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P PHOTO3월6일 도쿄의 한 회사원이 두 자녀를 회사에서 운영하는 어린이 놀이방에 맡기고 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발표가 있던 것은 2월27일 목요일 저녁이었다. “3월2일 월요일부터 봄방학까지 전국 공립 초·중·고등학교의 휴교를 청한다.” 휴교 발표로 학생들은 긴 봄방학에 환호했지만, 학교와 학부모들은 허둥지둥했다. 무엇보다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회사가 많지 않았다.

정부는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을 위해 어린이집과 돌봄교실은 정상적으로 운영된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효과적인 대응으로 평가받지 못했다. 돌봄교실은 맞벌이 가정의 초등학교 학생들을 방과 후나 방학 때 맡아주는 시설이지만 맞벌이임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하는 등 입소 신청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여기에 속하지 않는 가정이 더 많다. 정원 문제로 아예 서류조차 낼 수 없는 지역도 여럿이다. 무엇보다 휴교는 하면서 돌봄교실이나 어린이집을 정상적으로 운영한다면, 감염 확대를 방지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도 제기됐다.

정부의 정책결정 과정도 불투명

휴교 조치가 옳은 대책이었다고 해도 정부의 설명 부족은 불만을 키웠다. 정부 전문가회의의 일원이며 공중보건 전문가인 오카베 노부히코 가와사키시 보건안전연구소장은 주간 〈다이아몬드〉와의 인터뷰에서 휴교보다는 고령자 입원 병원이나 시설에 대한 감염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휴교 결정에 대한 논의 과정을 알고 싶다며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렌호 의원이 국회에 회의록을 제출하라고 요구하자 아베 정부는 회의록이 없다고 대답했다. 즉, 일본 정부는 휴교 조치가 꼭 필요했는지 또 어떤 근거와 논의에 의해 결정했는지 증명할 자료가 없다고 답한 것과 같다.

한국과 중국인의 입국 제한 조치에 대해서도 과학적 근거보다는 정치적 판단이 앞선 것으로 보인다. 3월9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야당은 입국 제한에 대한 판단 근거를 설명하라고 요구했지만, 아베 총리는 “정치적 판단”이라는 답변만 반복했다. 렌호 의원이 “한·중 입국 제한에 과학적 근거가 있는가?”라고 질문하자 아베 총리는 “외무성과 논의했다”라면서도 결국 “정치적 판단”임을 시인했다.

일본에서는 한국처럼 실시간 유전자 증폭검사(PCR)를 받기가 쉽지 않다. 발열이나 기침 등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어도 폐렴이 아니면 검사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코로나19가 별다른 치료법이 없는 만큼, 증상이 약한 환자가 의료기관에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검사를 많이 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힘을 얻는 모양새다. 〈일본경제신문〉에 의하면 현재 일본의 검사 수는 하루 1000건 정도다. 지역 위성연구소 등 특정 기관에서만 검사를 할 수 있었는데 그 경우 하루 가능한 검사 수는 1500건 정도였다. 정부는 3월6일부터 보건소를 이용하지 않고 의사의 판단으로 검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로 인해 3월 중에는 검사 능력이 하루 약 7000건대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일본 내 감염자 수는 3월18일 현재 868명으로 한국과 이탈리아에 비하면 매우 적은 편이다. 하지만 검사 수 자체가 적기 때문에 감염자의 실제 수는 거의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바이러스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통계나 숫자까지 보이지 않게 할 필요는 없다. 정부의 정책결정 과정도 불투명해 일본 국민은 막연한 두려움 속에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기자명 도쿄·김향청 통신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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