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먹을까?” “밀가루 음식 빼고 다~.” “난 완전 중독이야. 스파게티, 빵, 라면… 하루 세 끼가 다 밀가루 음식이라니까.”

저녁 메뉴를 정하기에 앞서 한 지인과 나눈 대화다. 우리는 밥집으로 갔고, 생선구이와 된장찌개를 주문해서 나눠 먹었다. 그는 이날 식사가 이틀 만에 처음 먹는 쌀밥이라고 했다. 하긴, 나도 그랬다. 우울한 땐 쫄면을, 출출할 땐 라면을, 텔레비전 앞에서는 과자 한 봉지를 뚝딱 해치웠다. 이상하게 밀가루 음식이 당길 때가 있다. 중독성이 있는 걸까? 밀가루가 무슨 담배나 술, 마약도 아닌데 설마? “밀가루 속에 들어 있는 글루텐이라는 단백질 성분이 장내 세균에 의해 분해되면 엑소르핀(exorphine)이라는 마약 성분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밀가루는 얼마든지 뇌에 작용해 탐닉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비만제로〉 이의준 지음) 

밀가루 끊기 2주일째. 가장 시급한 건 대체식품의 ‘발굴’이었다. 지난 주말 ‘간식’ 장을 보러 생협에 갔다. 당도가 높은 호박고구마 1kg을 3600원 주고 샀다. 백미와 현미로 만든 쌀빵도 한 봉지 집어들었다. 간식용 검은콩은 집었다가 놨다. 양에 비해 비쌌다. 날콩을 구입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뻥이요 뻥’이 있지 않은가. 인근 재래시장에 들러 뻥튀기 아저씨를 찾았다. 튀기는 데 4000원. 쪼그리고 앉아 언제 뻥 하고 터질지 모를 저 우주비행선 같은 기계를 쳐다보며 잠시 어린 시절 기분을 만끽했다. 재미도 느끼고 지갑도 굳었다. 시장 떡집에서 갓 나온 인절미도 두 팩(4000원) 샀다. 냉동실에 넣어두었다가 조금씩 꺼내 먹을 요량이다.

밀가루 ‘금단 현상’ 극복하기

기자의 간식 메뉴다. 곡물 세계를 섭렵하며 제철 음식에 빠져 지낸다.
지난 일주일, 아침 출근 때마다 간식 도시락을 싸는 재미가 쏠쏠했다. 작은 플라스틱 통에 찐 고구마 한 개, 얼려놓은 인절미 서너 개, 쌀빵 한덩이를 담았다. 튀긴 검은콩은 따로 담아 회사 책상 위에, 집안 식탁에 각각 놓고 수시로 손을 뻗어 입의 궁금증을 달랬다. 효과는? 일단 조금씩 자주 먹는 간식 덕에 밀가루를 그리워할 새가 없었다. 밀가루 음식을 먹고 난 뒤, 소화가 안 되는 거북감도 사라졌다. 살이 찌지 않았느냐고? 천만에! 1kg이 빠졌다. 밀가루는 ‘다이어트의 적’으로 알려져 있다. ‘혈당상승(GI)지수’가 높아 살이 쉽게 찌고 체중을 늘리는 염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모든 음식은 독이 되기도 하고 약이 되기도 한다. 단, 먹는 이에 따라. 반룡인수 한의원의 한태영 원장은 태음인에게는 밀가루가 좋다고 권한다. “태음인은 지방과 탄수화물의 흡수율이 높아 돼지고기와 쌀밥을 먹으면 살이 찐다. 반면 단백질 흡수율이 낮아 밀가루와 쇠고기를 먹으면 비만을 억제한다. 반면 소음인과 소양인에게는 밀가루 음식이 좋지 않다. 소화가 안 돼 가스가 차거나 설사를 하기 쉽다.”

한 독자분이 이런 의견을 주셨다. “밀가루를 꼭 끊어야 하는가. 차라리 건강한 밀가루를 제대로 누릴 수 있는 방향의 정보를 주는 게 나을 성싶다.” 다음 호가 그 차례다. 우리 밀과 수입 밀, 통밀과 백밀의 대결이다.

기자명 박형숙 기자 다른기사 보기 phs@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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