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양한모

아이돌 세계에는 성취의 기념비가 많고도 많다. 차트나 시상식의 성적이 대표적으로, 몇 회 연속 무엇을 수상했다느니 하는 이야기가 언론과 팬들의 입길에 일상적으로 오른다. 그중에서 육성재는 남들이 좀처럼 얻기 힘든 트로피를 하나 갖고 있다.

〈우리 결혼했어요〉의 ‘승자’ 중 하나라는 것이다. 남녀 연예인의 가상 결혼생활을 보여주던 이 프로그램은, 팬들의 원성과 상호 저격이 끊이지 않은 전쟁터이기도 했다. 거기서 육성재와 그의 파트너 조이는 생존했다. 훈훈하고 귀여운 커플로 남은 아주 드문 사례의 하나다. 두 사람은 여느 커플처럼 곧잘 티격태격했지만 육성재는 대체로 ‘장난을 잘 받아주는 사람’이었다. 위압적이거나 모나지 않게, 애정을 담지만 담백한 선에서, 구김살 없이.

‘구김살 없음’은 그의 많은 것을 담아낸다. 훤칠한 외모에 일견 날카로워 보이는 이목구비지만 선량한 인상을 주는 것도 그래서다. ‘잘생긴 또라이’라는 명칭이 따로 붙을 만큼 그가 활달하고 파격적인 예능감을 보여주는 것 또한 그 지점에서 적중한다. 외모, 노래, 신체활동 등 모든 면에서 아쉬울 게 없고 뭐든 시키면 잘 해내는데, 거기서 허를 찌르며 유머 감각을 발휘하면 완벽한 한 세트가 완성되는 것이다. ‘또라이’라도 아니었다면 너무 완벽했을 그가, ‘또라이’임으로 인해 더욱 완벽해진다. 이를테면 한 예능에서 그는 임재범의 ‘고해’를 부른 적 있는데, 워낙 노래를 잘하는 그가 마초 발라드의 정수를 보여줄 거란 기대를 배신하고 간드러지는 트로트 창법을, 심지어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그러고는 약점이 없는 자의 해맑은 웃음을 보여준다. 그는 그런 식이다.

노래 이야기가 나온 김에 짚자면 그는 ‘서서브’란 말로도 알려졌다. MBC 〈복면가왕〉에서 흠잡을 데라고는 없는 탁월한 보컬을 선보이고도 자신의 소속 그룹에는 훨씬 노래를 잘하는 멤버들이 많다고 말한 데서 비롯됐다. 이만한 실력이라도 비투비에서는 ‘서브 보컬’도 되기 어렵다는 농담 반 진담 반의 멘트였다. 워낙 발라드에 특화되었고 노래를 지나치게 잘하는 멤버들로 구성돼 있기도 하다. 그래서 그가 비투비에서는 ‘아는 사람들은 아는’ 실력자였다면, 최근 발매된 첫 솔로 미니앨범은 보컬리스트로서 육성재에게 집중할 만한 기회가 된다.

팬들이 익숙할 그의 도톰한 중음역은 차분하고 진중하게 말하는 듯한 진솔함을 전달한다. 고음에서는 흔히 말하는 파워보컬이나 절창들보다는 훨씬 가벼운 무게감을 보여주며 ‘미성’으로 변한다. 서정적으로 음미하는 듯한 인상을 잘 살리는 편이다. 정통파 발라드 창법을 완연히 구사하지만, 그는 감정의 응어리를 쭉 뻗어내는 것만큼이나 멜로디의 리듬감을 살린 가창이 잘 어울린다. 그것이 매끄러운 깃털 같은 부드러움을 지닌 음색과 결합할 때 한껏 신사적이고 로맨틱한 인간상이 구현된다. 누군가 장난을 쳐온다면 성실하게 받아주고, 그러나 섣불리 감정에 취해 허우적거리지 않고 담백한 거리를 지킬 줄 아는 캐릭터 말이다.

그는 〈우리 결혼했어요〉에서도 보였던 자신의 매력적인 캐릭터를 잘 알고 꾸준히 지켜온 것일까. 혹은 그가 그런 사람이기에 솔직한 모습이 드러나는 것일까. 쉽게 알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분명한 것은, 이 미니앨범에 그런 그가 담겼다는 사실이다. 번득이는 예능감 이상으로 그의 음악을 더 듣고 싶은 이유다.

기자명 미묘 (<아이돌로지> 편집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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