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P PHOTO지난해 12월20일 아동성범죄 수백 건을 저지른 조엘 르 스콰르넥 사건을 설명하는 검찰·경찰 관계자들.

프랑스 사회가 아동성범죄 사건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두 가지 심각한 범죄가 동시에 알려지면서다. 첫 번째는 외과의사 조엘 르 스콰르넥이 30여 년간 저지른 아동성범죄다. 피의자 조엘 르 스콰르넥은 2017년 5월부터 여자아이 4명을 성폭행, 추행한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이다. 당시 이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자택을 수색하던 검찰은 그의 비밀 일기장을 발견했다. 일기장에는 피해자들의 실명과 상세한 범행 과정이 적혀 있었다. 검찰은 아동 포르노 사진 30만 장과 영상 650여 건도 찾아냈다.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본 검찰은 추가 증언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20일 프랑스 검찰은 “총 229명의 증언을 확보했고 197명이 고소장을 제출했으며 잠재적 피해자 수가 349명”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프랑스 역사상 한 사람이 저지른 최대 규모 성범죄로 예상된다. 1월3일 〈르몽드〉 보도에 따르면 조엘 르 스콰르넥의 일기장에는 “어린 여자아이들은 너무 많은 질문을 받지 않고도 만질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라는 내용이나, 자신이 소아성애자인 점에 대해 “아주 행복하다”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2013년 르노도 문학상을 수상했던 프랑스의 유명 작가 가브리엘 마츠네프 역시 아동성범죄에 연루됐다. 그는 〈16세 미만(Les Moins de 16ans)〉(1974)과 1976년 출판한 자신의 일기에 15세 미만 미성년자들과 성관계를 가졌던 경험, 10·11세 남자아이들을 성매매했던 사실을 썼다. 〈16세 미만〉에는 “당신이 13살 남자아이와 15살 여자아이를 품에 안고, 만지고, 가졌을 때는 다른 모든 것이 무미건조하고 갑갑하며 따분해 보일 것”이라고 적었다.

이 문제가 문학이 아닌 범죄의 영역으로 떠오른 계기는 다른 작가의 증언이었다. 출판사 대표이자 작가인 바네사 스프링고라가 1월2일 자전적 소설 〈동의(Le Consentement)〉를 펴냈다. 1986년 14살 나이에 가브리엘 마츠네프를 만났던 그는 이 책에서 마츠네프가 자신을 어떤 방식으로 유혹했는지,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관계를 어떻게 끝냈는지, 후유증으로 어떤 우울증을 겪었는지 술회했다. 지난해 12월26일 문학잡지 〈비블리오브(Bibliobs)〉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사람들이 그대로 내버려뒀던 이유는 마츠네프가 예술가의 아우라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 자신도 동의하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에 스스로 피해자라고 인식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라고 말했다.

라디오 ‘프랑스앵포’와의 인터뷰에서 사회학자 피에르 베르드라제는 이에 대해 “(스프링고라가) 어린 나이에 하는 ‘동의’의 타당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이는 소아성애 역사에서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스프링고라는 1월1일 일간지 〈르파리지앵〉과의 인터뷰에서 작품을 통해 “그 시대 전체의 위선을 문제 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마츠네프가 르노도상을 받았을 때, 어떤 매체의 기자도 반발하지 않았던 것이 작품을 쓰게 된 원인 중 하나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AFP PHOTO미성년자와 성관계한 혐의를 받는 유명 작가 가브리엘 마츠네프.

