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청도군보건소(가운데)의 왼편에는 군립청도노인요양병원과 대남병원이 나란히 배치되어 있다.

유소연 가천대 간호학과 교수와 한수하 순천향대 간호학과 교수가 청도대남병원 5층 정신과 폐쇄병동에 처음 들어간 것은 지난 2월23일이었다. 이 병원에서 국내 첫 코로나 사망자가 나온 지(2월19일) 5일째 되는 날이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침대가 없는 온돌방에 환자 6~7명이 매트리스를 깔고 눕거나 앉아 있었다. “낙상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정신병원이나 요양병원에서 온돌식 다인실을 운영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감염관리’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 바닥 등 주위 환경을 통해 바이러스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침대와 커튼이 있는 병실에 비해 거리를 유지하기가 어렵고 비말(침방울) 감염에도 취약하다. 해당 병동엔 적절한 공기순환 시스템도 갖춰져 있지 않았다.” 유소연 교수가 말했다.

감염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병원에는 의료 폐기물이나 먹다 남긴 음식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청소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것 같았다. 기존 의료진 중에서도 확진자가 나온 시점이었다. ‘이 때문에 병동 관리 시스템이 일시적으로 중단된 결과’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평상시의 병원 관리 상태를 짐작하게 하는 장면이 자꾸 눈에 띄었다. 어떤 환자는 버려진 음식에 손을 대고 있었다. 다른 환자는 복도 바닥에 소변을 본 뒤 쓰레받기로 물기를 없애려고 시도했다. 또 다른 환자는 빗자루로 방을 직접 쓸려고 했다. 한수하 교수는 “보통 감염병 상황에선 병원의 감염관리실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청도대남병원엔 컨트롤타워 자체가 없었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가 스마트폰 카메라에 담은 ‘온돌방 병실’이 국립중앙의료원 브리핑에서 공개되며 청도대남병원의 모습이 세상에 드러났다. 코로나19 첫 사망자가 나온 청도대남병원 정신과 폐쇄병동에서는 입원환자 103명 중 101명이 감염자로 확진되었다. 첫 확진 이후 엿새 만에 7명이 사망했다.

임대륜 안티카(정신장애인 예술창작단체) 활동가는 청도대남병원 폐쇄병동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자신이 입원했던 서울의 종합병원 폐쇄병동과도 많이 달랐다. 임씨가 입원한 병실은 6인실이었다. 그러나 1m 간격을 두고 침대와 커튼이 설치되어 있었다.

부산 지역의 한 종합병원 정신과 폐쇄병동에 근무하는 간호사 김 아무개씨는 온돌방으로 된 폐쇄병동과 침대로 된 폐쇄병동을 모두 경험했다. 그가 느끼기에 둘 사이의 차이는 환자의 구성이었다. “건강보험 환자가 많은 병실은 깨끗하고 침대도 있는데, 의료급여 환자가 많은 곳은 온돌식이라는 인상이 있다. 본인부담금을 내는 건강보험 환자와, 국가가 돈을 정액제로 부담하는 의료급여 수급자는 다른 취급을 받는다. 병원 수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물론 온돌식 병동은 낙상 사고를 방지하거나 단체 활동을 원활하게 진행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른바 ‘돈이 안 되는’ 의료급여 수급자를 좁은 공간에 최대한 많이 수용하는 데 유리한 것도 사실이다. 청도대남병원 정신과 폐쇄병동의 입원환자 대부분은 의료급여 수급자다. 청도대남병원에서 자원 활동을 벌인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청도대남병원은, 침대가 있는 일반 내과계 병동이라면 많아야 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넓이였다. 그곳에 100여 명을 넣었으니 매우 과밀한 편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야기는 청도대남병원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봐도, 청도는 물론 다른 지역으로까지 이어지는 운영자들의 네트워크와 사회복지·보건 체계의 후진성이 드러난다.

