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내린 비가 오후 내내 그칠 줄 몰랐다. 2월25일 서울에 내린 강수량은 16.6㎜, 겨울비치고는 많은 양이었다. “올겨울은 눈 보기가 어렵네요.” 창밖을 바라보던 김민씨(29)가 걱정스럽다는 듯 말했다. 올겨울은 1937년 이래 가장 적은 눈을 기록했다. 연평균 기온은 예년보다 1℃ 높았고, 한강도 얼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따뜻해지는 겨울’이 올 한 해만의 현상은 아니라는 점이다. “기후변화에 대해서는 모두가 예외 없이 영향을 받게 되는 이해당사자라고 생각해요.”
그는 대학에서 지구환경과학을 전공하며 환경문제에 관심이 깊어졌다. 그때부터 이면지와 텀블러, 손수건을 들고 다니고, 친환경 소재로 된 생필품을 사용한다. “기후변화가 시급한 문제라고 늘 얘기하지만 막상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는 없다시피 해요.” 유독 조용한 국내 분위기에 답답함을 느끼던 지인들과 2016년 초 ‘기후변화 청년모임 빅웨이브’(빅웨이브)를 창립했다. ‘기후변화와 자신의 다양한 사회적 관심사를 연결하여 논하고 행하는 청년 네트워크’다. 김씨는 기후변화 위기를 인식한 이들이 지속적으로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생태계’라고 봤다. 유난스럽다는 주변의 시선에 외로워지거나 동력을 잃을 때가 많다. 이제는 회원들끼리 ‘환춘기(환경+사춘기)’를 겪는다고 말한다.
청년 모임이지만 고등학생부터 40대까지 회원 190여 명이 있다. 스터디를 꾸려 국내 에너지 산업을 공부하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답사한다. 지난해 9월21일 전 세계에서 열린 공동집회 ‘기후변화 비상행동’에도 나섰다. “제가 50~60대가 되었을 때 다음 세대에게 부끄럽지 않을 수 있을까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그가 기후활동가가 된 직접적인 계기였다. 김민씨는 지난해 12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제25차 기후변화 당사국총회(COP25)를 직접 참관했다. COP25에 따르면 한국의 기후위기 대응지수는 61개국 중 58위였다. 영국의 기후변화 운동단체 ‘멸종저항’과 기후변화 결석 시위운동인 ‘미래를 위한 금요일’의 청년 활동가들과 교류했다. 국내 기후변화 논의에서는 앞으로 살아가야 할 시간이 더 많은 청년과 청소년에게 정작 의사결정 권한이 없다. 청년들이 목소리를 더 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김씨가 당장 4월 총선을 주목하는 이유다. “현재에도 미래사회를 만들어나갈 권리가 필요해요.”
빅웨이브는 ‘가오클’ ‘GEYK’ 등 기후변화 운동 단체와 함께 4월 초 각 정당의 기후변화 관련 공약을한눈에 볼 수 있는 사이트를 열 예정이다. 투표권을 가진 미래세대에게는 가장 필수적인 지표가 될 것이라고 김민씨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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