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의 주범
  • 고제규 편집국장
  • 호수 651
  • 승인 2020.03.02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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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시베리아. 75년 만에 탄저병이 발병했다. 수십 명이 입원하고 한 아이가 사망했다. 보건 당국은 주민들을 대피시켰다. 역학조사 결과 주범은 ‘이상고온’이었다. 수십 년 전 탄저균에 죽은 순록들이 영구동토층에 묻혔다. 폭염으로 이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치명적인 탄저균 포자가 지면 위로 노출되었다(맷 매카시, 〈슈퍼버그〉, 2020).

2013년 12월 아프리카 최빈국 기니. 궤케두 지역 한 마을에서 두 살배기 남자 아이가 고열과 설사, 구토에 시달리다 숨졌다. 일주일 뒤 아이 엄마, 누나, 할머니도 같은 증상으로 눈을 감았다. 이 마을의 병원 간호사도 숨졌다. 병원은 ‘슈퍼 전파지’였다. 수천 명을 숨지게 한 기니발 에볼라 창궐이 세계에 알려졌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기니 감염자 3787명 가운데 2524명이 사망했다(2016년 기준). 전문가들은 이번에도 주범을 찾아 나섰다. 주범은 ‘가뭄’이었다. 벌목으로 황폐해진 기니는 수년간 가뭄에 시달렸다. 주민들은 먹거리를 찾아 야생동물을 사냥했다. 야생동물에 숨어 있던 에볼라 바이러스가 인간을 감염시켰다(최강석, 〈바이러스 쇼크〉, 2020).

말레이시아에서 출현한 니파바이러스의 주범도 인도네시아 ‘산불’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산불을 피해 말레이시아로 이동한 과일박쥐들이 양돈장 근처의 망고 열매를 먹었고, 과일박쥐들이 먹다 남긴 망고를 돼지가 먹은 뒤 양돈장 인부를 감염시켰다는 것이다. 이렇게 환경과 감염병은 무관하지 않다.

ⓒ연합뉴스

코로나19의 주범으로 박쥐가 지목당한다. 박쥐는 종범이다. 주범을 찾자면 바로 인간이다. 인간의 탐욕으로 박쥐 서식지까지 침범해 개발하면서 그만큼 박쥐와 인간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졌다. 박쥐가 가지고 있던 서로 다른 종류의 코로나바이러스 사이에서 우연히 재조합(섞임)이 일어나 사람에게 감염시켰을 수 있다.

대형사고 한 건이 발생하기 전에 경미한 사고가 29건, 징후는 300건이 일어난다는 1:29:300의 ‘하인리히 법칙’이 있다. 코로나19 유행 전에도 300번 이상의 징후가 있었을 것이다. 그 징후를 심각하게 파악하는 이가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일지도 모른다. 툰베리의 주장을 외면한다면 코로나19가 종식되어도 또 다른 신종 감염병에 우리는 속수무책일 것이다.

이번 호는 코로나19 특집으로 꾸렸다. 신종 대응전략과 치료제, 그리고 중국 봉쇄론의 실익 등을 점검했다. 원래 온라인에는 기사를 한 주 늦게 올렸다. 이번에는 〈시사IN〉 코로나19 특별 페이지(covid19.sisain.co.kr)를 만들어 최신 기사를 실시간으로 무료 공개한다. 코로나19가 극복될 때까지 〈시사IN〉만의 방법으로 작은 힘이나마 보태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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