좌하고 기다렸다(웃음).

이윤승:개학이 세 번  연기될 동안 ‘연기 이후 어떻게 한다’는 계획은 없고 3~4일 뒤 향후 계획을 발표한다고만 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스마트기기 수요조사 해라, 내일까지 보고해라, 기기는 우선 구매하고 나중에 돈 준다 등등이 발표됐다. 그것도 뉴스를 통해 수집해야 했다. 교사들도 장기 로드맵을 세우고 3월 초부터 준비하라고 했으면 훨씬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교장·교감도 결정을 내릴 수가 없는 상태였다.

ⓒ연합뉴스3월30일 저녁 서울 대치동 학원가의 모습.

임승관:모두가 관람자, 시청자였다. 대구에서 일어나는 일도, 다른 지자체에서 일어나는 일도. 이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무엇인지 생각해서 몇 가지 시나리오를 만들지 않고 갈림길이 앞에 닥칠 때까지 모두가 구경만 했다. 모든 게 수동적인 사회의 한 단면일 수도 있고, 각 영역 현장 단위에게 결정할 권력과 기회를 주지 않았던 폐해일 수도 있다.

김연민:개학 연기가 발표되는 과정에서 입시와 법정 수업일수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강한 권력이구나 생각했다. 키워드가 늘 ‘개학을 하면 법정일수 지키느냐 마느냐’ ‘모자라면 수능은 어떻게 하느냐’ 이렇게 귀결되니 장기적으로 내다볼 수가 없다. 다행히 코로나19가 진정 국면이 되더라도, 코로나19가 진정되어 개학하는 게 아니라 법정 수업일수를 지켜야 해서 개학하는 걸로 느껴지는 상황이다.

임승관:그간 교육에서 ‘공정’이 화두였다. 아무리 허술한 제도였어도 학교라는 공교육이 있고 수시·정시 등 입시에서 표면상 제도적 공정이 있긴 했는데 이번에 이렇게 6개월, 1년을 지내고 나면 어떨까? 입시제도는 그대로 살아 있고 전처럼 승패가 갈리면 이 세계의 불공정에 대해 학생도 부모도 체험할 것이고, 다양한 감정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이윤승:사람들이 이런 상상을 못한다. “올해는 수능이 없어” “올해는 대입이 없어” 이런 것들. 결국 출구는 정해놓았다. 수능은 봐야 하니까 대충 이때는 개학하겠구나, 선거 끝나면 준비하겠구나. 지금 계획이 ‘지필고사는 나중에 등교 후 보라’고만 돼 있다. 1학기 끝나기 전에는 나와야 된다는 말이다. 만약 그때까지도 코로나19를 막아내지 못한 상황이면 어떡하지? 이건 우리 모르게 따로 논의하고 있겠지? 정부가 뭔가 대비하고 있겠지?(웃음)

임승관: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관료사회 안에 공부하고 사유하는 태도가 아쉽다. 팬데믹이 무엇이고 코로나19 때문에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는 질병관리본부만의 일이고 우리는 개교·휴교만 결정하고 학사일정만 관리하면 된다는 걸까.

김명희:‘7월에도 안 끝날 수 있다’ 등 유행 초기부터 여러 시나리오들이 나왔다. 감염병 유행이 소강되면 다행이지만 안 될 경우에 대비한 플랜 B를 마련해놔야 한다.

김연민:지금 돌이켜보니 차라리 한 학기 ‘셧다운’을 먼저 하고 다행히 중간에 종식되면 그때 등교하는 게 좋았을 것 같다. 일찍이 그랬으면 오히려 1학기에 대해 충분히 준비할 시간이 있었다. 학습지도 충분히 만들어서 교과서랑 각 가정에 보내주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나눠 등교해서 피드백 받고. 이런 식의 플랜도 생각해볼 수 있었다. 그러면 부모도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코로나19와 개학 연기에 따른 문제를 논의하면서 “일 안 해도 월급받는 그룹”이라고 말해 교사들에게 엄청나게 많은 비난을 받았다.

김연민:학교 내 비정규직과 비교하는 과정에서 그런 발언이 나왔다. 여러 직군과의 고용관계 가운데 정규직 교사와 교직원을 대상으로 그런 이야기를 하니까 교사들 처지에서는 전체가 비난받는 느낌을 받은 것 같다. 그 말 뒤에 조희연 교육감이 학교 내 비정규직에 관한 고민을 토로했는데, 개인적으로 공감하지만 앞에 쓸데없는 말을 해서 뒤에 중요한 논의를 아예 꺼내지도 못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교사들 가운데에서도 학교 내 불평등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도 많고, 모두가 아이들을 위해 노력하니까 다 좋은 대우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사람이 공격을 받으면 보수적으로, 방어적으로 변하지 않나. 많은 선생님들이 비정규직 노조에 대해 괜히 날카로운 시선으로 보게 됐다.

