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P PHOTO마스크를 낀 일본 시민들이 2월23일 도쿄의 올림픽 박물관을 지나고 있다.

한국의 코로나19 확진자가 크게 증가한 것은 하루 7500명까지 진단 가능한 유전자 검사 시스템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월27일 현재 총 5만6395명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일본은 검사 수치에서 한국과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2월26일 현재 총 1890명이 검사를 받았다. 오는 7월 열리는 도쿄 올림픽을 의식해 일본 정부가 검사 확대를 꺼린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일본 내에서도 의사 소견에 따라 누구든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하루빨리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제650호에 이어 도쿄 대학 의대 특임교수이자 일본 국립암센터에서 혈액학자로 활동한 가미 마사히로 박사의 기고를 게재한다.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다. 2월23일 오후 9시 현재, 일본 내에서 감염이 확인된 135명,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감염된 692명, 전세기편으로 우한에서 온 15명, 검역·격리·운반 관련자를 포함하면 총 838명이다.

이 숫자는 빙산의 일각이다. 확정 진단에는 유전자증폭검사(PCR)가 필수인데 그 필요성은 후생노동성이 판단한다. 밀접 접촉자 이외에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입원이 필요한 폐렴’이라고 진단받거나 ‘치료 효과가 없어 증상이 계속 악화되고 있는 사람’에 한정된다. 즉, 중증 환자뿐이다. 감염자 대부분은 무증상 또는 경증이다. 그들은 검사 대상에서 빠졌다.

나는 코로나19가 이미 일본 내에 만연하다고 생각한다. 도쿄도와 사이타마현 두 곳 의원에서 진료를 하고 있는데, 1주일 정도 발열이 계속되는 환자가 늘었다. 독감 검사에서는 음성인 환자들이다. 일반적인 감기라면 3~4일이면 치유되기에 현 상황은 이례적이다. 다른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지인들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호소한다. 이런 환자 가운데는 코로나19 감염자도 있을 텐데, 코로나19 검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

일본이 이러한 상태가 된 것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같은 ‘감염병 사령탑’이 없기 때문이라는 논리에 힘이 실린다. 이번 유행이 잠잠해지면 정부는 새로운 조직을 포함한 체제 강화를 검토할 것을 표명하고 있다.

나는 ‘정부의 기능을 강화하면 감염증 대책이 성공할 것’이라는 의견이 아무런 근거도 없는 가설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현재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정치인, 관료, 더 나아가 지식인들의 권한이 강화됨으로써 그 피해가 늘 것으로 예상한다.

그 전형이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비극이다. 당초 선내에는 승객 2666명과 승무원 1045명이 있었다. 총 3711명 중 2월23일 현재 692명이 감염되었고, 그중 중증 환자는 36명이며 80대 남녀 4명이 사망했다.

일본에서는 그다지 문제시되지 않았지만, 4명이 사망했다는 것은 큰 문제이다. 크루즈선을 타고 해외여행을 할 정도이기 때문에 검역 전에는 건강한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그들의 죽음은 검역 실패가 원인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검역이 일본 내로 코로나19를 유입시키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일 뿐, 그들(승선한 이들)에게는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는 점이다. 장점과 단점을 저울질하는 의료사고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의료계에서 비슷한 예는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신약을 테스트하는 임상시험 중 ‘제1상 임상시험(Phase 1)’에 가깝다. 피험자의 안전에 주의하며 한 명이라도 사망 사례가 발생하면 임상시험은 중단된다. 승무원과 승객의 인권을 생각한다면 검역도 똑같이 다뤄야 한다.

그러나 후생노동성은 승객이나 승무원의 인권을 경시했다. 니시우라 히로시 홋카이도 대학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크루즈선 내에서는 감염자 한 명으로부터 평균 5.5명이 추가 감염된다. 이는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 연구자들이 1월29일 의학저널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NEJM)〉에 발표한 2.2명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그들은 우한 지역을 대상으로 감염력을 추정했다. 정부는 우한에 있는 일본인들은 정부 전세기로 구출했지만, 크루즈선의 승객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

ⓒReuter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내린 승객들이 2월21일 발열 검사를 받고 있다.

크루즈선 죽음의 원인은 ‘검역 실패’

선내 의료체계에도 문제가 있다. 사망한 84세 여성의 경우 증상이 나타난 후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때까지 5일이 걸렸고, 7일째에는 입원을 위해 하선했다. 그리고 8일 뒤 사망했다.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자 놀라서 처방을 바꾸었을 것이다.

