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신선영취재보도 부문 공동 수상자인 서울대학교 〈서울대저널〉 김예정씨.

 

사각지대는 세상의 구석보다 경계에 위치할 때가 많다. ‘경계선 지능’도 마찬가지다. 경계선 지능은 지능지수(IQ)가 70 초과, 85 미만인 사람을 설명할 때 쓰는 말이다. 보통 IQ가 85 이상이면 일반인으로, 70 이하일 경우 지적장애로 분류된다. 경계선 지능을 가진 사람들은 일반 생활을 하기에는 어려움을 겪지만 장애 판정은 받지 못한다. 경계선 지능을 가진 아이들은 교실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지적장애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받을 수도, 일반 학생과 같은 수업을 받기도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다.

김예정씨(인류학과 17학번)에게도 경계선 지능은 낯설었다. 존재 자체를 인식하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그러다 우연히 ‘느린 학습자를 위한 쉬운 책’을 만드는 한 사회적 기업을 알게 되었다. 평소 교육 이슈에 주목했던 터라 우선 ‘학습자’에게 초점을 맞췄다. 쉬운 주제는 아니었다. 개념을 이해하는 데에 시간이 걸렸다.

경계선 지능을 가진 이들을 위한 맞춤 교육은 언감생심이었다. 지적장애인(IQ 70 이하)을 위한 특수교육은 이들에게 유용하지 않았다. 단순 반복학습 위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일반 학생과 똑같은 교육을 받기에도 무리가 따른다. 김씨는 “처음에는 학습 자체에 착안했지만, 인터뷰를 하다 보니 이들이 오히려 또래와 관계 맺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는 걸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학교 울타리를 벗어난 이후의 미래를 더 염려했다. 세상에 던져졌을 때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내몰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경계선 지능의 경우 장애 판정을 받기 어렵기 때문에 사회적 지원 역시 미미한 수준에 머무른다. “기사에는 녹여내지 못했지만, 군대 문제가 가장 큰 걱정이었다. 실제로 군대에 다녀오고 나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이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일부 부모들은 어떻게든 장애 판정을 받아내기 위해 애쓰기도 했다.”

스스로 평가하기에 100% 만족스러운 기사는 아니다. 무엇보다 경계선 지능을 가진 학생의 목소리를 담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우연이 뒤따랐다. 김씨는 현재 휴학 후 보습학원에서 아르바이트 강사로 일하는데, 얼마 전 김씨의 교실에 경계선 지능을 가진 학생이 등록해 교육할 기회를 얻었다. 교실에서 이들이 학습하는 데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교육 현장에서 이들을 어떻게 보듬어야 할지 다시 한번 체감하고 고민하게 되었다.

“삶을 무작정 대상화하지 않는 기자가 되고 싶다”라는 김씨는 인터뷰 말미에 수전 손택의 〈타인의 고통〉 중 한 대목을 언급했다. “특권을 누리는 우리와 고통을 받는 그들이 똑같은 지도상에 존재하고 있으며, 우리의 특권이 그들의 고통과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라는 구절이었다. 김씨는 이 문장을 스스로에게 ‘영원한 과제’로 부여했다.

 

 

소수자를 대변한 완성도 높은 목소리

취재보도 부문 심사평 - 김동훈 (한국기자협회 회장)

 

우리 주변에는 빈곤층, 장애인, 이주민,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가 많다. 사회적으로 소외되어 힘도 없고 제 목소리도 낼 수 없는 이들이다. 언론은 정치권력과 자본권력 등 힘 있는 사람과 집단을 감시·비판해야 한다. 이와 함께 힘없는 사람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대변해야 하는 것은 언론의 본령이자 책무이다.

 

ⓒ시사IN 조남진

흔히 여성의 날, 장애인의 날, 한글날 등에 즈음해 관련 기획기사를 쓰는 것을 ‘캘린더 기획’이라고 한다. 제11회 ‘대학기자상’ 심사를 하면서 보니 유난히 장애인과 관련된 기사가 많이 출품되었다. 4월20일 장애인의 날에 즈음한 ‘캘린더 기획’이다.

그런데 유독 〈서울대저널〉 김예정 기자의 ‘교육의 경계에 선 아이들’에 눈길이 간 이유는 주제가 참신하고 신선했기 때문이다. 지능지수(IQ)가 85 이상이면 ‘비장애인’이고, 70 이하면 ‘지적장애인’으로 분류된다. 그 사이에 놓인 71~84는 ‘경계선 지능지수’이고 이런 지능을 가진 아이들은 ‘거북이’로 불린다.

‘교육의 경계에 선 아이들’은 분명 사회적 약자이고 소수자이면서도 이런 어정쩡한 위치 탓에 사회적으로 더욱더 소외받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점이 심사위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이 기사는 ‘경계선 지능’과 관련된 여러 논문과 심포지엄, 공중파 시사 프로그램 등을 꼼꼼히 잘 살폈다. 특히 포털사이트의 관련 카페에서 ‘거북이’를 둔 부모들의 애타는 심경과 고민을 기사 도입부에 인용한 점, 교수와 교사 등 전문가 인터뷰를 기사 중·후반부에 적절히 잘 녹여낸 점 등 기성 언론 못지않은 완성도까지 갖췄다.

 

 

기자명 김동인 기자 다른기사 보기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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