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한국 주력 산업에 미치는 영향
  • 전혜원 기자
  • 호수 655
  • 승인 2020.03.31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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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가 뜨지 못하면서 항공산업은 물론 정유산업도 직격탄을 맞았다. 자동차 수요가 감소하면서 산업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산업정책의 큰 그림이 안 보인다.
ⓒ시사IN 조남진이스타항공은 3월24일부터 4월25일까지 국내선 운항을 중단하기로 했다.

제주항공의 한 승무원은 3월부터 휴직 중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국제선 노선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일본산 불매운동으로 일본 노선이 줄어든 상황이었는데,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주 노선이던 동남아 노선마저 감소했다.” 평균임금의 70%를 받는 유급휴직이지만 사태가 언제 진정될지 알 수 없어서 불안하다. 코로나19 이전부터 경영난에 시달리던 이스타항공은 국내 항공사 중 처음으로 국내선까지 ‘셧다운(가동 중지)’ 하기로 했다. 직원들의 2월 급여를 40%만 주었던 이스타항공은 3월 급여도 제때 지급하지 못했다.

아시아나의 한 승무원도 3월 초 10일간 무급휴직을 했다. “처음에는 어디까지나 자율적으로 하겠다는 노사 합의였는데, 많은 나라에서 입국이 제한되는 등 상황이 악화되면서 모든 승무원이 3월 중에 10일 이상 무급으로 쉬어야 했다. 사실상 강제다.” 이로 인해 객실승무원의 경우 기본급이 약 33% 깎였다. 아시아나항공은 공급 좌석 기준 국제선 노선이 85% 감소했고, 4월 예약률은 전년 대비 90% 줄었다고 밝혔다. 4월부터는 모든 직원이 최소 15일 이상의 무급휴직에 들어가 50%의 인력으로만 운영한다. 대한항공도 모든 임원이 임금을 반납했다. 직원들에게 연차휴가를 쓰라고 하고 있다. 한 대한항공 승무원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90시간이던 비행시간이 이번 달엔 20시간으로 주저앉았다. 승무원들은 기본급 비중이 적고 비행수당 비중이 크다. 비행수당 약 150만원이 날아간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산업의 최전선에 항공산업이 있다. 저비용항공사가 심각하지만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가장 강도 높은 압력을 견디고 있는 것은 하청·파견업체다.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기내 청소를 맡는 자회사 ‘이케이맨파워’는 최근 직원 52명에게 권고사직을 요구했다. 노조는 사실상 정리해고라고 주장한다.

비행기가 뜨지 않으면 영향을 받는 업종 중 하나가 정유다. 석유 원료를 정제해 각종 석유제품을 만드는 산업이다. 가정용 연료인 LPG부터 휘발유, 경유 등을 생산한다. 지난해 석유제품 수출 중 두 번째 비중을 차지한 것이 항공유인데, 비행기가 멈추면서 수요가 급감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각 국가들이 국경 간 이동을 중단시키면서 석유 제품의 40~50%를 차지하는 수송연료 사용량 자체가 줄어들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로 공장 가동이 중단된 것도 타격이다. 경유나 벙커시유 같은 연료로 공장 모터를 돌리기 때문이다. 특히 플라스틱 제조공장이 가동하지 않거나 소비가 줄면 정유사가 만드는 플라스틱 원료의 수요도 줄어든다.

정유사는 원유보다 더 비싼 가격에 석유제품을 팔아 마진을 남겨야 한다. 이를 ‘정제 마진’이라고 하는데, 지난해 4분기부터 석유제품 수요 감소와 경기침체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가뜩이나 상황이 안 좋았는데 코로나19까지 얻어맞았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유가 전쟁’이 촉발한 국제유가 폭락으로 올해 1분기 정유사별 재고 평가 손실이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실적 악화를 계기로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 실시를 검토하고 있다. SK에너지는 울산 정제공장 가동률을 10~15% 낮췄다. 현대뱅크오일은 가동률을 90%로 조정했고 전 임원이 급여 20%를 반납했다.

ⓒ시사IN 조남진3월24일 경기도 평택항 자동차 전용부두에 수출용 자동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가동 중인 해외 현대차 공장 몇 군데 없어

한국의 주력 산업인 자동차산업에 코로나19가 미치는 영향은 좀 더 복합적이다. 코로나19 초기 불거진 것은 ‘와이어링 하네스’ 사태다. 와이어링 하네스는 자동차 조립에 필요한 부품 2만 개 중 하나로 일종의 전선 뭉치다. 국내 협력업체들이 중국에 공장을 두고 대부분을 생산해왔다. 코로나19로 중국 춘제 기간이 연장되면서 이 부품의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 지금은 해결되었지만,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된 지금, 언제 문제가 터질지 모른다.

더 큰 문제는 수요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급에 문제가 생기면 대체안을 만들 수 있지만, 코로나19 사태처럼 심리적 요인에 의한 수요 감소는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정부가 몇백만원을 뿌린다고 해도 자동차를 살 사람은 많지 않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에도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수요가 감소하고 있었다. 특히 협력업체들은 상당히 어렵다고 해서 정부가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었는데,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기 전에 내수는 물론 수출 수요마저 죽어버렸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코로나19로 현대차 미국·유럽·인도·브라질·러시아·터키 공장은 셧다운되었다. 현재 가동 중인 해외 현대차 공장은 중국·멕시코 정도다. 현대차 관계자는 “중국도 사드 보복 여파로 판매가 거의 반토막 났고 유럽도 쉽지 않았던 상황이다. 그나마 나았던 게 미국인데 지금 미국에서도 유럽에서도 ‘집 밖에 나오지 말라’고 하지 않나. 언제 정상으로 돌아갈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니 계속 판매에 영향이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1997년 외환위기 때는 우리 스스로 무너졌다가 해외가 받쳐줘서 살아났고, 2008년 금융위기 때는 해외가 잠깐 무너졌는데 우리가 운 좋게 버텨서 덕을 봤다. 이번 (코로나19) 위기는 다 같이 피해를 보는데, 한국 자동차산업 같은 수직 통합적 전속거래 구조가 위기에 더 취약할 수 있다. 하나가 흔들리면 다 흔들린다.” 이항구 선임연구위원의 말이다. 대안은? “현대차 1차 협력업체인 중견기업들을 살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들이 무너지면 다 무너진다. 중소기업인 2·3차 협력업체의 경우, 실업 문제를 두려워할 게 아니라 구조조정하고 재교육해서 미래차에 투입해야 한다”라고 이 선임연구위원은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회복되면 미래차로 간다. 먼저 다가올 변화가 전기차다. 내년부터 전 세계적으로 (내연차) 규제가 강화된다. 손 놓고 있다가는 더 큰 피해를 본다.”

이탈리아 정부는 경영난에 시달리던 국적항공사 알리탈리아를 국유화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영향을 미쳤다. 프랑스의 브뤼노 르메르 재정경제장관은 “시장에서 중대한 위협에 직면한 주요 산업 부문의 기업들을 위해 정부의 지분 인수나 국유화를 검토할 수 있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한국도 전방위적 위기다. 최근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겪은 조선산업도 유가 하락으로 해양플랜트 발주가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은 비명을 지른다. 문재인 대통령이 100조원 규모의 기업구호 긴급자금을 투입한다고 했지만,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정부가 취해야 할 산업정책의 ‘큰 그림’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전대미문의 감염병 사태가 한국 산업지형을 중대한 시험대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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