중국 CDC의 보고에 따르면 전체 치사율은 2.3%이지만, 10대부터 40대가 0.2%에서 0.4%인 데 비해 80대 이상에서는 14.8%로 급증한다. 고령자를 선내에 격리하면 이렇게 되리라 쉽게 예상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어떻게 하는 게 옳았을까? 나는 승무원과 승객 중 희망자 전원에게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하고 음성이 나오면 집으로 돌려보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 유전자 증폭검사는 바이러스 감염 진단의 표준적인 방법이다. 한계는 있지만 현재로서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검사이다. 검사 결과 음성이면 주위에 전염시킨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자택으로 돌아가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불안하다면 정기적으로 검사를 하면 된다.

후생노동성은 ‘검사 능력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설명을 반복해왔으나, 이는 검사를 국립감염병연구소와 지방 위생연구소에 위탁했기 때문이다. 두 곳 모두 ‘연구소’에서 대량의 임상 샘플을 처리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일본 관계 당국은 하루 처리 건수의 상한을 1000건 정도로 억제해왔다. 이후 3000건으로 확대했으나 충분하지는 않다.

일본에는 민간 검사업체만 약 100개가 있으며 관련 연구소도 약 900곳이 운용되고 있다. 보수적으로 계산해 한 연구소에서 하루에 20명을 검사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하루 1만8000명을 검사하는 게 가능하다. 검사를 실시하기 위한 ‘자원’도 충분하다. 필자의 지인인 한 시약회사 사원은 “1주일이면 유전자 검사 25만 회는 준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후생노동성이 민간에 협력을 요청할 마음이 애당초 없었다는 것이다. 한 검사 관계자는 “후생노동성으로부터 검사 능력에 대한 문의를 받았다”라고 말했지만 이마저 여론의 비판 때문에 움직인 것으로 추정된다. 후생노동성의 대응은 볼썽사납다. 후생노동성은 대형 검사업체인 미라카 그룹과 BML에 협력을 의뢰했지만, 그들이 병원으로부터 직접 검체를 수탁받는 것은 규제했다. 미라카 그룹이 의료기관에 보낸 문건에는 “본 검사는 후생노동성 및 NIID(일본 국립감염병연구소)에서만 수탁하는 것이며, 의료기관으로부터는 수탁하고 있지 않습니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표면적으로는 미라카 그룹의 자발적인 움직임처럼 보이지만 어떤 배경이 있는지는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사망한 크루즈선의 승객들이 더 빨리 유전자 검사를 받았다면 조기에 진단받고 치료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검역 도중 사망한 사람들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바친 사람들이다. 평화유지활동(PKO) 중 순직한 대원과 다름없다. 여행 중에 걸린 감기가 악화되어 사망한 사람과는 다르다. 후생노동성은 물론이고 우리에게도 그러한 인식이 과연 있는가?

내가 후생노동성의 태도에 화가 나는 것은 스스로의 책임을 회피하고자 아무렇지 않게 해석을 왜곡하기 때문이다. 일본 국립감염병연구소는 2월19일 크루즈선 내의 감염 상황을 정리한 데이터를 발표했다. 이 결과에 대해 와키타 다카지 소장은 “(선내에서의) 격리가 유효하게 이루어진 것을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기가 막힌 발언이다. 임상연구에서 ‘비교’라는 행위를 하는 경우, 비교 대상을 확실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와키타 소장은 객실에서의 격리를 막 시작한 2월 초순과 감염자 수가 줄어든 중순 이후를 비교하고 있다. 이렇게 ‘비교’를 하면 객실 격리가 선내 감염의 억제에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같은 논리는 선내 감염 폭증에 대해 변명을 해야 하는 후생노동성의 처지에 선 해석이다. 그들은 검역을 계속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승객과 승무원의 처지에서 보면 이 결과가 다르게 보인다. 그들의 건강을 생각하면 상륙해 자택이나 의료기관에서 지내는 선택지가 ‘표준’이다. 승객과 승무원의 관점에서 보면 국립감염병연구소가 제시한 데이터의 해석은 달라진다. 개인실에 격리해도 일정 수의 감염이 계속되어 총 감염자 수는 증가했다. 이러한 사실로 알 수 있는 것은 어떤 방법을 써도 선내에 승객과 승무원을 가둬두는 한 감염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데이터에 근거해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확한 진단이 필수적이다. 모든 병·의원에서 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코로나19 검사를 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필수이다. 정부에 요구되는 것은 강력한 지시가 아니다. 현장에 충분한 자원을 공급하고 사용하기 쉽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다.

