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가 멈춘 자리
  • 김영화 기자
  • 호수 651
  • 승인 2020.03.13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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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초 트랜스젠더 여성 A씨의 숙명여대 입학이 좌절되었다. 입학 소식이 알려지면서 일부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이 크게 반발했다. 민감한 이슈를 취재하면서 고민에 빠졌다. 어렵게 용기를 내준 숙명여대 재학생들은 “찬반 구도로 논쟁거리 삼지 말아달라”고 거듭 요청했고, 입학 반대 대자보를 붙인 학생 B씨는 “우리에게 혐오자라는 비난의 화살만 쏟아지고 있다”라고 호소했다.

MTF 트랜스젠더로 커밍아웃한 박한희 변호사는 이렇게 조언했다. “반대 여론을 무조건 혐오라고 퉁 치거나 가해·피해 구도를 만드는 것도 문제가 있다. 왜 이렇게까지 주장할 수밖에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의 주장은 정신적 성별(gender)을 없애려는 동성애 반대 단체의 주장과 맞닿아 있었다. 그 근저에 깔린 동기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근본적인 원인은 여성이 느끼는 공포와 성차별 문제에 우리 사회가 제대로 응답하지 않았다는 것이에요.” 박 변호사가 말했다. 실제로 페미니즘의 이름으로 소수자를 배제한 목소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2018년 여름 예멘 난민이 제주도에 도착했을 때 일부 여성들이 입국을 반대하는 근거도 ‘안전’이었다.

ⓒ시사IN 신선영

트랜스젠더 인권에 관한 논의가 찬반 대립 구도로 보도되면서 여대 자체에 불똥이 떨어졌다. ‘약자 행세하는 페미나치’ ‘왜 여대가 필요하냐’라는 차별 발언이 댓글로 이어졌다. 퀴어 당사자인 C씨는 “학교 커뮤니티에서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의 혐오 발언들을 보는 게 너무 힘들다”라고 말을 하다 주저했다. “이런 비판을 하는 게 오히려 페미니즘 전체를 비난하는 근거가 될까 봐 가장 우려스럽거든요.”

취재하면서 소수자에 대한 이미지는 쉽게 일반화된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동등한 주체로 공론장에 서서 반박할 권리가 없었다. 박한희 변호사는 “이 과정에서 상처받는 것은 상상 속의 이미지가 아니라 실존 인물이다”라고 말했다. 추방을 통해서만 안전해질 수 없고, 배제를 통해서 권리를 찾을 수 없는 이유였다.

“나는 비록 여기에서 멈추지만, 앞으로 다른 분들이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우리는 A씨가 멈춘 자리에서 더 나은 질문을 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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