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련 의원 제공

“긴급, 시급을 그렇게 외치신 시장님이십니다. 지금쯤이면 모든 행정적·실무적 논의가 끝나 있어야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3월25일 제273회 대구광역시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이진련 대구시의원(45)은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했다. 대구시 긴급생계자금 예산 집행의 시기와 방식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기 위해서였다. 총선 이후 선불카드와 온누리상품권으로 지급하기로 한 긴급생계자금을 하루라도 더 빨리 현금으로 지급하는 게 발등에 불이 떨어진 대구시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취지였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이 의원의 발언이 끝나기도 전 권영진 대구시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장을 떠났다. 다음 날인 3월26일 임시회 2차 본회의를 마치고 계단을 내려가던 권 시장은 눈을 감고 다리를 휘청거렸다. 이 의원이 권 시장에게 “왜 현금 지급이 안 되는지 그 이유를 저나 시민들이 납득을 못하겠어서, 근거라도 좀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라고 물은 직후였다. 권 시장은 삿대질을 하며 “이게 정치하는 거야, 좀 힘들게 하지 마 좀” “이진련 의원이 좋아하는 박원순 시장님이나 이재명 지사는 왜 현금으로 못 주는지 그것부터 물어봐요”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몸에 중심을 잃었다. 직원에게 업혀 옮겨진 뒤 앰뷸런스를 불렀다. 경북대병원에 나흘간 입원한 권 시장은 4월1일 업무에 복귀했다.

‘대구시장을 실신시킨 대구 민주당 시의원’으로 보도되자 이 의원 핸드폰에는 욕 문자가 쏟아졌다. ‘도끼로 찍어버린다’ ‘묻어버린다’ 같은 말들이 난무했다. 하지만 이 의원은 그 욕 문자와 전화들에서 시민들의 절박함을 읽는다. “방향은 달라도 많은 분이 간절히 나라와 대구를 걱정하며 애를 태우시는구나 싶어요.”

길 가다 들른 떡볶이집에서 “사장님 고생 많으시죠, 공무원들도 밤새 열심히 대응하고 있어요. 우리 조금만 더 버텨봐요”라고 이 의원이 말을 건넸더니 옆에서 어묵을 먹던 덩치가 산만 한 한 아저씨가 울먹이며 말했다. “밤에 일하라고 하면 나도 하겠어요. 우린 할 일이 없어요. 공무원들은 월급 나오잖아요.” 월세 600만원이 밀린 한 대구시민은 몸에 시너를 뿌리고 분신을 시도했다. 전화로 이런 이야기들을 전하던 이 의원의 목소리도 수화기 너머에서 간간이 끊기고 떨렸다. “50만원, 100만원을 준다 한들 이런 분들 살림살이가 다 나아지는 건 아니에요. 다만 이건 연대거든요. 함께 버티자는 신호, 손잡아주는 메시지요.”

그 연대의 메시지를 최대한 빨리,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대구시민들에게 전달하자는 게 이 의원의 주장이다. “자꾸 다른 지자체와 비교를 하시는데, 대구는 다른 곳과 다르잖아요. 긴급재난지역으로 선포된 곳 아닙니까. 그 어디보다 긴급하고 기민하게, 남들이 하지 않는 방식을 써서라도 시민들 살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권 시장이 쓰러지기 전 언급한 “이진련 의원이 좋아하는 박원순 시장님이나 이재명 지사” 이야기는 뭘까. 이 의원은 “한 번도 시장님에게 그분들 이야기를 한 적이 없는데 그 당시에도 당황했다. 다소 뜬금없었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변진경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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