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자본주의의 모순이 낳은 재난
마이크 데이비스·알렉스 캘리니코스·마이클 로버츠· 우석균·장호종 지음, 책갈피 펴냄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는 자주 본 옛날 영화 같다.”

청도대남병원, 한마음아파트, 콜센터, 요양병원 등 코로나19가 휩쓸고 간 자리마다 한국 사회가 감추고 있던 불평등과 가난의 흔적들이 남았다. 재난이 덮쳐와도 왜 누구는 안전하게 살아남고, 누구는 벼랑 끝에서 고꾸라질까. 코로나19는 그 자체로 사회에 많은 질문을 던진다. 비단 한국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조류독감〉의 저자이자 저명한 마르크스주의자인 마이크 데이비스는 이 책의 서문에 실린 글에 2020년을 ‘전염병의 해’로 규정했다. 그는 미국이 수십 년간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한 결과 어떻게 전염병 유행에 취약한 나라가 되었는지 설명한다. 이 외에도 경제학자, 보건의료 운동가, 의사들이 쓴 글을 엮었다. 코로나19가 왜, 어떻게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을 들춰내고 있는지 각자 관점에서 대답한다.

 

 

 

 

 

 

 

임계장 이야기
조정진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수많은 임계장의 이야기.”

‘아파트 경비노동자 간담회’가 열렸다. 참석한 구의원이 말했다. “따분하게 노는 것보다 일을 하시니 건강에도 좋고 용돈도 벌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경비원인 조정진씨의 가슴이 서늘해졌다. 그는 따분해서가 아니라 생계 때문에 일했다. 38년간 공기업 정규직으로 일하다 퇴직했지만 부양할 가족과 빚이 있었다. 버스회사 배차 계장, 아파트 경비원, 빌딩 주차관리원, 버스터미널 보안요원으로 일했고 어느 날 쓰러져 투병 생활을 했다. 현장에선 ‘임계장’으로 불렸다. ‘임시 계약직 노인장’의 줄인 말이다. 일터는 매연과 쓰레기로 가득했다. 꽃잎도 그에겐 치워야 할 쓰레기였다. 그가 담담하게 적어 내려간 노동 일지에는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고령층 비정규직의 현실이 담겨 있다.

 

 

 

 

 

 

 

 

어제가 없으면 내일도 없다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북스피어 펴냄

“웃기지 마. 여자 주제에 건방져.”

자살 미수로 입원한 딸과 한 달째 연락이 닿지 않은 부인이 스기무라 탐정 사무소를 찾았다. 사위는 자살 원인이 장모 때문이라 비난하고, 병원에서는 남편 동의 없이는 면회가 어렵다고 가족을 가로막는다. 사건의 실체를 파고든 스기무라는 ‘여성을 경멸하는 남자들’을 발견한다.
추천사를 쓴 변영주 영화감독에 따르면 스기무라 탐정은 높은 수준의 추리력을 가지고 있지는 못하다. 그의 무기는 지혜로움이다. 이 성찰적인 탐정이 사건의 본질에 다가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작가는 ‘사생활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 말도 안 되는 범죄와 조우해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사회파 미스터리 거장의 작품 중 가장 ‘비열한 악인들’이 등장한다.

 

 

 

 

 

 

 

다독임
오은 지음, 난다 펴냄

“실패가 무슨 뜻인지 아니?” “다시 한판 하라는 거예요.”

“은아, 신문에 실린 글은 성별·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읽을 수 있는 글이잖아. 이번 글은 좀 어렵더라.” 한 달에 한 번 신문에 아들의 글이 실릴 때마다 챙겨 읽던 아버지가 오은 시인에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후부터 시인은 자기 안의 ‘모든 부기’를 빼려고 애썼다. 지난 10년 그는 ‘돌아보는 사람’이었다. 고개를 돌려 무언가를 봤고 그때마다 빠뜨린 것들이 있었다. 지난날을 다시 생각하기도 하고 돌아다니며 두루 살폈다. ‘돌아봄’은 돌봄의 다른 말이기도 했다. 가족과 지인을 챙기고 반려 식물에 물을 주고 단어를 돌보며 책을 껴안았다. 그도 모르는 사이 ‘다독다독 감싸고 달래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가 일상에서, 책에서 길어 올린 단상을 읽다 보면 누군가 등을 다독여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내일 아침에는 눈을 뜰 수 없겠지만
캐스린 매닉스 지음, 홍지영 옮김, 사계절 펴냄

“이제 죽음에 관하여 이야기할 차례다.”

구급차에 실려 온 사망자를 눈앞에서 두고 쉽게 발걸음을 돌리지 못하는 의대 첫 학기 학생에게 실습 담당의는 청진기를 꺼내 죽음을 확인해보라고 한다. ‘그러자 관을 타고 완전한 침묵이 흘렀다. 그렇게 단단한 침묵은 처음이었다.’
저자는 이후 숱하게 많은 죽음을 마주하며 죽음 그 자체가 전부는 아님을 깨닫게 된다.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환자, 떠난 망자, 남겨진 유가족들이 임종에 대처하는 일종의 패턴을 인식하게 된 그는 완화의학 분야에 뛰어들어 40년 동안 호스피스 병동에서 일했다. 책을 읽다 보면 ‘죽음이 두려워해야 할 어떤 것이 아님을 깨달아가며 죽음과 그것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을 경이롭게 바라보게’ 된다.

 

 

 

 

 

 

 

 

 

나는 성을 가르칩니다
조아라 지음, 마티 펴냄

“성교육에서도 객관식 정답을 기대하는 보호자가 많다.”

성교육 전문가인 저자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강의 요청 사항은 ‘그 어떤 감흥도 주지 않을 것’이었다. 기관에서는 민원으로 돌아올 강의보다는 안전함을 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작 당사자인 아이들은 성교육에 기대를 갖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공교육 현장에서 성교육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다 보니 ‘성교육 과외’도 만연한다.
2차 성징과 성적 호기심, 몸의 변화는 아이에게 매일매일 고민이지만 교육은 이를 다 따라가지 못한다. 양적·질적으로 성교육을 개선하려는 시도는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 사회는 정답이 있는 문제로 성을 다룬다. 누군가 ‘대리’해주는 문제가 아닌, 공감하고 함께 고민하고 즐길 수 있는 이야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썼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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