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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총선에서 바라는 공약 중 하나가 ‘기초연금 50만원’이다. 기초연금은 2008년에 10만원으로 시작한 후 대통령 선거 때마다 인상돼 어느새 30만원이다. 이 정도면 상당한 금액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더 올라야 한다는 게 내 판단이다.

무엇보다 기초연금은 노인 빈곤 대응에 효과적이다. 최근 OECD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43.8%로 회원국 평균 13.5%의 3배가 넘는다. 비노인과 노인의 빈곤율 차이도 무척 크다. 18~64세 빈곤율은 12.7%이지만 나이가 많을수록 높아져서 75세 이상은 55.9%이다. 최소한 주택연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집을 소유하거나 일정한 저축·사보험을 가진 중산층이 아니라면 은퇴가 가까울수록 근심이 클 수밖에 없다.

노동시장 격차가 그대로 연금에 반영되는 제도

결국 공적연금이다. 살아 있는 동안 매달 나오는 평생 급여이니 공적연금이 튼튼하다면 어느 정도 위안이 될 수 있다. 여기서 갈림길이 앞에 있다. 한국에는 공적연금으로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이 존재한다. 빠른 고령화 시대의 재정 여력을 감안하면 두 연금을 모두 올리기는 사실상 어렵다. 어느 쪽에 힘을 실어야 할까?

공적연금을 강화하자면 당연히 국민연금이 떠오른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공약으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을 약속했고, 노동·시민단체 다수도 이를 지지한다. 그런데 이러한 방향을 담은 문재인 정부의 연금개혁안은 2년째 제자리에 있다. 정부에게서 연금개혁 의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말도 자주 들린다.

어디서 막혀 있는 걸까? 나는 오랫동안 친복지 진영이 주창해온 ‘국민연금 중심론’이 이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본다. 국민연금은 노후소득 보장에서 소중한 제도이지만, 서구 연금과 비교해 난감한 문제를 안고 있다.

바로 수지 불균형이다. 국민연금이 세대 간 연대를 도모한다지만 현재 가입자가 납부하는 보험료와 나중에 받을 급여의 수지 격차가 너무 크다. 만약 친구들과 계모임을 결성해 국민연금만큼 급여를 받으려면 지금 9%인 보험료를 2배가량 내야 한다. 그래야 화목하게 계모임도 우정도 지속될 수 있다. 우리와 국민연금 급여 수준이 비슷한 독일, 스웨덴 시민들이 약 18%의 보험료를 마다하지 않는 이유다. 심지어 국민연금 장기 재정계산에선 미래 아이들이 내야 하는 보험료율이 지금의 3배에 이른다. 상황이 이러하니, 정부조차 아무리 대선 공약이라 해도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에 실제 힘을 쏟지 않는 듯하다.

게다가 국민연금은 노동시장의 격차가 그대로 연금액에 반영되는 제도이다. 소득이 많고 고용이 안정돼 보험료를 오래 낸 사람들일수록 연금액이 많다. 이러니 소득대체율을 올려도 하위계층 노인에게는 별로 효과가 없다.

서구 여러 나라들은 오래전부터 우리보다 2~3배 금액의 기초연금을 운영해왔다. 일부에서 기초연금액이 국민연금보다 높으면 국민연금 가입 동기가 약화된다며 기초연금 인상에 우려를 표하지만 설득력이 약하다. 이는 국민연금에 계속 가입해 연금액이 높아지면 기초연금 대상인 하위 70%에 포함되지 못하기에 국민연금 납부를 꺼릴 거라는 가정이다. 이 경계에 있는 사람들이면 중간계층일 텐데, 은퇴 후 하위계층에 속하기 위해 젊었을 때부터 일부러 국민연금을 회피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가입하면 혜택이 많은 국민연금 제도를 말이다. 설령 그러하더라도 국민연금은 의무제도이다. 일정한 소득을 가진 중간계층이 국민연금을 벗어날 방법은 찾기 어려울 것이다.

자신의 노후가 불안한 시민들에게 말하고 싶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 대신 기초연금 강화를 요구하시라. 지금까지 국민연금 중심의 관성에서 벗어나자는 제안이다. 구체적으로, 이번 총선에서 ‘기초연금 50만원’이 등장하기 바란다. 기초생활보장 1인 가구 생계급여 수준의 금액이다. 재원은 조세부담률을 국제 수준으로 현실화하면 마련된다. 부모님 부양을 위해, 또한 미래의 나를 위해 새로운 이정표를 세워가자. ‘노후의 평생 벗 기초연금 50만원’, 정당들도 핵심 공약으로 채택하시라.

기자명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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