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언론도 지적한 우한 탈출 500만명 행방
  • 베이징·양광모 통신원
  • 호수 647
  • 승인 2020.02.03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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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퇴치를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으나 ‘뒷북 대책’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초동 대처가 미흡했던 데다 ‘자가 격리’를 가장 중요한 대책으로 강조하기 때문이다.
ⓒXinhua지난 1월27일 리커창 총리(가운데)가 우한의 진인탄 병원을 방문해 의료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온 가족이 한데 모여 따뜻해야 했던 중국 최대의 명절 춘절(春節·춘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함께 공포 그 자체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의 이동하는 춘절 기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들이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대부분 외출을 삼간 채 집 안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을 갑류 수준으로 높여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1월25일 이례적으로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를 소집했다. 그는 약품과 물자를 총동원하라고 지시했다. 재정부는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보조금 약 112억 위안(약 1조9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원지인 우한과 후베이성은 집중관리 지역이 되었다. 중국 정부는 1월23일 우한을 전격 봉쇄했다. 이로 인해 모든 교통의 이동길이 막혔다. 봉쇄된 우한에서 병실이 부족하자, 1월25일 병상 1000개 규모의 임시 응급병원 건설에 나섰다.

우한뿐 아니라 후베이성의 도시는 거의 다 봉쇄되었다. 그러나 우한이 봉쇄지역으로 지정되기 전인 1월22일까지 약 500만명이 빠져나갔다고 밝혀지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우한은 지리적으로 중부 내륙의 중심지이자 교통의 요충지로서 상주인구가 약 1100만명, 유동인구는 약 510만명에 달하는 곳이다.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의 공공시설은 폐쇄되고 있으며, 장거리버스와 관광버스의 운행도 중단되었다. 길거리에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만큼 조용하다. 특히 홍콩은 과거 사스(중증급성 호흡기증후군)의 악몽을 반영하듯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홍콩 정부는 1월28일 모든 공무원에게 재택근무를 명령했고 공공시설도 무기한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1월30일부터는 중국 본토와 홍콩을 잇는 열차와 여객선 운행도 중단했다.

당 차원에서는 ‘전염병 대응 업무 영도소조’를 구성했다. 중앙에서 지방까지 영도소조를 구성해 전염병의 상황과 대처방법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책임지고 나섰다. 춘절 기간 연장(2월2일), 학교 개학 연기, 외출 자제 등을 대책으로 내놓았다. 대학교에서는 학과 교수를 중심으로 ‘전염병 예방 조직체계’를 만들어 학생들에게 이번 사태와 관련된 정보와 통지사항을 공유했다. 학교 외부에 있는 사람들에겐 학교로 돌아오지 말고, 내부에 있는 사람들에겐 학교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주문했다.

〈인민일보〉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들이 이용했던 기차의 시간과 객실 번호를 공개하고, 그들과 같은 공간에 있었던 사람들을 찾고 있다. 중앙TV방송매체(CCTV)와 각종 포털사이트에서는 예방법을 알렸다. 중국 정부가 가장 중요하게 강조하는 대책은 ‘자가 격리’이다. 중국 전역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된 만큼 외출 자제를 주문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의정의관국 자오야후이 책임자는 기자회견에서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하고 재채기를 한 뒤에는 손을 씻고 재채기 후 눈을 비비거나 점막 부위에 접촉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Xinhua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 치료를 위한 1000개 병상 규모의 임시 응급병원이 우한에 건설되고 있다.

정부, 전염병 공포 없애려 여론전 펼쳐

마스크 착용이 강조되면서 판매업체들이 가격을 인상하는 사태도 벌어지고 있다. 마스크를 구할 수 없어서 아기 기저귀를 착용한 사람의 모습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지기도 했다. 마스크 가격 폭등 문제를 해결하고자 중국 대표 전자상거래 업체 타오바오, 징둥, 쑤닝 등은 잇달아 통지를 발표하고 플랫폼 내 판매업체의 마스크 가격 인상을 금지한다고 선언했다. 마스크 생산업체 아오메이의료(奥美醫療)는 시장의 상품 공급량 보장을 위해 적극적으로 생산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총력전을 두고 ‘뒷북 대책’이라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초동 대처가 미흡했다는 점이 주로 지적되었다. 우한시 위생건강위원회는 1월11일에서야 본격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에 대한 상세 정보를 제공했다. 〈신경보(新京報)〉는 “500만명이 우한을 떠났는데, 전염병 확산의 책임은 어떻게 져야 하는가?”라고 보도했다. 기사는 확산 과정을 분석하고 지방정부의 오판과 부주의를 강하게 질책했다. 우한 위생당국은 지난해 12월8일 처음으로 폐렴 확진 사례 27건을 발표했지만 올해 1월1일이 되어서야 화난 수산물시장을 폐쇄했다. 12월 중하순부터 전염병 확산 조짐이 보였지만 어떤 통제와 조치도 없이 많은 사람이 우한을 떠나도록 방치한 것이다. 심지어 우한 정부는 1월18일에 신년맞이 행사인 만가연(萬家宴)을 열었고, 대규모 무료 시내 관광도 계획 중이었다. 1월27일이 되어서야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는 화난 수산물시장의 박쥐를 비롯한 야생동물에서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검출되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곳 시장에서는 박쥐, 낙타, 토끼, 고슴도치, 사향고양이, 여우 등 각종 야생동물이 식용으로 판매되고 있다. 이번 바이러스의 유력한 숙주로 알려진 박쥐(蝙蝠·볜푸)는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복(福·푸)’자와 발음이 비슷해 복을 전해주는 동물로 즐겨 먹는다.

소셜미디어에서도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사스 사태 이후 바이러스 연구가 미진했다는 점과 위중한 상황에서도 마작을 하는 정부 관료들의 행태를 폭로하는 글이 한때 주목받았다. 이 글들은 빠르게 삭제되었다.

정부는 이런 공포 분위기를 가라앉히기 위해 전문가 인터뷰 등 여론전에 나섰다. 1월27일 관영 매체에서는 일제히 리커창 총리가 직접 우한을 찾아 환자들을 위로하고 의료진 등을 격려하는 모습을 담았다. 국가위생건강위원회 고위급 전문가 팀장이자 ‘중국 바이러스의 대부’로 불리는 중난산은 1월28일 관영 신화통신과 인터뷰에서 “현 시점 이후 7~10일 동안 감염자가 최고조에 이를 것이고, 그 후에는 증가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 쩡광 수석 과학연구원도 〈건강시보(健康時報)〉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2003년 사스에 비해 방제하기 어렵고 잠복기에도 전염성이 있다는 어려움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사스에 비해 경증이라 현재의 과도한 공포는 경계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중국 각종 포털사이트에서는 실시간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 의심 환자, 완치자, 사망자 숫자가 업데이트되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확진자는 이미 사스 때를 넘어서 가파르게 늘고 있다. 그중 확진자의 50% 이상이 우한을 비롯한 후베이성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얼마나 늘어날지 중국 정부 당국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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