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살기’ 그 후 1년 대림동을 다시 가다
  • 김동인 기자
  • 호수 649
  • 승인 2020.02.25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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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에 다시 찾은 대림동은 움츠러들었다. 여론이 악화될까 두려워 문을 닫은 곳이 많았다. 서울시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 국적 단기 외국인 입국자가 가장 많이 머무는 곳은 대림동이 아니었다.
ⓒ김흥구서울 대림동에 위치한 한 식당에 2월12일 휴업 안내문이 걸려 있다.

문 닫은 양꼬치 식당이 눈에 들어왔다. 입구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예방을 위해 휴업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내과 병원은 여느 지역과 마찬가지로 ‘중국 우한시 방문자 중 발열과 호흡기 증상이 있는 분들은 들어오지 마시고 1399번이나 120번으로 전화하세요’라고 안내했다. 시장 골목에 나부끼는 플래카드에는 ‘불법 식육제품 및 비식용 야생동물 등을 팔지도 먹지도 맙시다’라고 적혀 있었다.

한 달 넘게 이어지는 코로나19 사태에 국내 최대 중국인 집거지인 서울 대림동의 분위기도 가라앉았다. 확진 환자가 발생했기 때문은 아니다. 문 닫은 식당의 선택은 ‘선제적 예방’에 가까웠다. 대림2동에서 만난 한 상인은 이렇게 말했다. “욕먹을지도 모르는데 조용히 있어야지.”

기자는 2018년 12월2일부터 2019년 1월2일까지 한 달간 대림2동 대림중앙시장 인근 작은 고시원에서 서른 번의 밤을 보내며 원주민과 이주민, 정착민과 임시 거주민을 만났다(〈시사IN〉 제594호 ‘대림동 한 달 살기, 우리가 몰랐던 세계’ 기사 참조). 통계와 법률로는 포착되지 않는 경계에 놓인 삶을 마주한 바 있다.

이번에 찾은 대림동은 그때와 달랐다. 전체적으로 움츠러든 게 느껴졌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언론의 혐오 르포도 있었다. 주민들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공개적으로 ‘다섯 동네’를 거론한 뒤부터 문 닫는 가게가 늘었다고 말했다. 1월29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비상대책회의’에서 “가산동, 구로동, 대림동, 명동, 자양동같이 중국 동포가 많이 살고 중국 여행객이 많이 방문하는 곳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방역할 필요가 있다”라며 특별 관리를 주문했다. 같은 날 대림동에서도 동포 단체장 정기회동이 있었다. 서울시 공무원들이 참석해 감염증 예방에 대한 지역사회 협력을 구하는 자리였다. 이날 회동은 박 시장이 직접 대림동을 ‘특별 모니터링 대상’으로 언급하면서 다소 얼어붙었다. 주민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현장에 있었다는 한 내국인 주민은 “박원순 시장의 발언은 특정 동네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깔려 있다”라며 시 관계자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박 시장의 발언에 동포 사회(재한 조선족 커뮤니티)가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대림동을 비롯해 중국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는 집거지에 지방정부가 보건 행정력을 쏟을 수는 있다. 다만 이런 선제적 대응이 가져올 또 다른 부작용을 간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림동에 정착해 사업장을 운영 중인 한 주민은 “계속 영업하면서 욕먹는 것보다는 손해를 감수하고 문 닫는 편이 낫다”라고 말했다. 단순히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혹시라도 감염이 확산될 경우 대림동을 비롯한 이주민 집거지에 대한 여론이 악화될까 봐 염려했다.

주민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아이들이 혐오에 노출되어 상처받는 일이었다. 지역에서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은 “다행히 아직은 방학 기간이라 직접 체감할 일은 적었다. 다만 개학 이후가 염려스럽긴 하다”라고 말한다. 장기 거주민일수록 노골적인 혐오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한국에 오래 머물며, 한국어에 능숙할수록 혐오로 인한 고통은 크다. 집거지 주민들은 맥락 없이 중국 국적이라는 이유로 불신의 대상이 되는 것이 억울하다고 말했다. 대림동에서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문민씨는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생길 때에는 사람들이 대림동을 먼저 떠올린다. 그런데 반대로 중국과 관련해서 (관광객이 늘었다는 식으로) 긍정적인 소식을 다룰 때에는 명동을 먼저 언급한다”라며 서운함을 내비쳤다.

