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채찍질하는 한국마사회
  • 이창근(쌍용자동차 노동자)
  • 호수 652
  • 승인 2020.03.17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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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지 그림

지난 2월24일은 코로나19가 한반도를 뒤덮고 마스크가 ‘금스크’인 나날 중 하루였다. 새벽부터 철거 용역이 들이닥쳐 분향소를 강제 철거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정권이 바뀌면 적어도 강제 철거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착각이었다. 백보 양보해서 기습 철거만은 옛말일 줄 알았다. 이조차 오산이었다. 강제적이고 기습적으로 문중원 기수의 분향소가 쓰레기 치우듯 치워졌다.

문중원 기수는 말을 타는 사람이었다. 작은 체구의 그는 부산경남경마공원 소속 14년 차 기수다. 두 아이의 아빠이자, 남편이다. 지난해 11월29일 마사회 비리와 갑질을 고발하는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세상에 알려진 것처럼 기수의 삶은 화려하지도 않았고, 한국마사회는 ‘신의 직장’도 아니었다. 불안정한 삶, 끊임없는 경쟁, 부당한 지시에 시달려야 했다. 마사회와 마주, 그리고 조교사-기수-말 관리사로 이어지는 철저한 신분 질서로 구분된다. 이 단계별 신분이 한국마사회의 수익을 낳고 있는 구조다. 마주는 말 주인이면서 경마에도 참가한다. 수익을 내고 등수를 조작할 이유가 너무나 명백하다. 그 아래의 조교사는 말을 직접 관리하고 경주에서 기수에게 직접 지시도 내린다. 등수까지 지시한다고 한다. 경마를 실질적으로 쥐락펴락하는 위치다. 기수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59%가 부당한 지시를 받는다고 답했다.

정부와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기에

문중원 기수는 유서 석 장을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경마공원 내 기수 숙소에서 발견되었다. 공공연하게 벌어지는 부당한 지시와 승부조작을 더는 버텨낼 수 없었다. 명백한 내부고발자의 죽음이다. 부산경남 마사회에서는 최근 10년 사이 기수 4명, 말 관리사 3명 등 모두 7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국마사회는 공기업이다. 공기업임에도 왜 이런 일이 끊이지 않을까.

이른바 ‘선진 경마’라는 승자독식 구조 때문이라 한다. 유명 조교사가 전체 상금의 30%를 가져가는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고 한다. 상위 10% 기수의 월평균 상금액은 2000만원이 넘는 반면, 하위 10% 기수의 상금은 19만원선이라 한다. 한국마사회는 1년에 15조원 수익을 낸다. 말 그대로 황금알을 낳게 만드느라 매일 사람에게 채찍질을 해댄다.

문중원 기수 사망 100일이 가까워지고 있다. 이틀에 한 번 관에 드라이아이스를 넣어 시신의 부패를 막고 있다. 유가족은 따뜻한 봄날이 두렵기만 하다. 한국마사회는 공공기관이다. 정부와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상황이 이 지경임에도 마사회는 어떤 협의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이 죽음과 고발에 정부가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읽을 수 없는 아빠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아이들, 용역에게 끌려가고 실신하는 아내, 철거를 막다가 갈비뼈를 다친 장인. 지난 100일 가까이 모든 방법으로 싸우고 항의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차가운 용역의 발길질뿐이었다. 눈 뜨고 보기에 그야말로 처참하고 참담한 시간이 속절없이 흐르고 있다. 문중원 기수의 아내 오은주씨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신호등을 기다릴 수 있는 이유는 곧 바뀔 거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저는 지금 많이 힘들어도 참고 기다릴 것입니다. 저는 매 순간 절박했습니다. 반드시 바뀔 것이고, 바뀐 그 길을 힘차게 걸어나가겠습니다.”

쌍용차 해고 기간에 동료 서른 명이 목숨을 잃었고 10년 가까이 몸에서 향내가 떠나질 않았다. 그 기억의 냄새는 아직도 지워지지 않는다. 죽음은 생각보다 길고 모질게 자리 잡는다. 한국마사회의 전향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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