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문이 돌아왔다 ‘오방신’으로
  • 배순탁 (음악평론가∙<배철수의 음악캠프>작가)
  • 호수 652
  • 승인 2020.03.21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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씽씽의 노래꾼 이희문이 ‘오방신과’라는 프로젝트로 돌아왔다. 흥에 겨우면서도 초절정 고수만의 절제가 스며들어 있다.
ⓒ연합뉴스지난해 10월 제100회 전국체육대회 폐회식에서 이희문이 축하공연을 펼치고 있다.

씽씽(SsingSsing)의 노래꾼 이희문이 새 프로젝트로 돌아왔다. 이름부터 독특하다 ‘오방신과’다. 소개 문구를 먼저 들여다본다. “혼란하다 혼란해! 오방신이 당신을 고통과 번뇌의 사바세계로부터 탈출시켜 드립니다.” 과연 그렇다. 흥겨운 가락과 출렁이는 리듬 속에서 당신의 고민 따위 잠시나마 사라질 거라고 장담할 수 있다. 그만큼 직관적으로 와서 닿는 음악이다. 핵심은 다음과 같다. 디스코와 펑크(funk), 레게. 즉, ‘리듬’이 탄탄해야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장르다. 이를 위해 이희문은 노선택과 허송세월을 멤버로 끌어들였다. 여기에 민요 듀오 놈놈(신승태, 조원석)이 가세해 오방신과가 관장하는 음악의 정토를 완성한다.

기본 틀은 변하지 않았다. 민요의 가락에 서구의 리듬을 융합하는 식이다. 세부 층위까지 살펴보면 변화가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씽씽과 비교해 오방신과는 한결 ‘밴드적’이고, 그런 만큼 소리의 볼륨이 커졌다. 그렇다고 미세한 연주의 결을 놓친 거 아니냐고 곡해해서는 안 된다. 산소가 모자라 죽은 소리라고는 여기에 없다. 작은 소리가 선명한 스케일로 압도하는가 하면 큰 소리가 섬세한 톤으로 당신의 귀를 어루만진다.

‘허송세월 말어라’ 하나만 들어도 충분하다. 여기에 오방신과의 유전자 정보가 다 담겨 있는 까닭이다. 들썩이는 디스코 리듬, 파워 넘치는 브라스 솔로, 레트로한 건반 등이 신민요 ‘사발가’와 만났다. 흔히 표현하듯 ‘뽕끼’로 충만한 곡이다. 아니다. 정확하게 말할 필요가 있다. 흥에 겨우면서도 초절정 고수만이 해낼 수 있는 절제가 스며들어 있다. ‘흥’과 ‘절제’. 오방신과 세계의 기저를 지탱하는 두 기둥이다.

‘허송세월 말어라’가 디스코라면, ‘나리소사’ ‘건드렁’ ‘나나나나’ 등은 레게를 중심으로 운동한다. 원래 레게가 장기인 노선택과의 만남이 불씨가 되었을 게 분명하다. 이 곡들에서 민요와 레게는 원래 한 몸이었던 양 절묘하게 들어맞는다. 직접 들어보시라. 비트와 비트 사이의 광활한 공간에서 이희문의 창이 마음껏 재주를 부리고 뛰노는 풍경을 마주할 테니까.

비트와 비트 사이에서 뛰노는 이희문

심지어 재즈(풍) 곡도 있다. 레게 리듬에 재즈 바이브를 입힌 ‘어랑브루지’가 그렇다. 포인트는 이번에도 공간이다. 밴드는 최소한의 연주만으로 탄탄한 그루브를 완성하고, 이희문의 목소리는 그루브의 물결을 타고 요사스럽게 흐느적거린다. 씽씽을 통해 익숙해진 ‘사설난봉’에서는 제법 강력한 록과의 연대를 시도했고, ‘개소리 말아라’의 경우, 제목과는 달리 깔끔한 모던록 스타일 연주에 민요를 합쳤다.

과거의 걸작이 현재시제로 재평가되고 있는 세상이다. 어떤 작품은 더 큰 찬사를 획득하는 와중에 어떤 작품은 시대착오적이라는 이유로 격렬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민요를 포함한 국악도 마찬가지다. 현대적인 관점의 해석을 거쳐야 도리어 박제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러니까 비현실적인 영역으로 우리 음악이 흡수되기 전에 꽉 붙들어 재창조해야 한다는 거다.

오방신과 외에 이날치, 세계적 명사가 된 잠비나이, 재즈 연주자들과 가야금 명인이 만나 결성한 신박서클 등, 최근 들어 이런 시도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모두 자기다움을 잃지 않으면서 기왕의 스테레오타입을 신명 나게 갖고 놀 줄 아는 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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