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번호:118080063
이름:김계정(50)
주소:강원 원주시

영업시간에 방해될까 봐 조심스레 인터뷰를 요청했다. 주소지가 카페여서다. 카페 ‘아라비’ 김계정 사장은 흔쾌히 통화를 수락했다. 코로나19 여파는 커피 마니아들이 일부러 찾아오는 10년 된 로스터리 카페 역시 피해 가지 않았다. 김씨의 남편 김충렬씨는 2019년 국제골든커피어워드(IGCA) 에스프레소 부문에서 1위를 한 커피 로스터다. 손님 그림자조차 볼 수 없는 날들이 이어지며 2·3호점은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김씨의 본업은 누드 크로키를 그리는 화가다. 한때는 카페 아라비 2층을 갤러리로 쓰기도 했다. 전시를 기획하고 판매하는 큐레이터 역할을 카페 운영과 겸하려니 힘에 부쳤다. 그러다 보니 개인 작품은 통 그리지 못했다. 매주 월요일 점심께 커피를 마시러 오는 원주 KBS 이재원 국장과 그림 얘기를 하는 것이 요즘 낙이다. 이 국장은 자신의 책 〈조선의 아트 저널리스트 김홍도〉(살림, 2016)에 서명해주며 ‘시절인연’이라는 말을 남겼다. “요즘은 그 말을 자주 생각해요. ‘시절인연으로 붓을 다시 잡을 날이 올까.’ 그러면 좋겠네요.”

카페에서 〈시사IN〉을 구독한 지는 1년 조금 넘었다. 서울에서부터 커피를 마시러 오는 단골손님 ‘영업’에 호기심이 생겼다. “카페를 오래 하다 보면 그렇게 인연이 생기는 분들이 있어요. 그 손님이 오래 구독 중인 잡지가 있는데, 여기도 한 부 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저분이 권하는 거면 믿을 만하다 싶었죠.” 꼼꼼하게 읽지는 못한다. 구독의 의미보다는 후원의 의미가 더 크다. 얇은 잡지를 넘기는 동안 줏대랄까, 결기랄까 그런 게 느껴져서 좋았다. ‘나 한 사람이라도 구독해서 이런 매체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그것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자명 장일호 기자 다른기사 보기 ilhosty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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