이윤승:그 논란이 벌어질 당시에 몸을 다쳐 병가를 쓰면서 집에 있었는데, ‘학교 내 모든 노동자가 나처럼 유급휴가를 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조희연 교육감의 가장 큰 잘못은 말실수해서 교사를 분노하게 한 점이 아니다. 그 발언 때문에 교사 집단 중 일부가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해 너무나 매서운 말들을 쏟아내게 됐다. 그걸 야기한 게 잘못이다. 그 사람들에게 명분을 줬다.

김명희:이번에 발화가 된 거지, 사실 계속 그런 갈등이 있었지 않나.

이윤승:누적돼 있다가 터졌다. 유럽 프로축구 구단에서 연봉 깎아서 직원들을 지킨다고 하는데, 학교에서는 왜 못할까. 정규직 월급의 일부를 모아 비정규직 노동자의 월급을 주자는 말이 아무 데서도 안 나온다. 우리 학교는 지금 급식을 한다. 중·고등학교 재단이 같이 있어서 교사가 100여 명이 되니까 우리가 급식비 올려서 조리사들 일할 수 있게 월급을 주자고 해서 급식비를 많이 내고 밥 먹고 있다. 이런 식으로 조금씩 더 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계속 일할 수 있도록, 청소해주시는 분들을 더 채용하고 이런 걸로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데, 이런 논의가 차단됐다. 이 불평등이 이해가 안 된다. 같은 학교에 있으면서도 누구는 월급을 받고 누구는 받지 못한다. 지금 같은 시기 둘로 나눠지는 이런 구조가 참 싫다.

임승관:한국 사회에서 가장 임금격차가 심한 곳이 병원이다. 공공병원은 늘 적자다. 도의회·시의회에서 재정 지원을 미루면 늘 도산 위험이 있는 곳이다. 병원 구성원들에게 월급을 못 주는 상황이 오면 어떻게 될까? 간호사 등 다른 직원들은 월급 50%를 주더라도 의사들 월급은 무조건 100% 줘야 된다. 그러지 않으면 의사들이 나가기 때문이다. 뭐랄까, 양보하는 부분이 참 없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문화가 적은 건 맞는 것 같다.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사회적 권력이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 먼저 양보하지는 않는다.

김연민:학교에 학생이 없으면 월급을 못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도 많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이 부분에 대해 논의해보자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었을 것도 같은데 (조희연 교육감 발언 이후) 이제는 꺼낼 수조차 없는 분위기다. 그 기회가 날아간 게 너무 아쉽다. 선생님들도 인지 편향이 생기고, 내가 가진 분노에 대한 이유를 찾으려 하니 학교 내 비정규직과 관련된 가짜 뉴스에 잘 속고 현혹된다. 교사들 사이에 가짜 뉴스를 받아본 적이 없는데 올해는 많이 받았다.

이윤승:‘비정규직이 월급 받으면 안 되는 이유’ 이런 톡이 이만큼씩 길게 온다.

감염병 시대에 우리는 어떤 교육을 해야 할까? 이를테면 당장 온라인 개학을 하고 나서 학생들이 물을 수 있다. “선생님, 코로나19 언제 끝나요?” 같은 방역 관련 질문에서부터 “신천지 때문에 이렇게 된 거죠?” 혹은 “중국 사람이 박쥐 먹어서 생긴 병이에요?”라는 질문까지. 개개 교사들은 준비가 되어 있나?

김연민:걱정이다. 가이드라인도 없다. 아이들이 ‘신천지’라는 말을 놀림의 용어로 쓸 거 같다는 생각도 든다. “쟤, 코로나다” 이럴 수도 있고.

이윤승:학생이나 학부모 중에 신천지 신도도 있을 텐데, 자기 종교도 숨겨야 하고…. 온라인 수업 시작했을 때 교사나 학생들이 그럴 수 있다. “우리 중에 신천지 없지?” “신천지 XX들 때문에….” 이러면 그 안에서 아무 말도 못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다.

김연민:딜레마가 뭐냐면, 이런 부분에 선제 교육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거다. 혐오와 차별에 관한 교육을 하면서 “유럽에서는 히틀러 흉내를 내거나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군가를 부르거나 하면 안 된다”라고 가르쳤더니 쉬는 시간에 애들이 그 군가를 따라 부르는 식이다. “신천지, 코로나 이런 말도 내가 싫어하는 애들한테 쓰면 되겠네?” 이럴까 봐 걱정이다. (감염병과 관련된 혐오와 차별에 대해) 말하는 게 좋을까 아닐까, 딜레마다.

이윤승:서울시교육청은 학생인권교육센터도 있지만, 모든 교육청이 선제적으로, 개교할 때든 학생들이 서로 만날 때든 인권 매뉴얼 같은, 혐오와 차별이 이뤄지지 않게끔 하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면 한번 읽어보는 효과라도 있지 않을까. 얼마나 실천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교육청이 이런 부분을 신경 쓰고 있어’라는 건 중요하다.

