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박형준 혁신통합추진위원장(가운데)이 2월4일 국민미래포럼(공동대표 문병호·김영환)의 통합 참여를 밝히고 있다.

지난달 출범한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가 신당 창당에 본격적으로 돌입했지만 장애물이 적지 않다. 핵심으로 꼽히던 몇몇 세력이 독자 노선을 선언해 ‘범보수 대통합’은 어려워졌다는 평도 나온다. 통합을 진행 중인 정치 세력 간에도 파열음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반대’라는 대명제를 공유하는 것만으로 뛰어넘을 수 없는 견해 차이가 드러나고 있다.

혁통위는 1월31일 ‘제1차 대국민 보고대회’를 열었다. 당초 혁통위는 이 자리에서 통합신당에 합류할 정당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당일 박형준 혁통위 위원장은 “자유한국당·새로운 보수당(새보수당)·미래를 향한 전진 4.0(전진4.0)·국민소리당(창당준비위원회)이 혁통위에 참여했고, 통합의 대의에 따라 이 자리에 함께해줬다. 아직 남은 일들이 있지만 크게 하나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라고 선언하는 데에 그쳤다.

대국민 보고대회에 참석한 자유한국당과 새보수당 대표의 말은 톤이 어긋났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단결’을 말했다. “우리의 상대는 명백하다. 문재인 정권이다. (…) 흩어져 있는, 남아 있는 자유우파의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우리 모두가 똘똘 뭉쳐서 문재인 정권과 싸워 반드시 이겨야 한다.” 일종의 ‘빅 텐트론’이다. 반면 새보수당 하태경 책임대표는 ‘원칙’을 강조했다. 하 대표는 “새보수당과 한국당은 보수 재건 3원칙이라는 좋은 원칙에 합의했다. (…) 우리가 합의한 걸 포함해서 혁통위에서 6원칙을 발표했는데, 그 원칙만 간결하게 지키고, 그 원칙을 어기려는 사람들에 대해선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하태경 대표가 언급한 3원칙은 지난해 유승민 새보수당 의원이 주창한 것이다. ‘탄핵의 강을 건너자, 개혁 보수로 나아가자, 헌 집을 허물고 새집을 짓자’는 게 그 내용이다. 혁통위는 1월9일 출범하면서 6개 원칙을 내걸었다. 1월13일 황교안 대표는 여기에 동의한다며 “새보수당에서 요구해온 내용(3원칙)도 반영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대통합 원칙은 혁신·통합, 자유·공정 추구, 모든 반문(반문재인) 세력 대통합, 청년의 마음을 담을 통합, 탄핵이 총선 승리 장애물이 돼선 안 됨, 대통합 정신 실천할 새 정당 결성’이 내용이다. 핵심 원칙은 탄핵이다. ‘탄핵의 강을 건너자’와 ‘탄핵이 총선 승리 장애물이 돼선 안 됨’ 두 원칙 모두 분당의 원인이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판단 보류’로 둔다.

보수 통합 과정에서 ‘탄핵 문제를 판단하지 않는다’는 게 무슨 뜻일까? 혁통위 보고대회에서 내비친 양당 대표의 해석은 달랐다. 황교안 대표는 ‘탄핵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진 세력이든 뭉치자’는 의미로 본다. 황 대표는 “조금 더 센 우파의 이야기를 한 사람이 우리의 싸움 상대인가? 조금 약한 취지의 싸움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우리 상대인가?”라고 물었다. 정치적 스펙트럼과 무관하게 문재인 정권에 맞서는 세력이라면, 이를테면 ‘탄핵 무효’를 외치는 ‘태극기 세력’까지도 합쳐야 한다는 의미로 보인다. 한편 이날 하태경 대표의 말은 이랬다. “탄핵의 강을 넘자는 이야길 우리가 왜 하겠는가? 들어와서 치고받고 싸우지 않기 위해서다. 들어와서 분열하자고 하지 않기 위해서다.” 즉, 새보수당이 보는 통합 대상은 탄핵 문제를 정치 쟁점화하지 않는 세력만 의미한다. ‘탄핵에 대해 침묵하는 것’에 합의해야 통합할 수 있다.

ⓒ연합뉴스안철수 전 의원이 1월1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큰절을 하고 있다.

