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기억이다. 등단한 지 10년 이상 된 소설가들을 인터뷰하는 자리였다. 마침 그해의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자가 정해진 날이었다. 자리에 있던 소설가가 유력한 대상 후보로 거론되었던지 동료 작가들이 티 나게 그를 위로했다. 오가는 말 속에서 중견 작가에게 이상문학상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살짝 가늠할 수 있었다. 나조차도 어릴 때부터 이상문학상 수상집이 나란히 꽂혀 있는 풍경을 보며 자랐으니까.
1월, 이상문학상 수상집이 나올 시기다. 올해는 출간이 불투명하다. 일부 작가들이 수상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수상작의 저작권을 3년간 출판사에 양도하고 작가 개인의 단편집에 해당 작품을 표제작으로 실을 수 없다는 계약조건이, 김금희 작가의 SNS를 통해 알려졌다. 제44회 이상문학상 우수상 수상자로 선정된 그는 처음에는 기쁜 마음이었으나 계약서를 보고 문학사상사 측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제야 표제작으로 쓰게 해주겠다는 말을 들었는데, 왜 그런 양해를 구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해당 내용을 공개했다. 최은영·이기호 작가도 수상을 거부했다.
작가에게 문학상은 어떤 의미일까. 한 소설가에게 물은 적이 있다. 문학은 결국 혼자 하는 작업이다. 잘하고 있는지 확신이 들지 않을 때도 있는데 문학상은 ‘계속 이렇게 해도 된다는 격려 같다’고 했다. 김금희 작가도 SNS에 적었다. ‘계약서 조정이 그리 어려운가? 작가를 격려한다면서 그런 문구 하나 고치기가 어려운가.’ 한 인터뷰에서 그는 작가에겐 작품이 전부라고 했다. 결국 작가는 작품으로 말하는 수밖에 없다. 작품을 실을지, 싣지 않을지, 상을 받을지 말지를 포함해서다. 이후 수습 과정에서 주최 측이 밝힌 서류 착오, 직원 실수 등의 해명은 더욱 공분을 샀고 결국 규정을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수상 거부는 과거에도 있었다. 2014년 황정은 작가와 신형철 평론가가 제59회 현대문학상 수상을 거부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수필과 평론을 싣고 석연찮은 이유로 중견 작가들의 연재를 거부하고 중단시킨 데 대한 항의 의미였다. 이때도 작가들은 작품으로 말했다. 누구도 전통 있는 상의 파행을 바라지는 않지만 시대의 정서와 부합하도록 정비하는 일을 게을리해서는 곤란하다. 김금희 작가의 말대로 상의 권위는 독자와 작가가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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