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크루즈선에서 일본의 불안이 확진됐다
  • 도쿄·김향청 통신원
  • 호수 650
  • 승인 2020.02.27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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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하마항에 정박한 크루즈선 승객들의 하선이 2월19일 시작되었다. 감염 예방법을 숙지한 전문가들도 배 안에서 두려움을 느꼈다. 아베 정부의 미온적 대응에 민간은 우왕좌왕하고 있다.
ⓒReuter이와타 겐타로 고베 대학 의대 교수가 2월18일 유튜브에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내부 상태를 폭로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 대한 아베 정부의 대응에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홍콩 기항 시 내린 승객이 코로나19 확진자로 판정되면서 2월3일 크루즈선 승객들은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한 채 격리되었다. 2월19일 현재 승객 3700명 가운데 확진자가 621명으로 늘었다. 일본에서는 크루즈선 승객 등을 포함해 확진자가 모두 700명을 넘어섰다. 일본 국내 확진자도 50명을 넘어 계속 늘고 있다.

2월19일, 코로나19 검사 결과 음성으로 판정된 크루즈선 승객들의 하선이 시작되었다. 이들은 버스로 공항이나 터미널로 이송된 후 대중교통을 이용해 귀가했다. 부두에서 택시를 잡아 귀가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선한 승객들을 14일간 시설에 격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일본 후생노동성은 이렇게 설명했다. “2월5일 이후 크루즈 선내에서는 정부 전세기로 우한에서 귀국해 격리된 시설과 똑같은 감염 방지책이 취해졌다. 감염이 확산되지 않았다.”

2월15일 가토 가쓰노부 후생노동성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현재 증상이 발생한 분들은, 기본적으로 대책이 취해지기 이전(2월5일 이전) 단계에서 감염되어 확진된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즉, 2월5일 정부의 예방 대책이 취해진 뒤 14일간 승객들은 선내에서 격리된 상태였으므로, 선내에서의 2차 감염자가 없다는 게 후생노동성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선내에서 철저한 예방 대책이 취해졌을까? 후생노동성은 우한에서 전세기로 귀국한 이들이 머무르는 격리 시설과 크루즈선의 감염 방지 대책이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후생노동성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전세기로 귀국한 이들은 전원 검사를 받은 후, 일정 시설에서 14일간 격리되었다. 음성으로 판정된 이들도 각자 독방에서 격리된 채 다른 사람과 대면 접촉을 차단했다. 담당 직원들이 식사도 문 앞에 두고 갔다. 하지만 크루즈선에서는 증상이 있는 사람만 먼저 검사를 받았다. 증상이 없는 이들이 검사를 받기 시작한 건 2월15일부터다. 게다가 크루즈선에서 한 방에 2명 이상이 함께 머물기도 했고, 식사는 직원이 각 방으로 직접 전달했다. 크루즈선 승무원 가운데 확진자가 나오기도 했다.

2월18일 밤 인터넷에 동영상이 올라왔다. 고베 대학병원 감염내과 이와타 겐타로 교수가 직접 목격한 선내의 상황을 고발하는 내용이었다. 그는 “아프리카에서도 중국에서도 두렵지 않았지만,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안은 엄청나게 비참한 상태라 마음속에서 두려웠다. 그 상황은 코로나19에 감염될 만하다고 진심으로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2월18일 일본 후생노동성 재해 파견의료팀원 자격으로 선내에 들어갔다. 이와타 교수는 20년 이상 감염 전문 의사로 근무 중이며, 아프리카 에볼라와 중국 사스의 현장에 다녀온 경험도 있다.

이와타 교수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감염 예방법을 숙지하고 있기에 웬만해선 감염 현장에서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에볼라와 사스 현장도 경험했던 그가 이번 크루즈 선에서 두려움을 느낀 것이다. 원래 감염 현장은 레드존과 그린존을 구분하고, 바이러스가 있을 수 있는 구역에서는 방호복을 입어야 한다. 후생노동성 설명과 달리, 선내에서는 이 같은 대응이 취해지지 않았다. 또한 의료용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승무원도 일부 있었다고 한다. 발열 등 감염 의심 환자가 의무실에 직접 걸어가는 일도 있었다.

ⓒAFP PHOTO2월4일 일본 방역 당국 관계자들이 크루즈 선내를 바쁘게 오가는 모습을 승객이 촬영했다.

뒤늦게 도쿄 마라톤 일반인 참가 취소

크루즈선 승객들이 구성한 단체인 ‘긴급 네트워크’는 2월17일 성명을 발표했다. “정부 대책은 감염 확대를 막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감염되지 않은 건강한 승객도 감염 위험이 높아지는 등 심각한 결함이 있다. 감염이 확대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국민에게 설명할 것을 요구한다.” 이 같은 비난이 잇따르면서 “2월5일 이후의 선내 감염은 없다”라는 후생노동성 공식 발표에 의문을 품는 이들이 늘고 있다.

2월13일 일본에서 코로나19 확진자 가운데 첫 사망자가 나왔다. 가나가와현에 거주하는 80대 여성으로 최근 해외여행을 다녀온 경험이 없었다. 이 여성은 1월22일부터 증상을 호소했다. 사망 후 코로나19 감염 사실이 확인되었다. 사망한 여성의 사위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택시 운전사인 이 남성은 1월18일 신년맞이 뱃놀이에 참가했다. 유람선 야카타부네(屋形船)에 80여 명이 모인 연회였다. 2월20일 현재 이 연회 참가자 중 14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중국이나 해외여행을 다녀오지 않은 확진자들이 늘면서 감염경로 역시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일본 전문가들은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된 것으로 본다. 2월20일에는 크루즈선 승객 2명(80대)이 하선 뒤 입원 치료 중 사망했다.

첫 사망자가 나온 뒤에야 아베 정부는 예방 수위를 높였지만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서 실기(失期)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에 민간 측도 우왕좌왕하고 있다. 예를 들면 3월1일 예정된 도쿄 마라톤 주최 측은 “참가자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겠다”라고 발표했다. 도쿄 마라톤은 매년 4만명 정도가 참가한다. 어설픈 대책에 반발이 이어지자, 뒤늦게 주최 측은 일반인 참가자 3만8000여 명의 참가를 취소했다. 도쿄 올림픽 일본 국가대표 선발전을 겸해 열리는 이번 마라톤 대회에는 선수 200여 명만 참가하는 선으로 축소됐다. 시민들 가운데는 마라톤 대회 자체를 중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찮게 나온다.

2월20일 현재 도쿄를 비롯해 홋카이도, 사이타마, 지바, 가나가와, 아이치, 미에, 나라, 오키나와, 교토, 오사카, 와카야마 등 코로나19 확진자가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아베 정부는 여전히 확진자 동선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일부 지방정부가 독자적으로 확진자 동선을 발표할 뿐이다. 이 같은 아베 정부의 대응에 일부 전문가들은 거의 포기한 듯 발언을 공개적으로 하기도 했다. “이제는 확진자가 영화관이나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들른 경우 공표해야 하지 않나”라고 뉴스 앵커가 지적하자, 패널로 나온 한 의사는 이렇게 말했다. “그 단계는 이미 넘어섰다. 전철이나 영화관 등 사람이 많은 곳은 감염 위험이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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