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해마다 올해의 책과 영화, 음악 리스트를 올린다. 이 책은 그의 2019년 올해의 책 중 하나로 꼽혔다(출간은 2017년). 앞서 “첫 문장부터 당신을 끌어당긴다”라고 페이스북에도 썼다.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오르고 미국 〈뉴욕타임스〉와 〈USA투데이〉, 영국 BBC에서 ‘올해의 책’으로 꼽혔다. 애플이 TV 드라마로 제작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 책은 우리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한국계 미국인 이민진 작가가 2007년부터 4년간 일본 도쿄에 거주하며 재일 조선인을 취재해 쓴 소설이기 때문이다(파친코는 노동시장에서 차별받던 재일 조선인의 생존 수단이었다). 이 소설의 미덕은 무엇보다 서사에 있다. 간결한 문체로 이끌어가는 서사와 성경을 떠올리게 하는 스케일에 압도되어 손에서 놓기 어렵다. 외신 기자의 잘 쓴 논픽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엄청난 취재의 결과물임을 의심할 수 없다. 구상부터 탈고까지 거의 30년이 걸렸다는 말이 이해될 정도다. 다만 일부 독자는 여성이 구원받거나 희생하는 존재로 그려지는 점이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나는 소설적인 은유 혹은 그 시대를 살아낸 여성들에 대한 헌사라고 읽었다.

이 소설은 작가가 1989년 들은 예일 대학 수업에서 탄생했다.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받다 목숨을 끊은 일본 중학생 이야기를 듣고 “선천적인 이유로 상처받아야 하는 이들에 대한 슬픔”을 느꼈다고 한다. 소설은 재일 조선인을 다루지만 그 방식은, 이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미국적’이다. 역사가 준 역경을 개인과 가족이 어떻게 역동적으로 헤쳐 나가는지 주목한다. 이야기의 마지막에 이르면 삶이 계속된다는 사실에 어떤 경이로움을 느끼게 된다. 소설을 읽은 뒤 언젠가, 오사카 쓰루하시역 야키니쿠 골목의 자욱한 연기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가보길 권한다.

기자명 전혜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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