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터를 누른들 쓰레기가 없어지랴마는
  • 강홍구 (사진가)
  • 호수 647
  • 승인 2020.02.15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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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홍구

고향인 전라남도 신안군의 섬을 돌며 사진을 찍기 시작한 지 10여 년이 된다. 1000개가 넘는 섬을 다 돌아보기에는 아무래도 무리다. 무인도를 제외하고 유인도만 한 번씩 가보려 해도 그마저 쉽지 않다. 여러 해 동안 다니다 보니 변화가 눈에 띈다. 섬에 다리가 새로 놓이고,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태양광발전 설비가 염전에 들어선다.

가거도의 거대한 방파제는 태풍에 몇 번째 부서졌고, 만재도·홍도·흑산도를 비롯한 남쪽 섬에는 철새들이 죽어 바닷가에 나뒹굴기도 한다. 많은 변화 가운데 바닷가에 쌓이는 쓰레기가 가장 가슴 아프다. 특히 플라스틱 쓰레기가 점점 늘고 있다. 바다의 플라스틱 쓰레기에 관해서는 이미 여러 언론이 보도했다. 수많은 해양생물이 피해를 보기 때문에 더 얘기할 필요도 없지만 현장에서는 느낌이 다르다.

작은 플라스틱 어구나 물건이 자잘하게 부서져 모래와 뒤섞인 사진(아래)은 신안군 우이도에서 찍었다. 우이도는 멋진 풍성사구가 있고, 〈표해록〉의 주인공인 홍어 장수 문순득이 살았던 곳이다. 〈자산어보〉를 쓴 정약전이 귀양살이를 했던 섬이기도 하다. 마을이 크지 않고 개발되지 않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보배 같은 섬이다. 이곳의 해수욕장도 훌륭한데 북서풍이 닿는 곳은 쓰레기들이 많이 몰려온다. 국립공원이어서 거의 매일 해변을 청소하는 분들이 계신데,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큰 쓰레기들은 눈에 별로 띄지 않는다. 모래벌판의 위쪽으로 올라오면 사정이 달라진다. 음식물을 담았던 용기들과 작은 어구들이 미세하게 부서져 모래에 섞여 있다. 아직은 눈에 띄는 크기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더 잘게 부서져 아마도 미세 플라스틱이 될 것이다.

청정 해안이라 더 잘 보이는 오염의 흔적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전국 해역을 조사한 결과, 해수 속 1㎥당 평균 871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분포한다고 한다. 이런 미세 플라스틱이 해양생물의 몸에 쌓여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를 손상시킨다는 사실도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2030년까지 태평양에 떠 있는 미세 플라스틱 쓰레기가 2016년보다 약 2배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2050년에는 바다에 사는 물고기와 플라스틱의 비율이 50대 50이 될 것이라는 우울한 예측도 나온다. 1997년 발견된 태평양의 거대 쓰레기 지대는 2009년 2배까지 커져 한반도의 7배에 이르게 되었다니 지금은 어느 정도 크기인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플라스틱 오염(Plastic pollution)은 피할 수 없는 인류세(Anthropocene· 人類世)의 증거처럼 보인다. 물론 그것은 신안의 바닷가뿐 아니라 어느 곳에서든지 눈에 띈다. 아이러니하게도 신안 바닷가는 청정지역이라서 오염 과정이 더욱 눈에 들어오는 게 아닐까 싶다. 작가로서 무력감을 느끼는 순간은 이런 때이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사진을 찍고 기록하는 것뿐. 사진을 찍으면 마치 플라스틱 쓰레기가 없어지기라도 하듯 해변을 걸으며 셔터를 누르지만 카메라 밖의 세상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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