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고졸 20대 FGI는 ‘Unequal Voices 프로젝트: 고졸 취업자 정책 발굴을 위한 FGI’이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여론본부 전문위원에게 연구를 의뢰한 청년오늘연구소는 청년 세대 내 여러 격차에 주목하며 연구·세미나·포럼을 꾸려나가는 단체이다. 송명숙 청년오늘연구소 대표(33·사진)에게 이번 FGI의 의미와 고졸 청년 정책 방향을 물었다.

ⓒ시사IN 윤무영

여러 청년층 가운데 ‘고졸 취업 청년’에 주목한 까닭은?

고졸 취업 청년이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경우는 주로 산업재해 사망 사고가 벌어졌을 때밖에 없다. 죽어야만 관심을 받는다. 기존 청년 담론에서의 청년도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생’에 국한된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FGI 결과를 보면 최저임금 상승, 특성화고 현장실습 제한 등 정부 정책이 오히려 고졸 청년 취업에 악영향을 주었다.

제주도 같은 경우 2017년 이민호군 사망 사건 이후 현장실습이 6분의 1로 줄었다고 한다. 현장실습에서 취업으로 이어지는 루트가 사라진 상황에서 학생들은 낮에 학교에서 잠자고 밤에 아르바이트를 뛰고 있다. 학생들은 당시에도 현장실습 제한을 요구하지 않았다.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을 조성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그런 노력 없이 그냥 현장실습 기회를 없애버렸다. 전교조 등 진보 단체마저도 ‘교육은 교육이지 노동이 아니다’라는 입장으로 현장실습 제한에 찬성했다.

고졸 20대는 조국 대란에 무덤덤했다.

‘왜 그럴까?’라는 질문이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최근 특성화고 학생들의 요구가 “현장실습 납땜할 때 마스크가 지급되면 좋겠다”였다. 그런 사람과 수백만원 입시 컨설팅을 받고 대학에 진학하는 사람은 하나의 사건을 보는 시선·감정·관점이 다를 수밖에 없다. ‘너네는 왜 화를 내지 않아?’ 물어보는 게 더 이상하다. 차별이 내재화된 이들에게 그런 사건은 아예 다른 세상 이야기이며 차가운 분노를 자아낼 뿐이다. 기성세대는 뜨겁게 분노하지 않으면 분노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오히려 차가운 분노가 더 위험하다. 20대 내에 이런 격차가 지속되면 어떤 사회가 될지, 굉장히 위험해 보인다.

무엇부터 바뀌어야 할까?

작은 일에서 효능감을 얻어야 한다. 이를테면 납땜 마스크 하나가 지급되는 데에서부터 생각이 달라지지 않을까? ‘목소리를 냈더니 마스크가 지급되네’ 이런 작은 경험들이 쌓이고 쌓여야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그런 경험이 다 차단돼 있는데 “힘을 내세요”라고 아무리 말한들 되지 않는다. 또한 언론과 정치권에서 ‘너희는 왜 그것만 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이들의 목소리를 과도하다시피 다뤄야 한다. 그동안 너무 균형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죽어야만 관심 갖지 말고.

FGI를 참관하면서 특별히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나?

고졸 여성 그룹 FGI에서 조국 대란과 관련한 서울대생들의 집회 이야기를 하면서 참가자 여럿이 서울대생들을 지칭하며 ‘그분들’이라는 표현을 썼다. 마음에 탁 걸렸다. 왜 저런 존칭을 쓰지? 나에게 숙제로 남아 있다.

기자명 변진경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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