“구덕병원 정신과에도 침대 병실이 없었다. 모두 온돌식으로 개조했기 때문이다. 한 방에 많게는 20~30명까지 환자를 수용했다. 방마다 매트리스 6~7개에 10명 이상의 환자가 누워 ‘복작복작’ 지냈다.” 2008년 구덕실버센터에 입사해 2012년까지 노조 활동을 벌인 전규홍 전 구덕원 노동조합 현장위원회 현장대표(현 민주노총 부산일반노조 위원장)의 이야기다.

부산 구덕원과 청도대남병원의 관계

그가 언급한 ‘구덕병원’은 부산의 사회복지법인 구덕원이 운영하던 병원이다. 구덕원은 구덕병원, 노인요양시설인 구덕실버센터, 부산시 노인건강센터 등을 운영하던 부산의 최대 사회복지법인이었다. 김현숙 전 구덕원 대표이사는 횡령 등 혐의로 2011년 1월 부산지방법원으로부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추징금 3억 7800여만원을 선고받았다.

구덕병원은 청도대남병원과 인적 네트워크로 엮여 있다. 김현숙 전 구덕원 이사장이 이 네트워크의 중심이다. 그의 아들인 오한영씨가 대남의료재단(청도대남병원 운영) 이사장이다. 대남의료재단의 다른 이사들도 김 전 구덕원 이사장의 동생, 모친, 지인 등으로 구성되었다.

전규홍 전 현장대표는, 구덕원 측이 비리로 자금을 융통해서 청도대남병원을 설립했다고 주장해왔다. “구덕병원에도 노인과와 정신과가 있었다. 운영 측에서 (국가지원금을) 착복하다 보니 식자재 질이 형편없고 인력도 부족했다. (방문자들이 얼핏 봐도) 환자들 영양상태나 의료적인 ‘케어’의 부실이 눈에 띌 정도였다.” 청도대남병원 첫 사망자의 몸무게가 42㎏이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장애인 인권단체들이 조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청도군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대남병원 운영에 불법적인 점이 있다면 이를 적발하고 감독하는 것은 청도군보건소의 일이기 때문이다.

보건소 건물의 왼편에는 군립청도노인요양병원과 대남병원이 나란히 배치되어 있다. 보건소 오른편엔 효사랑실버센터가 있다. 지리적으로만 붙어 있는 것이 아니다. 각 시설이 통로로 연결되어 있다. 보건소와 민간 병원이 한 몸처럼 붙어 있는, 매우 이례적인 구조다.

청도대남병원은 보건소 왼편의 군립청도노인요양병원을 수탁 운영하고 있다. 보건소 오른편의 효사랑실버센터(건설에 국비와 지방비가 십수억원 들어갔다)는, 사회복지법인 에덴원에서 운영하는 요양원이다. 에덴원 대표이사는 오한영 대남의료재단 이사장이다.

ⓒ한수하 제공한수하 순천향대 간호학과 교수가 찍은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 모습.

게다가 청도군보건소와 청도대남병원, 군립청도노인요양병원은 운영·의료에 필요한 일부 인력과 정화조·난방시설·식당 등 시설·장비를 공유한 것으로 보인다. 오성환 전 대남의료재단 이사장(오한영 현 이사장의 부친)이 2001년 대한병원협회지에 기고한 글을 보면, “보건소, 병원, 사회복지시설의 연계를 통한 복합건물을 신축함으로써 인력, 장비, 시설의 공동 활용의 효율성을 제고”한다고 되어 있다. 이를 통해 부지·건축비 19억원, 운영비 연 3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이었으니, 청도군보건소가 대남병원에 대한 관리·감독을 제대로 시행해왔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보건소는 병원 인허가뿐 아니라 의사 면허나 마약류도 관리한다. 이런 규제기구가 민간 병원과 같은 건물에 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비유하자면 민간 은행이 금융감독원을 같은 건물에 유치한 상황이다. 공사 구분이 이뤄지지 않은 형태이며, 의료민영화의 극단적 사례로도 보인다”라고 말했다.

