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사2월6일 타이완의 천스중 위생복지부 장관 겸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커원저 타이베이 시장은 의학박사이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그는 자신의 전공을 언급하며 중앙방역대책본부와 수차례 충돌을 빚었다. 몇 번 맞붙어 싸운 후, 커원저 시장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지금 ‘역시종(逆時鐘·시계 역방향)’으로 가지 말고 ‘순시종(順時鐘)’으로 가야겠다.” 타이완의 위생복지부 장관 겸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을 맡은 천스중(陳時中)과 발음이 같다. 커 시장의 이러한 발언에는 불만과 질투심이 담겨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현재 타이완 방역 상황이 중앙정부 컨트롤타워에 의해 잘 관리되고 있어서 자신도 중앙정부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2월26일 현재 타이완 코로나19 확진자는 31명이다. 타이완은 초기부터 중국발 방역 상황 정보를 의심하며 상황 전개를 낙관하지 않았다. 방역 작업이 효율적으로 진행되는 데는 얼마 전 마무리된 대선과도 연관이 있다. 차이잉원 총통은 역대 총통 당선자 중 최고 득표로 승리했다. 지난해 6월 시작된 홍콩 송환법 시위에서 홍콩 정부가 경찰력을 투입해 시민들을 진압하는 장면은 차이 총통 재선에 큰 힘이 되었다. 타이완 국민들은 중국에 전례 없는 반감을 느꼈다. ‘중국을 경계해야 한다’라는 태도는 차이 정권의 대(對)중국 정책의 기본원칙이다. 방역 가이드라인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양안(타이완과 중국) 간 인적 왕래는 막으려야 막을 수 없는 수준으로 많다. 결국 중국이 우한 폐쇄령을 내리기 하루 전인 1월22일, 타이완 첫 확진자가 발생했다. 우한에서 온 타이완 국적 여성은 발열과 기침 증세로 공항에서 격리 입원됐다.

“마스크 양은 충분해서 사재기할 필요 없다.” 쑤전창 타이완 행정원장(국무총리)은 확진자가 발생하자마자 국민에게 호소했다. 코로나19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시민들은 앞다투어 마스크 구입에 나섰다. 쑤 원장은 강한 집행력과 행동력으로 유명한 정치인이다. 국회의원, 지자체장과 민진당 주석을 지낸 그는 중대 재난 처리와 대응에 풍부한 경험이 있다. 그는 1월 말 경제부와 위생복지부 장관을 소집해 중앙정부가 전국 마스크 공장을 모두 통제할 수 있도록 조치를 내렸다. 경제부는 직접 마스크 제조기 60대를 구입해 민간 마스크 공장에 보냈다. 제조기 확충으로 인해 인력 충원이 필요해지자 국방부는 병력을 지원했다. 3월9일부터 매일 1000만 개까지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스크 밀매와 해외 반출을 전면 금지하고 이러한 행태가 적발되면 해당 공장의 마스크 물량을 압수했다. 공장에서 생산되거나 혹은 몰수된 마스크들은 정부가 직접 배분을 맡아 전 지역 편의점으로 배송됐다. 마스크는 의료진에게 우선 공급되는 한편, 민심을 안정시키기 위해 마스크 한 개 가격도 8위안(약 290원)에서 6위안(약 220원)으로 인하했다. 또 마스크를 한 번에 3개만 구입이 가능하도록 제한했다. 현재는 건강보험증 실명제 구입을 추진해 국민 한 명당 매주 마스크 2개만 구매할 수 있다. ‘마스크 대란’이 완화되었다.

2003년 사스 때 타이완은 664명 확진자 중 73명이 사망했다. 당시 타이완 방역 지휘관이 천젠런 현 부통령이다. 쑤전창 행정원장도 2003년 타이베이현(현재 신베이시) 현장을 맡았다. 사스 대응 경험이 있어서 이번 코로나19 대응도 능숙하게 관리한다는 평이 나온다. 또 천스중 장관도 여야를 떠나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EPA최근 타이완 정부는 ‘의료진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위는 2월21일 타이완 군인들이 방역 작업을 하는 모습.

중국 탓에 WHO 가입 못한 타이완의 고민

천스중 장관은 1월22부터 현재까지 매일 기자회견에 참석해 질문을 받는다. 코로나19 상황 파악부터 지역 방역 조치, 심지어 교민 철수 현장까지 그의 모습이 보인다. 천 장관은 얼마 전 모친이 타계했을 때도 기자회견장으로 돌아왔다. 그동안 정치인들을 희롱하던 타이완 누리꾼들마저 온라인상에서 ‘빨리 장관님을 집으로 보내 쉬게 하라’는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방역 일선에서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도 주목받았다. 그중 간호사 장완얼 씨는 천 장관 지시를 받아 홀로 중국 쓰촨성 청두로 들어갔다. 후베이성에 갇힌 타이완 혈우병 아동 환자와 어머니의 귀국을 돕기 위해서다. 귀국 후 기자회견에 초대된 장씨는 국민들의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양안 교민 철수 문제는 타이완 정치권에서 논란을 일으켰다.

타이완의 국제적 지위는 중국 영향 아래 있다. 중국 반대로 타이완은 세계보건기구(WHO)에 가입하지 못했다. 만약 타이완에서 환자가 광범위하게 늘어나게 되더라도 국제사회의 공식적인 지원을 받지 못한다. 교민 철수를 위한 중국과의 협상 과정에서도 양안은 ‘누가 전용기를 파견하느냐’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중국은 타이완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타이완 정부가 공식적으로 전세기를 우한으로 보내는 것을 거부했다.

중국 측은 동방항공 전세기로 타이완인들을 보낸다는 방침을 고수했다. 탑승자 명단은 타이완 판공실(중국 정부 산하 타이완 사무실), 타이완 상인협회, 타이완 정부 등과 협상하여 결정했다. 후베이성 내 사업자들을 포함한 타이완인들은 1000여 명으로 추산된다. 1차 전세기가 그중 200명을 태워 귀국했지만 단기 출장자가 제외되어 타이완 정부는 불만을 제기했다. 한국의 통일부에 해당하는 타이완 대륙위원회는 2월4일 공식 성명을 통해 “우리 측은 사전에 이미 중국 측에 통보했다. 1차 탑승자는 우한 내 단기 출장자, 만성질환자, 장기 투약과 긴밀한 의료 간호가 필요한 자(예를 들면 혈우병 등), 노인·아동 등 면역력이 약한 자가 우선 대상이라고 요구했고 중국 측도 동의했다. 그러나 비행기가 도착한 후 우리 측이 확인한 결과, 우리가 요구한 탑승 대상자들 대다수가 포함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중국은 2차 전세기 파견을 중지했다.

최근 타이완 정부는 의료진에게 강제적으로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해외로 나갈 때 특별심사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규정에 대해 의료 관계자들은 “헌법에 보장된 국민 이동의 자유 원칙을 위반한다”라고 비판했다. 대체적으로 타이완 정부는 투명하게 확진자 수와 분석 자료를 공개하며 수시로 대응 상황을 국민들에게 설명해주고 있다. 생명 앞에 정치적 대립보다 인도주의 방식을 견지하고 있다.

번역:양첸하오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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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타이완·차이유칭 (타이완 NEXT TV 앵커 겸 보도국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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