감염자 이동경로에서 대림동은 없어

전체 중국인을 동일 집단으로 규정한다는 점도 대림동 주민들의 불만 중 하나다. 국내 중국인 집거지는 재한 조선족 동포 사회를 중심으로 형성된다는 특징이 있다. 랴오닝성, 헤이룽장성, 지린성 출신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들 동북 3성은 중국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감염자가 적은 지역으로 꼽힌다.

ⓒ김흥구대림중앙시장에 전염병 예방 홍보 현수막이 걸려 있다.

2월13일 현재까지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림동을 비롯한 중국인 집거지는 감염자가 발생하지도, 감염자가 방문한 적도 없는 지역이다. 박 시장이 언급한 지역 중 23번 확진자가 2월2일 명동에 있는 백화점에 들른 걸 제외하면 감염자 이동경로에서 대림동은 없다.

가장 민감하게 살펴봐야 할 대상은 중국인 ‘단기 입국자’ 이동경로다. 최근 입국한 중국인들의 경로를 확인하려면,  중국에서 관광 또는 일시 체류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한 이들이 어느 동네를 자주 찾는지 살펴봐야 한다. 동포 비자나 영주권 비자를 갖고 지역사회에 이미 정착해 내국인 수준으로 추적이 가능한 사람들과 달리 단기 비자로 방문한 경우 상대적으로 역학조사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시사IN〉은 서울시가 공개하는 생활인구 데이터(공공 빅데이터와 통신데이터를 이용하여 서울의 특정 지역, 특정 시점에 존재하는 모든 인구를 추정한 데이터)를 통해 중국 국적을 가진 단기 외국인 입국자가 가장 많이 머무르는 동네를 추출해보았다. 상대적으로 외출 인파가 많은 2월8일 토요일 오후 5시를 기준으로 분석해 행정동별로 순위를 매겨보았다.

관광객이 많이 모이는 중구 명동(약 2519명, 기타 외국인 약 1만1213명)에 중국 국적 단기 입국자가 많았다. 그런데 이주민 커뮤니티가 형성된 구로2동(6위, 약 1202명), 대림2동(9위, 약 1014명), 대림3동(13위, 약 754명), 구로3동(15위, 약 733명)은 분석해보니 단기 체류 외국인이 많이 모여 있다고 보기 어려웠다. 오히려 종로나 강남처럼 관광 루트로 번화한 곳에 체류 인구가 더 많았다.

혐오를 불식시키기 위해 지역민이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다. 그저 침묵할 뿐이다. 식당을 운영 중인 한 상인은 “중국에 있는 친척들과도 가능하면 연락을 피하고 있다. 전화할 때마다 마스크 좀 보내달라고 난리다. 하지만 우리도 구하기 어려운 걸 어떻게 중국에 보내겠나. 사태가 진정되기만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감염병 앞에서 걱정하고 조심스러워하는 건 국적을 불문하고 마찬가지다. 다만 누군가는 ‘책잡히는 걸 피하기’ 위해 혐오의 날 위에서 보다 위태롭다.

대림동을 비롯한 집거지역 주민은 감염병 위험 대상이 아니라 거버넌스 협력 대상으로 바라봐야 한다. 지방정부 보건 담당 공무원들이 잘 알지 못하는 이주민 행동패턴 정보를 집거지역 정착 이주민들이 제공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동포 단체 관계자는 “단기 방문 비자로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시간대와 장소를 찾아 코로나19 대응수칙을 홍보할 필요가 있다. 한국어가 서툰 한족 출신 노동자들이 새벽에 가리봉동 인력시장에 많고, 인근 ‘벌집(과거 구로공단 노동자들이 살던 집단거주 주택)’에도 거주하는 이들이 많으니 이쪽에 예방 홍보를 할 필요가 있다. 서울시에 등록된 인력사무소도 홍보하기 좋은 채널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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