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세계 경기를 덮치다
  • 이종태 기자
  • 호수 652
  • 승인 2020.03.13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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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세계 경기를 생사의 기로에 놓이게 했다. 세계 경제가 ‘글로벌 공급망’에 묶여 있는데, 중국 등 이 공급망의 핵심 국가에서 코로나19가 창궐했다. ‘나쁜 상황’이 장기화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AFP PHOTO주가가 폭락한 2월24일 뉴욕 증권거래소의 한 장내 트레이더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3월3일,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했다(1.50~1.75%→1~1.25%). 파격적 조치다. 긴급히 소집한 ‘특별회의’에서 금리를 내렸다는 측면에서 그러하다. 금리 조절의 공식 기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로 3월17~18일 열릴 예정이었다. 보름 동안 손 놓고 바라볼 수 없을 만큼 급박한 사정이 있었던 것이다. 더욱이 인하 폭이 무려 0.5%포인트다. 통상적 인하 폭(0.25%포인트)의 두 배. 연준은 성명서에서 ‘급박한 사정’을 토로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경제활동의 리스크가 점증하고 있다.”

미국의 금융시장이 코로나19를 임박한 위협으로 받아들인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2월 마지막 주(2월24~28일)이다. 중국 우한시에서 지난해 12월 초부터 코로나19가 유행했고 급기야 도시 전체의 봉쇄로 이어졌지만, 미국 금융시장에게는 ‘남의 나라 일’일 뿐이었다. 그러나 2월 넷째 주 주말에 ‘아시아 밖의 선진국’인 이탈리아에서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했다는 뉴스가 전해진다. 갑작스러운 공포가 미국 금융계를 덮쳤다. 2월 마지막 주의 월요일(2월24일), 주식시장이 열리자마자 주가지수들이 폭락하기 시작한다. 하루 동안 S&P500 지수가 3.4%나 떨어졌다. 위기감을 느낀 투자자들이 민간기업의 주식이나 원자재 선물(future) 같은 ‘불안전 자산’에서 자금을 빼내 금, 미국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옮긴 것이다.

그 덕분에 금의 국제 시세는 삽시간에 2013년 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산업용 금속인 구리, 납 등 원자재 가격은 폭락했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꼽히는 미국 재무부 채권(미국 국채)은 인기가 폭발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가 위기에 처하면(설사 그 발원지가 미국이라 해도), 미국 국채 수요의 폭증으로 그 가격이 폭등하면서 수익률이 바닥을 기게 된다. 10년 만기 미국 채권의 3월3일 현재 수익률은 1.01%인데, 지난 20세기 중반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글로벌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표로 사용되는 발틱운임지수(BDI:화물 해상운임을 지수화한 것으로, 높을수록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예측)는 코로나19의 최초 보고(2019년 12월12일) 직후인 지난해 12월20일의 1123에서 2월28일 현재 535로 떨어졌다.

그만큼 엄중한 시기로 접어들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과 이후를 엄격히 구분해야 할 정도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월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서 올해의 글로벌 경제성장률을 2019년의 2.9%(추정치)에서 3.3%로 올렸다. 미·중 무역협상이 진행 중이고 영국의 ‘노 딜 브렉시트(No Deal Brexit:영국이 EU를 다른 회원국과 협상 없이 탈퇴하는 경우)’ 우려가 수그러들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지난 2월27일 IMF 대변인은 ‘글로벌 경제성장률 전망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때문이다. 이처럼 코로나19는 올해의 세계 경기를 ‘죽느냐, 사느냐’의 형국으로 밀어넣었다. 그 여파 역시 단기에 그칠 것 같지는 않다. 미국 코넬 대학 에스워 프라사드 교수는 〈뉴욕타임스〉 기고문(3월1일)에서 이렇게 주장한다. “유행병의 발발이 글로벌 수요에 단기적으로 부정적 충격을 줄 것이라는 생각은 이미 비현실적이다. 식당과 여행에 대한 지출이 줄어들 뿐 아니라 비즈니스에 대한 투자 역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투자자들이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투자하려 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유행병이 오래가지 않는다 해도 경제성장에는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EPA지난 2월26일 마스크를 쓴 관광객들이 이탈리아 로마의 관광 명소인 콜로세움을 구경하고 있다.

통화정책 통한 위기 극복 쉽지 않아

상황이 장기화할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는, 전 세계 경제가 ‘글로벌 공급망(value chain)’으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상품을 만들려면 수많은 나라의 기업과 사람, 물자(원자재와 중간재) 등을 조밀하게 엮어야 한다. 아이폰을 사례로 들자면, 미국 애플 사가 설계한 뒤 그에 걸맞은 중간재를 상당수 국가들의 기업에서 수배한다. 이런 중간재들이 중국에서 조립되어 미국 등 다른 나라로 납품된다. 지구 차원에서 촘촘하게 구성된 원·하청 관계에 따라 수많은 사람과 물자가 국경을 넘나들어야 아이폰이라는 제품이 생산·판매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행병으로 국가 단위의 방역이 시행되면, 중간재나 원자재를 조달하기 어렵고, 노동력도 부족해지며(전염을 피하기 위한 노동자들의 자가격리), 완성품을 수송하는 데도 곤란을 겪게 된다. 공급망을 새로이 구축하려 해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사이에 유행병이 새로운 지역으로 침범할 수도 있다.

코로나19가 확산 중인 한국·중국·일본·서남아시아 등은 제조업 부문의 글로벌 공급망에서 핵심적 지위를 점유하고 있다. 의류나 장난감 등 경공업 제품에서 스마트폰 같은 하이테크 제품까지 이 국가들의 기업이 참여하지 못하면 만들 수 없는 재화들이 무수하다. 특히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점유하는 비중은 지난 20년 동안 엄청나게 불어난 상태다.

스페인 경제학자인 알리시아 가르시아 에레로가 아시아금융협력협회(AFCA)에 제출(2월18일)한 논문(The impact of “Novel Coronavirus Pneumonia” on global value chain)에 따르면, 중국산 중간재의 공급망이 깨지면 “일본·한국·타이완·베트남 등이 대체할 중간재를 조달하기 어려워 큰 타격을 입게 된다”. 한국을 포함한 중국 이외 나라의 기업들이 수출품 생산을 위해 수입하는 중간재 가운데 중국산의 비중이 2003년 24%에서 2018년에는 32%로 늘어났다. 주로 한국의 주력 업종인 전자제품, 자동차, 기계 부문의 중간재들이다. 중국의 공급망이 깨지면, 한국과 일본은 해외직접투자(FDI) 부문에서도 큰 피해를 입게 된다. 양국 기업들은 중국과 서남아시아에 현지 공장을 가동 중인데, 서남아시아 기업들은 중국으로부터 중간재를 수입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한국으로서는 중국과의 경제·외교 관계에 극도로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코로나19의 확산이 글로벌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이미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08년의 세계 금융위기 당시처럼 국제공조 아래 기준금리 인하, 양적완화 등의 통화정책을 잇달아 입안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통화정책의 한계는 명확하다. 선도적으로 기준금리를 내린 미국 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그 이유를 명확히 설명했다. “우리는 금리 인하가 감염률을 떨어뜨릴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금리를 내린다고 부서진 글로벌 공급망이 복원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연준의 조치가 경제에 의미 있는 동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결국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잡힌 다음에야 금리 인하이라는 경기부양책이 유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는 ‘금융 문제’에서 발생한 사태가 아니다. 방역을 위한 강력한 국제공조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통화정책을 통한 위기 극복을 기대할 수 없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와 이번 위기 사이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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