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우익 근대사 완전정복
이영채·한홍구 지음, 창비 펴냄

“(반일 종족주의 저자들은) 정작 자신들이 ‘종족주의’에 빠져 있습니다.”

아베 신조 총리 등 일본 극우 세력은 근대사를 수정해야 할 분명한 이유를 갖고 있다. 일본을 다시 ‘전쟁할 수 있는 강한 나라’로 만들기 위해서다. 지난해 말 국내 서점가에선 한국판 ‘수정주의 역사학’인 〈반일 종족주의〉가 맹위를 떨쳤다. 한국 우익 세력 및 학계가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배와 국가 폭력까지 사실상 긍정하며 일본 극우를 옹호하고 나섰다. ‘한국은 거짓말의 나라’라는 터무니없는 논증까지 서슴지 않는다. ‘이분’들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고 ‘그런’ 논리(?)가 성립 가능한지 궁금하면, 이 쉽고 명쾌한 책을 읽으시라. 이영채 일본 게이센여학원대학 교수와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가 뭉쳐 한·일 극우 세력의 역사 인식을 정면 비판한다.

 

 

 

 

 

 

 

 

 

 

배움의 발견
타라 웨스트오버 지음, 김희정 옮김, 열린책들 펴냄

“잘못 알고 있던 규모가 너무도 커서 그것을 바로잡으면 세상 전체가 변할 정도였다.”

1986년 미국 아이다호에서 7남매 중 막내딸로 태어난 저자는 한동안 서류상으로는 없는 존재였다. 광신도인 아버지는 세상의 ‘기준’이었고 어머니는 순종했다. 아버지는 공교육을 신에게서 아이들을 멀어지게 하려는 정부의 음모라고 여겼다. 병원은 악마의 조종을 받는 곳이기 때문에 교통사고도, 심각한 화상도 ‘주님의 뜻’에 맡겼다. 가정 안에서 폭력과 권위주의와 반지성은 한몸처럼 움직였다. 어렵게 진학한 대학에서 저자는 무엇보다 과거로부터 도망칠 힘을 얻는다. 그 힘은 ‘교육’으로부터 왔음을 증명하는 과정이 책 전반에 펼쳐진다. 때로 잔인함에 눈을 감게 되지만, 그래서 눈물겹도록 아름답다.

 

 

 

 

 

 

 

 

 

 

숨고 싶은 사람들을 위하여
김봉철 지음, 웨일북 펴냄

“나는 문제가 많은 사람이다. 살아서 하는 모든 것에 자신이 없다.”

아버지는 일요일마다 때렸다. 어린 아들이 잘못하거나 자신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면 그날이 일요일이 아니어도 때렸다. 작가 김봉철씨는 ‘아버지가 집에 오시면 방문을 열어둔 채로 방문 뒤에 몰래 숨어 있었다. 방문을 닫아두면 또 혼나니까. 맞으니까. 방문을 닫아둘 용기도 없는 채로, 어디에도 숨을 공간을 찾지 못한 채로’ 덜덜 떨며 아버지의 매를 기다렸다. 아이는 자라서 서른여섯 살이 되었고 아버지는 더 이상 그를 때리지 않지만 이제 그에게는 세상이, 말을 걸기 어려운 타인이 아버지처럼 느껴진다. 김봉철씨는 문을 닫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도망갈 수도 없는 폭풍 전야 같은 하루하루를 피하지 않고 견뎌낸다. 웅크린 채로, 온몸에서 제일 신경이 발달한 구부정한 등으로.

 

 

 

 

 

 

 

 

 

다크룸
수전 팔루디 지음, 손희정 옮김, 아르테 펴냄

“일종의 가족 회고록을 쓰게 될까 봐 정말로 두려웠다.”

1980년대 미국 페미니즘의 분투기를 그린 〈백래시〉의 저자 수전 팔루디가 2018년 한국에 왔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그것도 이국에서 이 책이 여전히 의미 있을까 하는 궁금증과 함께였다. 한국에 도착한 후 젠더 갈등에는 국경도 시차도 없다는 사실을 곧 깨닫는다. 이번엔 아버지에 대한 회고록이다. 90년 가까이 살아온 그의 아버지는 종교, 인종, 국적, 정치적 지향, 성적 정체성 등 모든 경계를 지우거나 넘나들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10대 유대인 소년이었고, 홀로코스트 생존자가 된 후 영화감독이었으며, 70대엔 동유럽으로 건너가 트랜스젠더 여성이 되었다. 이 모든 정체성의 변화는 사회적 변화와 함께였다. 어떤 이야기는 국경과 시차가 무의미하다는 걸 이번 책에서 증명해낸다.

 

 

 

 

 

 

 

 

 

 

사과에 대하여
아론 라자르 지음, 윤창현 옮김, 바다출판사 펴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에서 가장 심오한 행위는 사과를 주고받는 것이다.”

사과도 시대의 문화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 21세기에 접어들며 공적인 영역에서 사과가 급증하고 있다는 현실에 주목했다. ‘사과 잘 하는 법’이 인기 있는 콘텐츠로 소비되고, 사과하기 어려워하는 이들을 위한 대행 서비스도 성행한다. 상호의존성이 심화되면서 갈등은 늘어나는데 사과는 여전히 “힘들고 복잡하고 어렵고 예민한 문제”이다. 미국 매사추세츠 대학 의과대학 학과장을 지낸 저자는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1000건이 넘는 ‘사과 사례’를 연구했다. 가족과 친구 사이부터 국가 간 갈등 관계까지 포함한다. 진정한 사과와 거짓 사과는 어떻게 다른지, 우리가 사과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인지 등 사과에 대한 사회문화적 해석을 담았다.

 

 

 

 

 

 

 

 

 

 

독서의 즐거움
수전 와이즈 바우어 지음, 이옥진 옮김, 민음사 펴냄

“고전을 읽어야지.”

영성 신학자 리처드 포스터에 따르면 사람들 대부분은 글자 읽는 법을 알기 때문에 공부하는 법을 안다고 간주한다. 그러나 사실은 그 반대다. 대학 4학년생 대다수는 고교 3학년생보다 그다지 낫지 않다. 대학생들은 종종 자기 능력이 보잘것없다고 느끼다 어느새 졸업을 맞이하고 성인이 된 뒤 본격적인 독서를 시작하려 하면 수월하지 않다고 느낀다. 특히 고전은 늘 도전의 대상이다. 초·중·고 과정을 홈스쿨링으로 이수하고 윌리엄 앤드 메리 대학에 조기 입학한 뒤 모교에서 영문학 교수로 재직했던 저자는 독서만은 제도권 교육으로 완성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스스로 훈련해나가야 하는 영역이라는 것. 고전 독서를 시작하는 이들을 위한 지침서이자 그 자체로 흥미로운 에세이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