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의 핵심은 ‘상호의존’이다
  • 김영화 기자
  • 호수 651
  • 승인 2020.03.11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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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에 관하여〉율라 비스 지음, 김명남 옮김, 열린책들 펴냄

지인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방 몇 개가 연일 떠들썩하다. 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이 공개될 때마다 불안을 토로하는 메시지들이 수백 개씩 쌓인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접촉’ 자체가 공포스러운 단어가 되었다.

바이러스 전파 속도를 보면 경계를 늦출 수는 없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슈퍼 전파지’로 거론된 곳에 대한 두려움은 이내 혐오와 낙인으로 번졌다. 유럽 등지에서 동양인에 대한 차별이 심각해진 것처럼, 우리 내부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일상을 망가뜨린 ‘주범’은 중국인이 되었다가, 대구 출신이 되었다가, 신천지 신도가 되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감염자에 대한 낙인이 치료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고 말한다.

이 책을 읽고 현재 상황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저자는 몸의 면역체계와 바이러스가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증명한다. 우리의 면역력은 개인적이기보다 공동체의 영향 안에 있으며, ‘상호의존’한다. 소수의 백신 미접종자들이 다수의 접종자들에 의해 보호받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면역은 사적인 계좌인 동시에 공동의 신탁이다. 집단의 면역에 의지하는 사람은 누구든 이웃에게 건강을 빚지고 있다.” 저자는 공중보건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책은 현재 국내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다만 바이러스와 면역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편견을 깬다. 바이러스는 우리 몸을 오염시킬까? 자연적인 것은 선한가? ‘germ(병균)’은 몸의 일부를 가리키는 ‘배아’라는 뜻과 ‘씨앗’이라는 의미를 동시에 지닌다. 바이러스 안에 위험과 기회가 공존한다.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만으로 이겨낼 수 없다는 사실이 이미 단어에 내포돼 있는 셈이다. 방역이 점점 개인화되고, ‘X맨’ 찾기가 그 공백을 메울수록 우리는 면역과 더욱 멀어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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