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OA의 찬미를 ‘찬미찬미해’
  • 랜디 서 (대중음악 평론가)
  • 호수 649
  • 승인 2020.02.29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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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양한모

유튜브 하는 아이돌이 부쩍 늘어난 지금, AOA 찬미의 채널 ‘찬미찬미해’가 심상치 않다. 현재 구독자 17만명을 넘긴 채널은 그동안 ‘섹시 걸그룹’이라는 타이틀에 가려 있던 그의 똑 부러지는 모습으로 가득하다.

찬미는 2010년 중학교 2학년 때 고향인 구미를 떠나 서울에 올라온 후, 짧은 연습 기간을 마치고 2012년에 AOA의 막내로 데뷔했다. 연습생 시기에는 데뷔를 못할까 봐 전전긍긍했다고 한다. 특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스스로 다리 찢기 동작을 연습하는 등, 그는 절박한 마음으로 열여섯 살을 보냈다.

2010년대 중반 AOA의 히트곡 다수는 메일 게이즈(Male gaze:남성이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여 보는 시선)를 의식한 작품이었다. 자연히 의상과 안무도 같은 주제를 따랐다. 이러한 콘셉트는 AOA가 이미 포화상태로 보이던 여성 아이돌 시장에 비집고 들어갈 셀링 포인트가 되어주었지만, 거듭되면서는 그룹의 이미지를 고착시켰다.

2019년은 찬미에게 전환점이 될 만한 해였다. AOA에게 2막의 발판을 마련해준 엠넷(Mnet)의 〈컴백전쟁 퀸덤〉에 출연했고, 2018년 시작한 유튜브 채널 ‘찬미찬미해’는 정기적으로 콘텐츠를 발매하며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퀸덤〉에서는 높은 테이블에서 뛰어내리거나 상대 남성 댄서의 목에 다리를 걸고 회전하여 쓰러뜨리는 등 몸을 사리지 않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7년 차 아이돌 메인 댄서의 진가를 보였다.

유튜브 속 그는 좀 더 선명하다. ‘찬미찬미해’에서는 책장을 공개하며 즐겨 읽는 책을 보여주거나, 나무위키의 찬미 항목을 읽으며 유튜브 채널 개설 초기의 논란을 직접 읽고 허심탄회하게 인정하기도 한다. 얼마 전 출연한 KBS의 유튜브 웹 예능 〈슬기로운 어른이 생활〉에서는 은행을 방문해 노후 대비 상담을 받고 고등학생 동생의 학비를 생각하는 등 현실적인 고민도 드러냈다. 패널인 러블리즈의 미주가 어제도 옷을 잔뜩 샀다며 후회할 때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것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아도 된다’고 분명하게 말하는 모습으로 시청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8년 차 가수이지만 어린 나이에 데뷔한 까닭에 아직도 스물다섯이다. 한창 상승하던 케이팝 산업 한가운데서 청소년기와 20대의 절반을 다 보냈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직업이지만 ‘찬미찬미해’에서 엿보이는 그는 몹시 차분하다. 그가 2018년에 올린 ‘인생 그래프’ 영상을 보면 가파르게 고저가 반복되고 있지만, 그는 미래에는 꼭 행복하고 싶다면서 높이 점을 찍고 긴 화살표를 그린다. 좋은 때를 거치며 물러지는 사람도 있고, 나쁜 때를 거치며 부서지는 사람도 있다. 찬미는 그 사건들을 거치며 오히려 단단해졌다. 오랜 시간 그의 성장을 지켜본 팬들에게는 특히 감동일 것이다.

최근 출연한 〈복면가왕〉에서 닮고 싶은 그룹으로 셀럽파이브를 꼽은 그는 AOA 역시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하고 싶은 걸 다 하는 그룹이 되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건실한 어른이 된 찬미라면 할 수 있을 거라는 예감이 든다. 그의 팀이 받아온 ‘섹시한 걸그룹은 뻔하다’는 오해는 이제 뒤집어버릴 과제에 불과하다. AOA의 히트곡 ‘심쿵해’ 속 그의 가사처럼. “야 모르면 말을 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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