통합 신당 가장 오른쪽이 자유한국당

태극기 세력은 공공연히 이 원칙을 비판한다. 우리공화당 조원진 대표는 2월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공화당은 ‘탄핵의 강을 건너자’든지, ‘탄핵을 묻고 역사에서 심판하자’고 주장하는 비겁자들과는 다르다”라고 밝혔다. 1월31일 전광훈 목사 등과 함께 자유통일당을 창당한 김문수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탄핵한 사람은 (책임을) 묻지 말자’ (…) 이런 정당 정신 가지고는 대한민국을 지킬 수 없다”라고 말했다. 혁통위에 참여하고 있는 이언주 대표 역시 1월31일 대국민 보고대회에서 “광화문에서 투쟁해온 세력”의 통합 참여를 주장했다.

황교안 대표는 이들에게 우호적이다. 1월31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황교안 대표는 “시간이 많지 않아 (보수 대통합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통합 논의가 될 수 있는 정당은 새보수당과 전진4.0 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전진4.0에 대해서는 “꽤 좋은 전사를 확보했다고 한다”라고 말한 반면 안철수 전 의원은 “들어올 생각이 없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1월22일에는 우리공화당을 두고도 “누구는 된다, 누구는 안 된다는 것보다 목표를 크게 생각하는 노력을 하겠다”라고 했다.

반면 혁통위의 박형준 위원장은 완곡하지만 공개적으로 태극기 세력을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월29일 인터넷매체 〈데일리안〉 인터뷰에서 우리공화당에 대한 질문을 받은 그는 “투쟁을 하다 보면 원칙주의자가 생긴다. 신경이 날카로워지니 분열이 일어난다. (…) 자신의 원칙이 아주 거룩한 것처럼 순수성을 강조하는 그룹이 나오는데 그중 하나가 우리공화당이다”라고 말했다. ‘분열 가능성’뿐만 아니라 총선 승리를 위해서도 그는 ‘중원 포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월21일 연합뉴스TV 인터뷰에서 그는 “중도 보수 내지 중도에 있는 세력이 많이 참여하는 게 필요하다. 보수는 자유한국당이라는 본산이 있기 때문에”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통합 신당의 가장 오른쪽에 자유한국당이 있어야 한다고 봤다.

외연을 넓힐 만한 카드로 꼽혀온 것이 안철수 전 의원의 합류다. 박형준 위원장은 꾸준히 안 전 의원에게 ‘러브콜’을 보내왔다. “독자 신당은 쉽지 않은 길이다” “안 대표가 추구하려는 가치가 혁통위의 가치와 다르지 않다”라고 설득했다. ‘옛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문병호·김영환 전 의원을 영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안 전 의원은 요지부동이다. 1월19일 귀국길에서부터 보수 통합에는 “관심이 없다. 야권도 혁신적인 변화가 꼭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3월1일 창당을 목표로 ‘안철수 신당(가칭)’을 추진 중이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본뜨려는 듯 보인다. 1월30일 주한 프랑스 대사관을 방문한 뒤 안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익집단 간 권력투쟁에 신물이 난 프랑스 국민들이 양당 모두를 심판했다”라고 썼다. 최근 펴낸 책 〈안철수, 우리의 생각이 미래를 만든다〉에도 그는 “국회의원 한 명 없던 마크롱을 대통령으로 뽑은 프랑스”를 언급했다.

안 전 의원이 향후 통합 보수 신당에 합류할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안 의원의 측근으로 꼽히는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집권 세력이 좌파다, 진보다’ 해서 ‘보수 우파가 뭉쳐야 한다’ 이런 진영 간 대결이 한국 정치를 후퇴시켰다고 생각한다. 안 대표는 이 부분을 깨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프레임에 들어와달라고 하는 것은 안 대표 입장에선 어폐가 있다.” ‘반문으로 뭉치자’는 보수 통합의 기치부터 안 의원이 추구하는 바와 배치된다는 것이다.

2월6일 혁통위는 통합신당준비위원회를 발족했다. 박형준 위원장은 2월20일 신당을 출범한다는 목표를 밝혔다. 5인 공동위원장으로는 박형준 위원장과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이언주 전진4.0 대표, 장기표 국민소리당 창당준비위원장, 정병국 새보수당 의원이 맡는다.

기자명 이상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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