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맨의 비극 우린 상관없나
  • 나경희 기자
  • 호수 655
  • 승인 2020.03.27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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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취재하러 간 고성 산불 현장에서 봤던, 아직도 잊히지 않는 두 장면이 있다. 하나는 목이 줄에 묶여 도망칠 수 없었던 개가 불에 탄 뒤 남은 사체이다. 살아남은 개들은 그 와중에도 사람이 반가운지 담벼락에 뚫려 있는 구멍 사이로 코를 내밀었다. 콧잔등에 불티가 튀어 군데군데 벌건 피부가 드러나 있었다. 어디를 쓰다듬어야 할지 난감해하던 차에 갑자기 개들이 고개를 돌려 짖기 시작했다. 연기를 많이 들이마셨는지 허파에 구멍이 뚫린 듯한 쇳소리가 났다.

택배 차였다. 불에 타서 주저앉은 집 앞으로 택배 차가 왔다. 아직 잔불이 꺼지지 않아 마당에서 소방차가 물을 뿜고 있는 모습을 망연자실 지켜보던 집주인이 택배를 받으러 나갔다. 짐 하나 못 챙기고 빠져나와 모텔에서 밤을 꼴딱 새웠다는 그의 얼굴이 그 순간만은 풀어졌다. 택배 상자는 단순한 배달물이 아니었다. 집주인에게는 이 난리통에 처음으로 다시 느껴보는 일상이자 불에 타지 않은 유일한 재산이었다. 수첩과 펜을 쥐고 집주인의 뒤를 따라가던 나는 멈춰 섰다. 연기를 들이마신 개들이 짖는 소리 속에서 그가 유일하게 느낄 수 있는 일상을 방해할 수 없었다.

코로나19 시대의  불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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