리스크 분산에도 매우 취약했다. 청도대남병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자 인력과 장비가 서로 오갔을 보건소 직원 전원에 대해 자가격리 조치를 시행해야 했다. 결국 지역 방역 기능이 사실상 마비되었다. 청도대남병원 현장을 방문한 의료진은 “보건소 직원을 볼 수 없었다”라고 전한다. 민관이 분리되지 않은 기이한 ‘원스톱’ 구조가 청도대남병원의 초기 대응 미비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감염되고 죽어간 이들은 기저질환을 가진 고령의 정신장애인이었다. 청도대남병원 정신과 폐쇄병동에서 이송된 중증 환자 10명을 치료한 이소희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장의 말이다. “기본적으로 10년, 20년 장기 입원한 분들이 많다. 최근 입원했다고 해도 입·퇴원을 반복해온 분들이다. 환자 대부분이 조현병을 앓고 있는데, 정신장애의 정도가 만성이면서 중증에 해당한다. 스스로 위생을 돌보지 못할 뿐 아니라 남의 돌봄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 영양상태나 면역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이나 빈혈 등 기저질환이 있는 분들이 적지 않고, 전신에 근육이 별로 없어 연세에 비해 쇠약하고 노화된 분들이 많다.”

청도대남병원의 첫 번째 사망자는 폐쇄병동에 20년 넘게 입원해 있었던 무연고자다. 두 번째 사망자는 이 폐쇄병동에서 부산대병원으로 이송하던 중에 숨이 끊어졌다. 그로서는 15년 만의 외출이었다.

청도대남병원 정신과 폐쇄병동의 경증 환자 중 30여 명은 국립정신건강센터에 이송되었다. 이들을 치료한 전진용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환자들에게서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거기(청도대남병원)보다 이곳(국립정신건강센터)이 시설은 더 좋고 깨끗할 텐데도 그곳을 그리워하는 분들도 있더라. 워낙 오래 입원해 있다 보니 그런 것 같다.”

청도대남병원 사건 이후 ‘탈원화(정신병원에 수용된 환자를 퇴원시켜 지역사회에서 치료받게 하는 것)’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당장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정신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데 대한 편견도 해소되어야 하고 인프라도 갖춰져야 한다. 여기엔 비용이 든다”라고 전진용 전문의는 말했다. 강원 속초·고성·양양 지역의 유일한 정신과 폐쇄병동에서 2019년 8월까지 근무했던 최정화 간호사는 폐쇄병동이 사라진 뒤 일반병동에서 근무 중이다. 최 간호사는 “인프라가 없는 상황에서 폐쇄병동이 사라지니 입원환자들이 타 지역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한 알코올의존증 환자는 폐쇄병동에서 나간 뒤 술을 먹고 사고를 당해 머리가 깨졌는데 적절한 치료를 제때 못 받았다. 인프라 없이 탈원화는 쉽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한국식 정신과 폐쇄병동의 문제점

청도대남병원 집단감염은 한국식 정신과 폐쇄병동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낸 사건이다. 2월15일 전후로 발열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가 여럿 있었는데도, 첫 환자 사망 뒤인 2월19일에야 코로나19 감염으로 확진되었다는 것은, 환자들에게 평소 적절한 의료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런 와중에 요양원이나 장애인 집단거주시설 등에서 감염이 확산되는, 또 다른 사건들이 불거지고 있다. 경기도에선 이런 시설에 대해 환자는 물론 보호자·직원까지 일정 기간 나오지 못하게 하는 식의 ‘예방적 격리’를 취하고 있지만 지속 가능성이 의심스러운 방법이다. 격리를 해제한 다음, 감염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은 “접촉의 빈도·시간·밀도가 높은 곳이 감염에 취약하다고 볼 때 (정신과 폐쇄병동·요양원·장애인 집단거주시설 등) 일련의 개방형 요양 공간은 감염에 취약하다. 한 병원의 일탈로 비난하고 끝낼 문제는 아니다. 결국은 그런 시설이 스스로 위험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평소보다 더 위생에 신경 쓰고, 신천지나 대구 방문자가 아니더라도 증상을 호소하면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전혜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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