ⓒ연합뉴스서울 서대문구 한 초등학교의 텅 빈 급식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가 우리 교육을 변화시킬 기회가 될 수 있다면, 어떤 부분에서 가능성이 있을까?

이윤승:예전에 하고 싶지 않았고 해볼 필요도 없던 일을 이번에 많이 하게 됐다. 영상 편집을 해야 하고 콘텐츠를 골라야 하고 플랫폼 따져봐야 하고…. 그 덕분에 다른 ‘인강’도 들어보고 이런 과정이 나한테 도움이 됐다. 온라인 수업을 하면서 예전 같으면 결석 처리됐을, 병원에 입원한 학생들도 출석이 인정되고 교육을 받을 수도 있게 됐다. EBS 영상을 다운받다 보니까, 자막이 같이 나오더라. ‘청각장애 학생을 위한 방법이 이미 있었구나. 내가 영상 올릴 때도 같이 올려야지.’ 이렇게 그간 학교에서 소외되었던 학생에게 접근할 수 있는 방식, 루트를 만들어봤다는 게 중요하다. 한번 해본 김에 코로나19가 끝나도 이건 가져갔으면 좋겠다. 해본 경험이 있으니까. 끝났으니까 원래대로 돌아가기보다, 여기서 했던 좋은 건 그대로 가져가면 좋겠다.

김연민:올해 교직 13년 차다. 학교에 출근하면 당연히 학생들이 있고 그들과 하루를 보내는 반복적인 생활을 하다가 학교에 학생이 없는 상황을 맞게 됐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교사와 학교가 없는 상황,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와 분리될 수가 없는 상황이다. 다들 각자의 부재를 경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교사로서의 다른 역량을 찾아보게 되는 것 같다. 온라인 역량을 이번에 다시 점검해보게 됐다. 작년에 이렇게 하자고 했으면 아무도 안 했을 것이다. 할 이유가 없으니까. 지금은 이게 기본 바탕이 됐다.

학부모들은 수개월씩 아이와 온종일 지내보는 경험을 하고 있다. 유튜브에 ‘아빠와 함께하는 놀이법’ 같은 게 인기다. 일종의 기회일 수 있다. 부재에서 오는 발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일상으로 돌아갈 때에도 ‘우리 그때 어떻게 했더라’ 회상하며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윤승:학교의 존재 이유, 목적에 대해 교사나 학생이나 한 번쯤 생각해볼 기회가 열렸다. 학생은 아침에 깨서 목적 없이 학교로 가는 일상이 바뀌었다. 교사는 학생이 학교에 와준다는 게 기본값이 아니구나, 와주는 거구나, 내 존재 이유였구나 이걸 깨닫게 됐다. 교복 제대로 입었냐, 머리 염색 왜 했냐, 핸드폰 내놔라, 이런 교육의 본질에서 떨어졌던 것들에서 이제 벗어났으면 좋겠다. 그렇게 단속하던 스마트폰이 지금은 또 온라인 개학할 때 쓸 줄 모르면 안 되지 않나.

김명희:새로운 세상이나 변화를 원할 때 사고실험을 한다. 카운터팩추얼 시뮬레이션(counterfactual simulation)이라고도 한다. 부재 상태를 통해 현존하지 않는 새로운 가상의 세계를 상정하고 나아가는데, 그런 상상력 실험을 할 필요가 없이 현실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지금의 성찰, 기록, 반성을 잘 평가하고 자양분으로 삼는 게 필요하다. 이 상황이 끝나면 또 한국 사회가 너무 바빠지는 건 아닐지. 개학해서 빨리 시험 보고 평가하고,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임승관:지난주 〈세바시(CBS 강연 프로그램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 출연했는데 제작팀이 첫 번째에 배치한 질문이 “휴교를 계속해야 할까요”더라. 코로나19 상황에서 교육에 대한 관심이 정말 크다는 것을 느꼈다. 결국 교육은 어른들이 어떻게 살아가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면, 6개월이 될지 1년이 될지 모르는 상당한 기간의 공백, 빈틈의 시간 동안 온라인이든 대체형 학습법이든 이런 형식으로는 채워지지 않을 것 같다. 다른 배움이 일어나야 할 텐데, 그것은 결국 우리가 아이들과 같이 목격하고 있는 세계와 우리나라의 모습들, 혹은 사회가 무너지는 모습일 수도 있다. 이탈리아나 스페인에서처럼 가망이 낮은 노인 중환자를 치료할지 말지 결정하는 모습, 국경을 닫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심하는 모습, 고용률이 떨어지면 실업자들의 삶을 어떻게 보호하는가 등등을 아이들도 함께 볼 것이다. 그 과정을 잘 보여주는 게 바로 교육일 수 있다.

기자명 변진경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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