ⓒEPA아베 일본 총리가 2월26일 코로나19 회의를 하고 있다. 왼쪽은 가토 가쓰노부 후생노동성 장관.

도쿄 올림픽이 안전하다고 말해봐야···

일본 의료 시스템은 후생노동성의 완전한 통제 아래 있다. 의사 수도 의료수가도 중앙정부가 결정한다. 내가 아는 한 선진국 중 이런 나라는 일본뿐이다. 이것이 이권을 낳고 일본의 의료를 약화시키고 있다. 이런 관료주의적 시스템은 코로나19 대책에도 영향을 미친다. 코로나19 검사 비용은 1만 엔 남짓이다. 자비로라도 검사를 받고자 하는 환자는 많다. 그런데 후생노동성은 자기부담 진료와 보험 진료를 병용하는 혼합 의료를 금지하고 있다. 후생노동성이 승인하고 보험 적용을 결정하지 않으면 의료기관은 검진이 어렵다.

후생노동성은 의원에서도 진단할 수 있는 간이검사 키트 개발에 집념을 보이며 국립감염병연구소에 예산을 편성했다. 간이검사 키트가 있다면 편리하겠지만 개발까지 시간이 소요된다.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 2월24일에 개최된 한 전문가 회의에서는 “앞으로 1~2주가 감염 확산과 수습의 갈림길이다”라는 견해를 보이고 있으나, 현장에서 하는 일은 정반대다.

코로나19 검사는 몇 시간이 걸리지만, 늦어도 다음 날이면 결과를 알 수 있다. 보험이 적용되면 많은 민간 검사업체가 참여하여 서비스가 향상된다. 임상의는 검사를 지시하고 검체를 준비하기만 하면 되고, 영업 담당자가 검체를 회수하고 결과를 알려준다. 바쁜 외래 진료 사이에 보건소에 전화해서 검사 필요성을 설명하고 서류 처리를 할 필요가 없다. 어느 쪽이 환자를 위한 길인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일본은 코로나19 극복으로 세계를 선도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일본 국민 모두가 가입되어 있는 의료보험 제도 때문이다. 모든 국민이 일정한 자기부담금을 지불함으로써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코로나19는 지정감염증으로 지정되었기 때문에 진단이 되면 의사는 후생노동성에 신고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인 진료만으로도 데이터가 축적된다. 그리고 이런 데이터를 공개하면 많은 연구자가 참여해 논문을 쓴다.

이는 일본 국민에게 이로운 일이다. 증거에 따른 정책이나 경영 판단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가령 대규모 행사를 진행할지 여부 등을 판단할 수 있다. 행사를 진행하면 일정 수의 감염자가 생기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그 영향력의 정도이다. 나는 만원 전철로 통근·통학하는 도시에서 행사를 취소하는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행사를 취소하면 그 주최자는 누구로부터도 보상받을 수 없고 큰 손해를 입게 된다.

많은 국가들은 공산당 전제의 중국 정부보다 일본을 신뢰하고 있을 것이다. 그 대응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크루즈선의 대응 실패는 더욱 마뜩잖은 일이다. 최근 도쿄 마라톤의 일반인 참가가 취소됐다. 도쿄도가 자체적으로 ‘일본이 위험하다’고 선언한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도쿄 올림픽은 괜찮다고 공언한들 세계는 신뢰하지 않는다.

안전한지 여부는 검증하지 않으면 안 된다. 명확한 증거가 나오기 전에는 당사자의 판단에 맡기고 우리는 그 영향을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만약 코로나19 검사를 간단히 할 수 있으면 어떤 영향이 있는지 검증 가능하다. 도쿄 마라톤을 진행한 후에 도쿄 중심부에서 어느 정도 감염자가 늘어났는지 조사하면 된다. 이런 데이터가 쌓이고 쌓여서 증거가 되고, 증거에 따른 정책을 만들 수 있다. 코로나19의 경험을 후세에 남겨야 한다. 국민의 관점에서 합리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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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도쿄·가미 마사히로 (의학박사·일본 의료거버넌스연구소 이사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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