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신통상
송기호 지음, 한티재 펴냄

“남과 북이 함께 번영할 용기가 필요하다.”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인 저자는 북한 삼일포 협동농장의 생산성 향상 프로그램에 참여한 바 있다. 삼일포 협동농장은 당시(2005년) 누적 숫자 100만명을 돌파한 금강산 관광객들에게 식자재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게 된다.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에서, ‘소비자를 겨냥한 생산과 수익 획득’이라는 시장경제적 생산 시스템이 성립한 것이다. 한국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북한 내의 ‘시장경제 거점’이었던 개성공단에서 주식회사, 재산권 등 자본주의적 제도가 실험되기도 했다. 저자는 “북한은 실리를 추구하려는 욕구가 핵무기보다 더 강할 수 있다”라며 남북 경협의 경험을 활용해서 평화와 번영의 길을 열어가자고 역설한다.

 

 

 

 

 

 

 

 

 

명시
안재성 지음, 미디어창비 펴냄

“사람들은 그녀를 ‘백마 탄 여장군’이라 불렀다.”

노동 소설 〈파업〉으로 제2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한 이래 한국 근현대사 속 그늘에 가려진 인물들을 조명하는 데 힘써온 안재성의 장편소설이다. ‘조선의 잔다르크’ ‘백마 탄 여장군’ 등의 별칭으로 불리며 항일 무장투쟁의 최전선에서 싸운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 김명시의 생애를 소설로 재현했다. 1907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난 김명시는 소녀 시절부터 소련과 중국을 넘나들며 무장투쟁을 벌이다, 일제에 체포되어 모진 고문과 7년의 복역을 감당했다. 그의 싸움은 일제가 패망할 때까지 꺾이지 않았으나 이승만 정권이 들어선 이후 부평의 한 감옥에서 수수께끼의 죽음을 맞고 만다. 향년 42세.

 

 

 

 

 

 

 

 

 

 

독일은 어떻게 통일되고, 한국은 왜 분단이 지속되는가
이인석 지음, 길 펴냄

“통일을 결정하는 것은 정치가 아니라 역사다. 정치가는 분단 극복을 위해 노력할 뿐이다.”

독일 통일 과정에 대한 생생한 체험을 바탕으로 ‘독일은 어떻게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을 성취했는지’ 과정을 밝혔다. 같은 맥락에서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지’ 그 해법도 제시했다. 분단 직후 서독은 갈림길에 섰다. 아데나워 총리는 통일 추진의 길로 갔다. 하지만 그 결과는 동독과의 긴장 격화였고, 베를린 장벽이었다. 브란트 총리는 반대의 길을 택했다. 분단의 현실을 인정하고 그곳을 출발점으로 삼았다. 그의 동방정책이 영토 포기와 분단 영구화라는 비판을 딛고 분단 극복의 초석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동독과의 공존 의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한국이 독일로부터 배워야 할 것도 통일 이전에 남북이 상호 공존하겠다는 의지이다. 연합은 바로 공존의 결정체이다.

 

 

 

 

 

 

 

 

 

자살하려는 마음
에드윈 슈나이드먼 지음, 서청희·안병은 옮김, 한울아카데미 펴냄

“심리적 고통에는 모르핀 같은 간편한 진통제가 없다.”

과학자에게는 꿈같은 일이었다. 임상심리사인 저자는 1949년 시청 지하 2층 검시기록 보관실에서 약 700개가 넘는 유서를 발굴했다. 그날 이후 자살이라는 주제에 깊은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 훗날 ‘자살학의 아버지’로 불리게 되는 저자는 “자살은 다면적 사건이지만, 이를 제대로 증류했을 때 추출되는 본질은 심리적”이라고 말한다. 노화로 인한 죽음은 우리 대부분에게 일어나는 일이지만 그렇게 ‘잘’ 죽는 것, 죽음을 서두르지 않는 것은 어쩌면 삶에서 가장 어려운 행위일 수 있다. 자살은 때로 유일한 해답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심리부검과 ‘정신통’이라는 개념을 통해 현대 자살학의 이론적 토대를 세웠다.

 

 

 

 

 

 

 

 

 

우먼월드
아민더 달리왈 지음, 홍한별 옮김, 롤러코스터 펴냄

“여자들만 있는 세상에서는 페미니즘이 존재하는 정도가 아니라 그냥 현실 아닐까?”

세상에 남자가 사라진다면, 그곳은 결국 소멸할까? 그래픽노블 〈우먼월드〉는 남자들이 멸종하고 문명은 거의 파괴되어 여자만 남은 세상을 상상한다. 마지막 세대의 어린이는 남자가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앗, 이성애자 여자들은 어떡하냐’고? 해당 질문을 그린 챕터의 제목은 ‘별걱정 다 하네’다. 남자가 없는 마을에서 여자들은 시시한 농담을 주고받으며 수다를 떨고, 연애를 하고 시련의 아픔을 겪는다. 그렇게 전과 다름없는 일상을 산다. 없는 것도 있다. 페미니즘이나 가부장제가 없고, 유방절제수술을 해도 부끄러움이 없으며 옷을 벗고 다녀도 손가락질하는 사람이 없다. 그저 자기다운 모습이라고 여길 뿐이다.

 

 

 

 

 

 

 

 

무너지지 말고 무뎌지지도 말고
이라윤 지음, 문학동네 펴냄

“병원이라는 곳은 죽음과 가깝기 때문에 죽음에 대해 더 무뎌져야만 했다.”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일한 5년차 간호사가 자신의 일터에 관한 이야기를 기록했다. 중환자실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인 공간이다. 인공호흡기를 단 채 의식 없이 누워 있는 환자, “나 좀 죽여달라”고 호소하는 환자,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가족들을 일터에서 만난다. 육체노동과 감정노동이 모두 필요한 일이다. 사명감만으로 버틸 수 있는 직업이 아니었다. 사회 초년생일 땐 환자의 죽음에 그 자신도 함께 무너졌지만 연차가 쌓일수록 슬픔에 무뎌져갔다. 그사이 많은 간호사가 직장을 떠났다. 백의의 천사도, 나이팅게일도 아닌 한 노동자로서 겪는 고민들이 솔직하게 드러난다. 환자 사연부터 삶과 죽음의 문제, 간호사 업계의 ‘태움’ 등 다방면의 이슈를 다룬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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