마츠네프, 공소시효 지나 처벌 불가능

마츠네프의 아동성범죄가 용인되어왔던 이유는 그의 문단 내 지위 때문만은 아니다. 68혁명 이후 지식인들은 ‘금지하는 것은 금지다(Il est interdit d’interdire)’라는 신조 아래 여성, 게이, 성적 발언의 해방을 주창하고 성과 관련된 관습을 타파하려 했다. 소아성애 역시 성 해방 물결에 올라타려 했다. 1977년 마츠네프는 일간지 〈라리베라시옹〉과 〈르몽드〉에 “어른과 미성년자의 성관계를 인정해달라”는 공식 성명을 냈는데, 이 성명에는 장 폴 사르트르, 시몬 드 보부아르, 롤랑 바르트 등 69명의 당대 대표 지식인들도 서명했다. 이에 대해 역사학자 안 클로드 앙브루아즈 랑뒤는 1월2일 라디오 ‘프랑스 퀼튀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당시 몇몇 지식인이 지지하는 ‘아이들의 욕구에 대해 다시 고려해야 한다. 아이들도 욕구와 쾌락, 성을 즐길 권리가 있다’는 주장을 사회는 매우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변화한 시대는 상황을 다르게 받아들였다. 1990년 3월 텔레비전 토크쇼 〈아포스트로프〉에서 마츠네프의 소아성애에 대해 가볍게 질문했던 베르나르 피보는 지난해 12월27일 트위터에 “문학이 윤리를 앞서던 시기였다”라고 썼다. 3일 뒤 〈일요신문 JDD〉 인터뷰에서 그는 “해야 할 말을 하지 못해 후회한다”라고 밝혔다. 12월28일 문화장관 프랑크 리스테르는 피해자의 용기를 지지하는 트윗을 남겼다.

지난 1월3일 검찰은 ‘미성년자 성추행 및 성폭행’ 혐의로 마츠네프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 검사장 레미 하이츠는 국내외 다른 피해자가 없는지 수사하겠다고 발표했다. 르노도상 심사위원 프레데리크 바이그베데르는 1월2일 〈르파리지앵〉과 한 인터뷰에서 마츠네프의 르노도상 수상이 “경솔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1810년 헌정 이래 프랑스 헌법은 15세 미만 미성년자와의 성관계를 처벌하고 있다. 1994년 개정된 형법에 따라 미성년자의 동의하에 이뤄진 성관계는 ‘성적침해’, 동의 없이 강제로 이뤄진 성관계는 ‘성폭행’으로 분류된다. 성적침해죄는 경범죄에 해당해 경범재판소에서 최대 징역 5년, 벌금 7만5000유로 처벌을 받고, 성폭행죄는 중죄재판소로 넘어가 최대 징역 10년, 15만 유로의 벌금 처벌을 받는다.

이 형법 체계를 두고도 논란이 없지 않았다. 2017년 2개 재판에서 11세 여자아이와 성관계를 가진 22세, 28세 남성이 각각 무죄, 경범죄인 성적침해죄 판결을 받은 적이 있었다. 당시 성평등부 장관 마를렌 시아파는 ‘성관계 동의 최소 나이’를 15세로 정하고, 동의하에 이뤄진 관계라도 15세 미만의 미성년과 성관계를 한 사람은 중죄인 ‘강간죄’로 처벌하는 법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최고행정법원은 14~17세 청소년 커플의 예를 들어, 이 법안이 헌법에 반한다고 결정했다.

아동성범죄 수백 건을 저지른 조엘 르 스콰르넥은 3월 프랑스 샤랑트마리팀 중죄재판소에서 판결을 받을 예정이다. 그는 강간 혐의를 부인하고 성추행만 인정하고 있다. 프랑스 형법상 아동에 대한 성추행은 최대 3년형, 벌금 4만5000유로의 처벌을 받는다. 또 다른 피의자 가브리엘 마츠네프의 행위는 처벌 가능성이 없다.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이다.

프랑스 시사주간지 〈롭스(L’obs)〉는 지난해 12월30일 저널리스트 소피 퐁타넬의 기고를 실었다. 퐁타넬은 부모의 친구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꼈던 12살 때를 회고했다. “(그는 내가) 사탕을 한 번에 다 먹어버리고, 몇 시간씩 햇볕을 쬐며, 포크로 벌집을 건드리고, 무단횡단을 하는 데에 동의하는 아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잘 알았기 때문에 ‘그만’이라고 말했다.” 어른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자명 파리∙이유경 통신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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