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신선영특별상 수상자인 〈부산외대신문〉 최창헌, 조선경, 하정윤씨(왼쪽부터).

부산외대 19학번 동기인 조선경(중국학부), 하정윤(영상콘텐츠융합학과), 최창헌(국제학부)씨는 입학과 함께 학보사인 〈부산외대신문〉에 들어갔다. 8000여 명이 재학 중인 학교에서 학내 언론은 학보사와 영자신문사, 방송국 세 곳이 전부였다. 직접 경험한 학보사는 생각보다 열악했다. 수습 6명을 제외하면 편집국장과 기자 두 명이 12쪽짜리 신문을 발간하고 있었다. 3주에 한 번꼴로 발간하는 신문을 이어가기 위해 ‘초인적’인 노력이 필요했다. 편집국장이었던 강다현씨(스페인어과 17학번)는 응급실에 실려 가서도 노트북을 펼쳐 기사를 마감했을 정도로 손이 모자랐다.

2019년은 학내 언론을 지키고 버틴다는 것의 무게감을 알게 된 한 해였다. 인력 부족뿐 아니라 외부 압력도 거셌다. 2019년 9월, 언론 3사 존립 문제를 두고 주간교수와 충돌했다. 부산외대 언론 3사는 비록 인력난에 시달리더라도 학내 언론으로서 독립성이 보장되며 존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주간교수는 뉴미디어학과를 신설하는 동시에 기존 언론 3사를 미디어 실습을 위한 미디어센터로 통합해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총장 산하 기구였던 학내 언론이 신설 학과 산하로 귀속된다는 의미였다. 2019년 8월 이 계획이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3사 구성원들은 9월5일 대자보를 걸고 반대 투쟁을 벌였다.

“당시 처음으로 ‘우리 학교 신문 좋은데 왜 그러냐’라는 반응을 들었다. 우리의 보도나 목소리에 대해 피드백을 받아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첫 대자보를 붙인 당시를 떠올리던 최창헌씨가 이렇게 말했다. 대다수 대학이 그렇듯, 대학 언론은 공기처럼 존재했다. 늘 그 자리에 있지만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보내는 대상은 아니었다. 학내 언론의 위기 문제가 공론화되면서 온라인을 통해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이들이 늘었다. 대학이라는 공동체에서 왜, 어떤 이유로 대학 언론이 존립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결국 통폐합을 추진한 주간교수는 물러났고, 〈부산외대신문〉을 비롯한 언론 3사는 37년 역사를 계속 이어갈 수 있었다.  

당시 신문사 편집국장으로서 통폐합 반대에 앞장섰던 강다현씨는 지난해 12월 자신의 임기 마지막 칼럼에 이런 말을 남겼다. “2019년 초 〈부산외대신문〉은 반죽음 상태였다. 혹자는 나에게 무기한 발행 연기를 권유하기도 했다. 사실상 폐간이었다. 이유를 물으니 ‘너희는 12면의 신문을 만들 능력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인정할 수 없었다. 전례를 만드는 순간 우리는 사소한 압박에도 무릎을 꿇어야 할 게 눈에 선명했다. 모든 것에 처절한 심정으로 임했다.” 버티고 존재한다는 것은 그 이유를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는 일이다. 적어도 부산외대 언론 3사에게 2019년은 대학 언론이 학문 공동체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온몸으로 증명한 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특별상 수상작이 없기를 기대하며…

특별상 심사평- 고제규 편집국장

 

2007년 시민들 후원이 〈시사IN〉 창간의 밑거름이 되었다. 그때 받은 도움을 돌려주고 싶었다. 2010년 사회 환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대학기자상’을 시작한 이유다.

특별상은 대학기자상 제정 취지와 가장 잘 맞는 분야다. 대학 언론의 자유를 지키려는 이들이 주로 이 상을 받았다. 그동안 〈중앙문화〉 〈국민저널〉 〈성대신문〉 〈한성대신문〉 〈동대신문〉 〈한국외대 교지편집위원회〉 〈대학신문〉 등이 수상했다. 학교 당국을 비판한 보도를 하면 하나같이 강제 수거를 당했고, 주간교수 지시로 발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학교는 대학 언론의 제작 과정에서 제도적으로 관여한다. 바로 주간교수 제도다. 학교 당국의 이런 간섭에 학생들은 〈국민저널〉이나 〈대학알리〉처럼 ‘독립적인 자치 언론’을 만들기도 했다.

ⓒ시사IN 조남진

심사위원들은 특별상 수상자가 없을 만큼 대학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기를 바랐다. 이런 바람과 달리 이번에도 수상자가 나왔다. 〈부산외대신문〉 〈외성타임즈〉(영자신문), 그리고 부산외대방송국 등 ‘부산외대 언론 3사’가 특별상을 수상했다. 이 학교 주간교수는 언론 3사를 통합해 뉴미디어학과 산하 실습 매체로 바꾸려 했다. 학생기자들과 협의는 없었다. 언론 3사 소속 학생들은 이 문제를 공론화했다. 결국 주간교수가 사퇴하고 3사 통합은 무산되었다.

대학 언론은 위기다. 기성 언론보다 위기 강도가 더욱 심하다. 기성 언론의 위기가 독자 이탈이라면 대학 언론의 위기는 독자 이탈에 더해 기자 이탈도 심하다. 그래서 심사위원 가운데 이견도 있었다. 주간교수가 학생들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통합을 시도한 것도 문제지만, 대학 언론의 자생력을 위한 측면도 있었다는 지적이다. 부디 내년 12회 대학기자상에는 특별상 부문 수상자가 없기를 바란다.

 

 

 

기자명 김동인 기자 다른기사 보기 astoria@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